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최소화하는 관광을!

세계적인 관광지 제주의 변화를 촉구하며

박상희 | 기사입력 2007/11/15 [19:58]

온실가스 최소화하는 관광을!

세계적인 관광지 제주의 변화를 촉구하며

박상희 | 입력 : 2007/11/15 [19:58]

<일다는 최근 제주 지역의 태풍 피해에 대한 분석에서 출발하여, 제주의 생태와 환경 파괴 문제에 대해 심층적으로 진단하는 기사를 연재하고 있다. 필자 박상희님은 제주참여환경연대 활동가이다. -편집자 주>


1994년 뉴질랜드에서 열린 PATA 총회는 ‘가치에 근거한 관광’(Value-based Tourism)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여기서 ‘가치’란 다름아닌 ‘생태’와 ‘문화’를 가리키는 것이다. 깨끗한 자연 속에서 휴양하고 그러면서도 뭔가를 생각하고 배우며, 관광지 지역사회와 교류하는 그런 관광형태를 주목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또한 UN이 정한 ‘세계생태관광의 해’였던 2002년에는 21세기 관광산업이 나아가야 할 목표로, 지금까지의 관광산업이 사업자와 의사결정자 중심의 관광개발이었다면, 앞으로는 관광지의 지역사회와 주민을 우선시해야 하며 환경.사회문화.경제적으로 ‘관광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 지구적 차원에서 기존의 관광형태인 볼거리 위주 관광을 지양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적인 관광지 제주는 어떤가?

제주, 천혜의 자원 가지고도 볼거리 관광에 그쳐

매년 초마다 제주도 측은 내도하는 관광객 숫자를 몇 백만 명까지 늘리겠다며, 이러저러한 방법들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높은 항공료와 바가지 상술 등 오랜 기간 동안 지적되었던 문제점들을 해결할 대안은 마련하지 않고 있다. 또한 기존의 관광형태와 전혀 차이가 없는 내용들만 가득 채워 발표하고 있다.

물론 제주도만의 특색 있는 축제들을 육성하고 지원하면서 어느 정도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제주도의 축제들 대부분이 볼거리나 먹거리 위주로 이루어지면서 기존의 관광형태와 큰 차이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계속해서 지적되고 있다.

제주도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다양한 역사유적, 그리고 독특한 민속문화를 가진 곳이다. 한라산과 오름, 바다와 해수욕장, 계곡과 폭포, 동굴과 숲 등 세계 어느 나라의 유명관광지에서도 보기 어려운, 규모는 작지만 다양성에 있어서는 최고를 자랑하는 자연경관지가 존재한다.

특히 생태적 측면에서 그 가치는 더욱 빛난다. 환경부가 지정한 한국의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의 52%가 제주에 분포하고 있다. 저어새 등 희귀철새 등도 해마다 이곳을 찾는다. 또한 화산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섬으로서 지질학적 측면에서도 그 연구 가치가 무척 크다.

이렇게 다양하고 독특한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자원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제주도의 관광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들과 관광업계 종사자들의 생각과 제주관광에 대한 인식이 아직 변화하지 못했기 때문 아닐까?

사람이 기억하는 것 중 90% 정도가 직접적인 경험과 체험이다. 최근 시민사회단체와 환경단체 등에서 기존의 제주관광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제주만이 가지고 있는 자원들을 이용해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체험을 전해주고 감수성을 불러일으키는 등 새로운 방안들을 모색하고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관광 준비해야

경험과 체험 위주의 생태관광이 주목을 받아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보다 좀더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제주관광을 생각한다면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전 지구적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관광시스템’을 준비하여 가동시키는 일이다.

지난 10월 1일부터 사흘간 스위스 산간마을 다보스(Davos)에서 '기후 변화와 관광'을 주제로 국제회의가 열렸다. 세계관광기구(UNWTO) 주최로 열린 이 회의에 세계 100여 개국, 650여 명의 인사들이 모여들었는데, ‘환경문제를 경시한 관광산업은 결국 스스로를 망치게 될 것’이라는 오랜 경고가 마침내 현실화되었음을 서로 확인하는 자리가 되고 말았다.

지난 100년간 지구 평균 기온은 섭씨 0.74도 올랐을 뿐이지만, 호주와 인도네시아가 자랑하는 자연 유산인 산호초는 이미 멸종 위기에 몰린 상태다. 산호초가 하얗게 죽어가는 백화(白化)현상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한다. 그런 와중에, 캐나다에서는 다시 못 볼지 모를 빙하(氷河)관광이 점점 더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씁쓸할 따름이다.

이 때문에 세계관광기구가 회의 종료와 함께 채택한 결의문에는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듯 한 파격적인 내용이 담겼다. "관광에 동원되는 비행기와 자동차 같은 모든 교통수단과 관광지의 숙박시설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유엔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규제를 자청하고 나선 것이다.

당장 오는 12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이 문제가 포괄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시한을 못박을 만큼 다급한 상황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내용들을 제주도 관광정책 입안자나 해당부서 공무원과 이해관계자들이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적어도 제주도가 ‘기후변화 시범도시’로 지정되었다면, 또 ‘환경교육 시범도시’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제주의 관광형태에 있어서도 자연스레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정책변화를 가져나가야 하는 게 옳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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