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파가 백혈병 유발’ WHO 보고
변전소, 송전선, 가전제품의 위험성 밝혀져
가케히 데츠오 | 입력 : 2007/10/26 [01:05]
세계보건기구 WHO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전자장이 미약한 정도라 해도 어린이 백혈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그 피해를 처음 인정했다. 지난 6월 18일 WHO가 발표한 “초저주파 전자장, 환경보건기준 보고 No.238”에 담긴 내용이다. 그간, 여러 차례 미국과 유럽에서는 고압선, 변전소 근처에 살 경우 어린이 백혈병 위험이 있다고 지적되어 왔다.
WHO 보고의 의의와 한계에 대해 ‘일본 고압선, 전자파 공해 반대 네트워크’의 가케히 데츠오 대표가 짚어보았다.
전자장 약해도 어린이 백혈병 일으킬 수 있어
일본 톳토리시에서는 초등학교 근처에 변전소가 건설될 예정이다. 이를 우려하는 지역 주민들이 공사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으나 기각되었다. 판결을 내린 톳토리 지방법원은 기각 이유로 “주민들이 불안을 느끼는 것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이 초등학교 학부모들은 크게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
변전소나 송전선, 배전선 등의 전력 설비로부터 발생하는 전자장에 대해 현재 일본에서는 정해진 규제치가 없다. 스웨덴과 미국에서 3-4밀리가우스(mG, 전자파 단위) 수치로 어린이 백혈병의 발병률이 2~3배가 된다는 연구 결과가 수 차례 보고됐다. 또, 일본 국립환경연구소의 역학 조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송전선이나 변전소 근처, 가전제품 가까이에서 전자파를 계측하면, 수십mG 정도의 수치가 나온다. 프랑스에 있는 국제 암연구기관(IARC)은 이러한 저주파의 전자장이 “발암 가능성 있다”고 2002년에 인정한 바 있다.
올 6월 WHO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전자장이 미약한 수준으로도 어린이 백혈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처음 인정했다는 점이다. 보고서에는 “3~4mG로도 어린이 백혈병 위험이 있다는 사실은 다수 역학조사를 종합하여 해석한 결과이며, 우연이 아닐 것이다”라고 적혀있다. 이 보고서는 WHO 전자파 프로젝트(EMF Project)가 전력설비 전자장이 건강에 끼치는 영향에 관해 연구한 내용이다.
한편, 보고서는 실험동물 연구로 보아 초저주파 자장에 노출된 것만으로 암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불충분하다고 덧붙이고 있다. 또, 유방암 등 암 유발 여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보고서에서는 “예방조치”에 대해서는 크게 다루고 있다. “건강, 사회, 경제적 이익이 침범되지 않는 조건 하에, 전자파 노출을 줄이기 위한 저비용 예방 조치를 전력 측이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지적한다. 이것이 보고서의 전체적인 결론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예를 들어 주요한 초저주파 전자파의 발생지 위치를 결정할 때, 산업계, 지방행정, 시민이 함께 협의하는 등 지방 행정당국이 초저주파 전자파를 발생하는 시설 건설 계획을 세우는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WHO보고서 결론을 생각한다면, 위 일본 톳토리시 사례처럼 지역 주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강행하는 공사는 앞으로 사회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는 것이다. 또, 현재 일본 도쿄 전력 등이 안전 설명 팜플렛에서 “WHO기준은 5만mG”라고 버젓이 표기하는 일도 사라져야 할 것이다.
‘3,4mG의 위험’ 인정하면서도 규제치 권고 안해
세계 각지 전자파 공해 반대운동이 줄기차게 요구해왔음에도 불구하고, WHO는 이번 보고서를 내기까지 11년이나 걸렸다. 이에 대해 그간 “전력회사의 오만한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
한편, WHO보고서에서 말한 권고 사항에도 문제가 있다. 3~4mG의 위험성을 인정하면서도, 이 레벨로 규제치를 정하도록 권고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예방 원칙에도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는 정도’라 말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WHO라는 조직이 각국 정부의 입장이나 전력산업의 이해관계로부터 독립해있지 못한 국제기관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달 중으로 일본 경제산업성은 전력시설 규제치 제정을 검토하여 결론을 낼 예정이다. WHO의 애매한 내용을 제멋대로 해석하여, 지금까지 전력회사가 준용해 온 국제방사보호협회(IRPA)의 가이드 라인인 1000mG를 규제치로 그대로 적용하는 일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송전선이나 변전소의 인접 구역에 사는 주민들의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그러한 ‘기준’이라면 없는 편이 낫다. 지난 8월부터 전국시민운동 “전자파로부터 건강 지키기 100만인 서명”운동이 시작됐다. 전자파 건강 피해를 예방하는 원칙적인 조치가 행정에 반영되기를 바란다.
[용어설명] 전자파는 파장에 따라 초저주파와 고주파로 나뉘는데, 초저주파는 송전선, 변전소 등 전력설비와 가전제품에서 나오며, 고주파는 휴대폰과 기지국, 전자레인지 등에서 쓰인다. WHO는 내년에 고주파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페민 제공, 조이승미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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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oadcap 2008/01/21 [09:10] 수정 | 삭제
- .. 2007/10/26 [11:25] 수정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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