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여성 강제부역·성착취
좋은벗들, 2007년 북한인권 보고서
윤정은 | 입력 : 2007/11/27 [08:40]
국제사회에서 ‘뜨거운 감자’로 북한인권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선 북한인권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그 시선부터 합의가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북한 실정에 맞게 북한주민들이 직접 말하는 당면 인권문제를 드러내고자 노력한 ‘인권보고서’가 발간됐다.
실질적 가계 부양자인 여성들, 강제부역에도 시달려
26일 대북지원단체인 ‘좋은벗들’은 북한 사회 변화에 맞춘 <2007년 북한인권 보고서>를 발표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 사회에서 이번에 새롭게 부각되어 나타난 인권문제는 ‘강제부역’과 가난한 북한여성들의 인권 현황이다. 노옥재 사무국장은 “북한에서 강제부역은 너무도 만연해 있어 주민의 생계 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데, 여성들이 가장 많이 동원된다”고 말했다.
10월 5일 신의주에서 인민반과 세대별로 남신의주에 점심밥 싸고서 도로공사작업에 동원 나간다. 20여리를 걸어서 다녀야 하는데 도급제다. 주민들은 “정말 어느 하루라도 편할 새 없이 들볶아 대는데 미칠 지경이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동 간부들도 할 수가 없다. 무조건 우에서 내리 먹이니까 애매한 가두(주부)나 동 인민반 여자들만 못살게 군다. 중국 다녀본 간부들이 모두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진정 조선 녀자들이 불쌍하다 말한다. -2007년 10월, 신의주 30대 여성
마을 청소와 같은 소소한 일에서부터 국가적 필요에 따라 농촌 동원, 도로 복구, 강하천 정리, 발전소 건설, 주택 건설, 탄광 지원, 인민군대 지원 등 북한주민들의 노동력이 강제 동원되는 일은 계속되고 있다는 것. “혹시라도 빠져 나갈 사람이 있을까 봐 동네 어귀나 골목길에는 보안원, 규찰대, 경비련대, 경무원들이 총출동해 수시로 검문”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좋은벗들은 특히 여성들이 “강제부역 노동의 일차적 소환 대상자”라고 지적했다. 이는 북한에서 실질적으로 가정을 책임지고 가계를 부양하는 역할을 여성들이 떠맡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피부양자 취급’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북한에서 여성의 지위가 아직도 낮다고 분석했다.
성매매 조직화 조짐, 뇌물의 형태로 자리잡아
무엇보다 이번 보고서를 통해 현재 북한 사회에도 성매매가 점차 일상화, 조직화, 대형화되어 가고 있는 현실이 알려졌다. 초기에는 개인적인 형태의 성매매가 출현했다고 한다면 이제는 개인 집은 물론이고 민박, 역전 주변, 안마방 등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포주가 생기고, 대규모 전문 성매매 유흥업소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시기에는 손님들과 ‘밤꽃을 사지 않겠는가’ 물었지만 지금은 “불고기를 하지 않겠는가”고 하면 (성매매 하겠느냐는 말로) 알아듣는다. 25살 미만 처녀들은 5000원, 그 이상 처녀는 3000원 30살 이상 아주머니는 1500원에 몸을 판다. 보안원들이 여자들을 단속했다가도 중국에 가서 나라를 배반하고 몸 팔아 돈 버는 것보다 제 땅에서 제 사람에게 몸 팔아 버는 것은 괜찮다고 놓아주는 때도 있다. 이러한 실태는 전국적으로 유사하다. -2006년 6월
6살 여자애를 잡고 “신발’은 왜 훔치니”하고 물으니 여자애가 “신발을 신고 장마당에 가야 하루를 사는데 맨발로는 아파서 못 걸어 가겠습니다” 하여 아이의 발을 보니 곪고 퉁퉁 부어 차마 욕을 못했다. 돈 만원 주었더니 “고맙습니다”하고 귀에다 가만히 “아저씨 고운 우리 언니 소개해줄까요”하면서 헌 담요 위에 누워있는 여자애를 가리켰다. 하도 어처구니없어 “언니 몇 살이니”하니 “12살입니다. 밥만 먹여주면 돼요”라고 한다. -2007년
성매매가 만연한 상황에 대해 이승룡 평화인권부장은 “자원과 대체경제수단이 없는 빈곤사회에서 여성이 자원화할 수 있는 몸을 통한 성매매밖에 없기 때문”이고, 북한 사회 역시 “성 매수를 하는 수요가 있는 남성중심적인 사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극심한 식량난에 고질적으로 시달려온 북한 사회에서 여성의 ‘성’은 돈 외에 가장 큰 뇌물로서,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여성들이 가장 쉽게 ‘바칠 수 있는’ 형태의 뇌물로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여성은 입당과 직장에서 승진을 빌미로 강제로 성행위를 강요 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보고됐다.
‘여성다움’의 통제도 계속되는 사회
한편, 당과 북한 남성들은 여성답지 못하다는 이유로 북한의 중요한 통행 수단인 ‘자전거 타기’조차 여성들에게 허락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라고 한다.
여성이 바지를 입는 것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라,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에도 치마를 입고 농사일이며 장사를 하러 다니는 여성들의 모습을 일반적으로 볼 수 있다. 북한 여성들이 일상생활 속에도 당과 남성의 통제 대상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한 일반 직장에도 여성들은 북한의 남성에 비해 임금이 낮은 직종에 여성을 분리 배치해, 매우 낮은 임금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모든 강제노동의 1차적 차출대상이 되는 전업주부 여성들의 경우는, 배급체계에서 최하위에 위치해 유치원생과 같은 등급이라고 한다.
좋은벗들은 “상식적으로 성인 여성이 유치원생과 같은 양의 식사로 매끼를 견딘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전하면서, “각종 동원과 가족 부양 때문에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고된 일에 시달려야 하는 것이 이들의 일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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