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의료사고, 응당 ‘의사’가 입증해야

과실 입증책임 전환에 반대하는 의협

박희정 | 기사입력 2007/09/04 [01:40]

[논평] 의료사고, 응당 ‘의사’가 입증해야

과실 입증책임 전환에 반대하는 의협

박희정 | 입력 : 2007/09/04 [01:40]

‘의료사고 피해 구제에 관한 법률’이 지난 달 2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 소위원회를 통과해 9월 정기국회 상정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의사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쟁점이 되는 내용은 의료사고의 입증 책임을 ‘환자’에서 ‘의사’로 전환하는 문제다.

기존의 법안에서는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과실이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책임이 전적으로 환자에게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법안에서는 ‘과실이 없음’을 의사가 입증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의사들의 반발은 매우 거세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달 30일 성명서를 내고 이 법안이 “환자 측을 지나치게 보호하는 측면이 있다”며 반대했다.

또한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의료인은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1% 부담 때문에”, “고 난이도가 필요한 환자가 고통을 받고 있어도 오로지 ‘확실한’ ‘최소한의’ ‘소극적인’ 의료 행위밖에 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협박에 가까운 주장을 펼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환자’의 입장에 서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같은 주장에 쉽게 동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의료와 관련한 지식들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것으로, 특히 환자에게 일어난 의료 행위에 대한 정보와 판단은 거의 독점적으로 의료인 측 소관이다.

때문에 의료 행위 과정에서 잘못된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환자는 자신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조차 가지기 어렵다.

의사가 가진 절대적인 권위 앞에서, 환자는 때로 자신이 받고 있는 의료 행위에 대해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든다고 하더라도 이의를 제기하거나 질문조차 주저하게 되기 십상인 것이 현실 아닌가.

진료과정 상의 불만이나 실수를 넘어, 심각한 의료 사고가 발생해 분쟁으로 이어질 경우에 환자들은 매우 불리한 입장이 될 수 밖에 없다. 의료 분쟁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인을 고용한다고 해도, 전문성에 있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의료 행위에 있어서 가장 전문가는 의사들이기 때문이다.

의료진의 정보 독점으로 인해 의료 사고에 대한 사건 은폐가 이루어져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거기에 거액의 소송 비용 부담까지 고려하면, 의료 사고를 당한 환자들에게 이중 삼중의 막대한 물적, 심리적 피해가 돌아가기 일쑤다.

의협은 “죽어가는 환자를 살리고자 노력한 의사가 왜 하루아침에 ‘범법자’가 되어 자신의 행위가 범죄 행위가 아니라는 구명운동을 펼쳐야만 하는가” 라며, 입증 책임의 전환을 시도하는 움직임에 대해 “모든 의료인들을 ‘범법자’로 규정하는 심리적 카타르시스”라고 공격하고 나섰다.

환자들이 의사들을 ‘범법자’로 만들기 위해 입증 책임을 요구한다는 생각은 논리적 오류에 해당한다. 과실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의사와 병원 측이 가지고 있으니, 과실인지 아닌지의 근거를 댈 수 있는 사람 역시 의료인들이다. 과실이 없다면, 과실이 없다는 근거를 제시하면 된다. 현대의학으로 불가항력적인 부분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하면 될 일이다.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 며느리 2007/09/07 [16:42] 수정 | 삭제
  • 저희 아버님도 작년에 전립선 조직검사 받다 폐혈증걸려 아직도 중환자실에 계싶니다 담당의는 자기네 과실이 없다고 하네요 검사받다 대장균에 감염되서 폐혈증이 왔는데 책임이없다고 하는의사라니
  • volvic 2007/09/07 [14:32] 수정 | 삭제
  • 무과실 기금이라는게 있죠
    환자가 사망에 이르는 사고였더라도
    정말 인체의 알수없는 작용에 의해 발생한 일이라면
    의사에게 과실을 물을수 없고
    그럴땐 무과실 기금에서 보상을 해줄수 있습니다.

    수만명에 이르는 의료피해 환자들의 막막한 처지를 생각한다면
    개정안에 대한 의사들의 반항(?)은 엄살일뿐이다.
  • side 2007/09/04 [13:52] 수정 | 삭제
  • 의사들이 부담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런 부담을 갖는 것이 또한 당연하다.
  • 나나 2007/09/04 [10:26] 수정 | 삭제
  • 법이 제대로 세워지려나 봅니다.
    병원에서 억울한 일들을 너무 많이 봤습니다.
    의사들이 성의만 다했어도 그렇게 억울하지는 않았을 텐데, 의료진들이 인간의 생명을 다루면서 인간을 너무 경시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병원 관련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