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외국인 지문채취, 국제적 감시사회 우려

일본판 US-VISIT(방문자감시시스템) 도입돼

오오츠카 아이코 | 기사입력 2007/11/20 [20:13]

日외국인 지문채취, 국제적 감시사회 우려

일본판 US-VISIT(방문자감시시스템) 도입돼

오오츠카 아이코 | 입력 : 2007/11/20 [20:13]

오늘(20일)부터 일본의 모든 공항과 항만에 입국, 재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은 지문과 얼굴 화상을 채취하여 제공해야 한다.

‘US-VISIT’(Visitor and Immigrant Status Information Technology)라 불리는 이 조치는 '방문자 감시 시스템'이라고도 알려져 있는데, 9.11 이후 2004년 1월 ‘테러범 적발’이란 명목으로 미국에서 처음 실시된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그간 이 조치가 당초 목표로 한 테러리스트 적발에는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인권활동가들의 명단이 ‘블랙리스트’로 만들어져서 입국을 거부 당하는 등의 사실이 밝혀져 크게 비판을 받아 왔다.

일본의 여성주의 언론 <페민>의 오오츠카 아이코 기자가 일본판 US-VISIT 도입 전후의 배경과 문제점을 짚었다. [편집자주]



미국에 이어 두 번째, 정보인권 침해 심각

2006년 일본 정기국회에서 출입국관리법이 개정돼, 특별영주권자와 16세 미만을 제외한 모든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미국의 US-VISIT과 같은 조치가 시행되는 내용이 통과됐다. 미국에 이어 일본이 이 조치를 도입함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 미-일간 정보를 공유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조치를 둘러싸고, 국가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외국인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간주하는 등 인권침해 차원에서 문제점이 크게 지적되어 왔다.

미국 자유인권협회(ACLU 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 전 공동대표인 배리 스타인하드씨는 “미국에서 US-VISIT이 참담한 실패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일본 정부와 미디어가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배리 스타인하드씨에 따르면, 미국에서 US-VISIT 조치로 테러리스트 한 사람을 체포했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알고 보니 그 사람을 체포한 이유는 이라크에서 그 사람의 지문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스타인하드씨는 “그런 식으로 (정부가 이 조치를) 적당히 운영하면서 증거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스타인하드씨는 “데이터가 너무도 방대해서 쓸 수도 없다. 미국 행정감사원(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조차도 정보 안전(세큐리티) 관리가 취약하여 외부에서 악용할 소지가 있다고 보고할 정도다. 미국 당국이 작성한 테러 용의자 블랙리스트에는 350만 명 이상이 등록되어 있는데, 이는 공정하지 못하고 정확하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차별과 편견 조장, 다문화사회 가는 길 막아’

평화운동을 해온 영국 팝 가수 캣 스티븐스씨도 이 조치로 인해 미국 입국을 거부당한 전례가 있다. 배리 스타인하드씨는 미국은 자국의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을 감시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고발했다.

또한 “약 14조3천억 원이라는 거액의 예산이 감시 관련한 산업을 살찌우고 있지만,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이 되는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지킬 권리는 내팽개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조치에 찬성하는 이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자국에서 나왔을 때, 언젠가 이 조치가 자신에게 되돌아 올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라는 경고도 잊지 않는다.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전통일’의 대표 도리이 잇페이씨는 “조합 내 이주노동자 중 이슬람교도들이 많다. 그들은 외모만으로 범죄자 취급을 당해, 경찰관의 불심검문을 하루에도 몇 차례씩 받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라면 앞으로 일본 내에서 ‘외국인 범죄자 적발 캠페인’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도리이 잇페이씨는 이 같은 조치들이 “차별과 편견을 조장하고 있어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이런 움직임 속에 다문화 공생사회를 향한 일본 사회의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국제적인 감시 사회에 저항해야

도야마대 오구라 교수는 “일본에는 평화헌법 9조가 있어, 테러와의 싸움이라는 명분으로 미국을 돕는 군사적 지원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그 대신, 일본판 US-VISIT을 도입하여 이슬람 인구가 많은 아시아에서 치안관리 부분을 담당하겠다는 식의 일본 정부의 속셈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오구라 교수는 “국제 감시사회에 저항하기 위해 국경을 넘은 시민 연대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달 말 ‘국제 앰네스티 일본지부’와 ‘이주노동자와 연대하는 전국네트워크’등 일본 시민단체는 일본판 US-VISIT 도입을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과거 재일교포 등 외국인들에게 지문 채취를 하던 역사를 부활시키는 것과 다름없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또한 “지문정보 등 생체정보 취득, 보관, 이용, 폐기에 관한 명확한 법률규제도 없는 상황에서, 입국 시 외국인 생체정보 제공을 의무로 하는 것은 외국인에 대한 선입견과 차별을 강화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앞으로 국제 앰네스티 일본지부와 이주노동자 네트워크 등은 일본 법무성 앞에서 지속적인 항의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페민 제공, 조이승미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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