제대군인지원, 가산점 구도 넘어서라
군가산점제 부활안의 쟁점과 대안 논의돼
정희선 | 입력 : 2007/08/28 [06:17]
“군가산점제의 부활이 사회 갈등을 야기하고 위헌 시비가 있을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추진되고 있는 것은, 입법자 중 일부가 ‘가산점제=제대군인지원’이라는 도식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손쉬운 방식으로 크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24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주최한 ‘군가산점제 부활안의 쟁점과 대안’ 토론회에서 박선영 평등정책연구실장은 이렇게 말했다.
박선영 실장은 군가산점제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난 이유에 대해, '국가가 아무 재정적 뒷받침 없이 제대군인을 지원하려 한 나머지, 결과적으로 여성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희생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헌법의 기본 정신에 위배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군가산점제 부활안이 이른바 ‘여풍’을 근거로 하여 1999년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했다. 공무원의 성별 비율을 보면 국가직의 경우 여성이 21.5% 남성이 78.5%이며, 지방직은 여성이 31.4% 남성이 68.6%로, 여전히 남성 위주의 조직이라는 것. 또한 여성이 하위직에 집중되어 있고, 승진 등에 있어 불평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매년 높아지는 점을 감안했을 때 군가산점제 부활안이 공직에서의 여성채용 문제에 미칠 영향은 상당히 크다고 경고했다.
토론회에선 군가산점제 부활에 찬성하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병조 국방대학교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군가산점제에 대해 “병역의무를 이행한 사람에 대한 긍정적인 인센티브”라고 말했다. 그는 가산점제 시행으로 인해 의도치 않게 일부 여성이 희생될 수 있지만, “그것은 부작용이지 군가산점제의 본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군복무 가산점제의 부활이 ‘병역의무에 대한 사회적 가치 회복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적 조치’로 바라보는 김병조 교수와는 달리, ‘군가산점제 부활에 고무되면 문제 해결은 어려워 진다’고 보는 입장도 제시됐다.
남성의식조사 40.5%가 ‘징집 절차의 투명성 확보’ 원해
안상수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군가산점제에 대한 남성의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세부터 39세까지 남성 1천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한 결과, 군가산점제 부활에 찬성 73.8%, 반대 25.7%로 나타나다. 그러나 군 의무복무제도의 사회적 형평성을 위해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묻는 조사에선 40.5%가 ‘징집 절차의 투명성 확보’라고 답했고, 가산점 부여는 29.4%였다.
안상수 연구위원은 이 설문 결과를 토대로 군가산점제 부활을 남성 다수가 찬성한다고 해서, 그것이 제대군인에 대한 보상 문제를 풀 수 있는 대안인 양 과장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명목상 있다가 없어진 군가산점제에 대한 상실감이 집단적 분노로 표출되었을 뿐이며, 이번 논의를 제대군인에 관한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한상희 건국대 법대 교수는 군가산점제의 본질에 대해 ‘징병의 원인을 제공한 국가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 시험을 치르는 미필자, 여성, 장애인에게 보상의 부담을 덮어 씌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교수는 군가산점제가 소수자의 권리를 확대하기 위해 다수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적극적 조치’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무엇보다 군입대 과정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하며, 복무 과정에서 인권 보장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독일의 경우 군인을 ‘유니폼을 입은 시민’이라고 부를 정도로 일반 시민에 상응하는 인권을 보장한다는 사례를 소개했다. 이어 근무 시간과 휴식시간, 개인 시간의 분리, 자유시간, 다양한 교육기회 등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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