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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를 통해 부쩍 성장한 성소수자 운동
차별금지법 대응 ‘긴급행동’이 보여준 것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김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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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성소수자 진영을 뒤흔든 가장 큰 이슈는 단연 ‘차별금지법’이다. 정부가 마련한 차별금지법안에서 ‘성적 지향’을 비롯한 7개 차별사유가 제외되면서, 이를 복원시키고자 성소수자 운동에 불이 붙은 것이다.

성소수자 운동진영은 11월 초 ‘성소수자 차별저지 긴급행동’(긴급행동)을 꾸려 차별금지법에 적극 대응했다. 성소수자 단체들은 올해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움직임으로 성소수자 권리운동이 양적, 질적 성장을 이뤘다고 입을 모았다.

성소수자 개개인의 참여 두드러져

차별금지법에 대한 대응을 모색하는 세 번의 ‘긴급번개’에는 100여명 안팎의 성소수자들이 모였다. 각 단체 활동가들만으로는 충원되지 못할 이 인원은, 그만큼 성소수자 개인들의 참여가 높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성 정체성을 드러내면 차별에 노출되기 십상인 사회이므로, 많은 성소수자들이 자신을 숨긴 채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놀라운 현상이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 케이 상담팀장은 이렇듯 개인들의 운동 참여가 늘어난 배경에 대해 “노골적으로 성소수자에 대해 거부감을 표하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됐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혐오가 높아질수록 직접적인 피해도 늘어나지만, 한편으로는 (성소수자들이) 분노를 한데 모아 운동에 참여하는 계기가 된다”는 분석이다.

동성애자인권연대 장병권 활동가 역시 “(목소리를 낼) 공간이 있다면, 나와서 활동하겠다는 입장을 가진 개인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단체 활동가나 회원들보다 개인활동가로서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았다는 점에 대해, '단체 입장에서 돌아보아야 할 부분도 있지만 동시에 (지금까지) 운동을 헛한 게 아니라는 자신감을 주기도 한다'고 평했다.

긴급행동은 각기 역할을 분담하여 국회/정부대응팀, 국제연대팀, 기독연대팀, 온라인홍보팀, 십대팀, 미디어기록팀 등 세분화된 팀별 조직을 갖추어 활동해왔다.

레즈비언들의 적극적 활동 눈에 띄어

한편, 긴급행동의 활동을 살펴보면 남성활동가보다 여성활동가들이 눈에 띄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레즈비언 포털사이트인 티지넷(tgnet.or.kr), 미유넷(miunet.or.kr) 등에는 차별금지법 저지운동에 대한 홍보물이 꾸준히 게시됐다.

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가람 활동가는 “레즈비언들은 여성주의의 흐름에 영향을 받고 기타 관련 행사에 참여하는 등 운동에 참여한 작은 경험이라도 가진 경우가 많지만, 한국사회에서 남성들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갖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인권운동에 있어서 참여도가 낮은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가람씨는 “레즈비언들은 레즈비언 포털사이트나 자신의 블로그에 홍보 글을 퍼 나르는 등 적극성을 띠었다”며, “친구사이 회원들도 대부분 정치적 문제가 개인적 삶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으며, 운동단체로서 게이커뮤니티가 보다 자발성을 띨 수 있도록 홍보하고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단체들 간에도 연대의 기틀 마련

성소수자 개개인의 참여가 확산된 것뿐 아니라, 단체들 간에 긴밀하게 연계망이 형성된 것 또한 의미 있는 성과로 꼽히고 있다.

즉 여성주의적인 지향을 가지고 레즈비언 독자적 운동을 펼쳐온 한국레즈비언상담소나 레즈비언권리연구소, 진보적 가치를 표방하고 활동해온 동성애자인권연대, 남성동성애자의 이슈와 문화에 주목해 온 친구사이 등 각기 다른 지점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이 연대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채윤 활동가는 “단체들이 가진 지향점들이 모두 같아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긴급행동이 가져온 의미 있는 변화로 “지향을 합치지 않아도 연대가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된 것”을 꼽았다. “예전에는 지향의 차이로 연대가 깨지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긴급행동은 각 단체들이 가진 역량과 잘하는 분야를 잘 조화하며 활동했다”는 평가다.

동성애자인권연대 장병권 활동가 또한 “열린 공간에서 여러 사람이 모인 것은 다른 운동에서 부러워할 정도였다”며, “그러면서 성소수자 운동 단체들만의 대응을 넘어, 인권운동단체들이 직접 (차별금지법 저지를 위한) 반차별 공동행동을 꾸리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반차별공동행동에서는 7개 차별사유가 누락된 차별금지법에 맞선 대안적인 차별금지법을 만들고 있다. 2월 국회에서 두 법안이 겨루게 될 예정이다.

2008년 “한국 사회 보수화 우려돼”

긴급행동 홈페이지(lgbtact.org) 한 쪽에는 “지금 우리는 미래를 만들고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성소수자 권리운동 단체들, 성소수자 개인들, 그리고 이들의 연대가 만들어갈 미래는 과연 어떠한 모습일까.

많은 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며 연대의 가능성을 실험했던 2007년 한 해였으나, 올해를 기반으로 앞으로 성소수자 인권이 신장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에는 모두들 신중했다. 활동가들은 무엇보다 한국 사회의 보수화 흐름을 우려했다.

친구사이 가람 활동가는 “동성애에 대해 혐오발언을 했던 이명박씨가 당선되며, 운동의 역할에 대해서는 고민이 심화됐다”고 말했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채윤씨도 “이명박 정부가 표방하는 실용주의의 노선은 반(反)동성애 및 차별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채윤씨는 이어 “2007년을 돌아보면 마치 2008년 필연적으로 발생할 보수화 흐름을 대비하는 해였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2008년 정세는 불안할지 모르지만, 운동하는 사람들끼리는 즐겁게 운동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주로 ‘차별금지법 축소 및 변질’에 대응해온 긴급행동은 앞으로의 활동방향을 모색 중에 있다. 한채윤 활동가는 “차별금지법을 통해 한국 사회의 성소수자 혐오 및 보수화 흐름을 알게 됐다”며, “지금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이번에 결성된) 긴급행동이 성소수자들의 반(反)차별운동 기점이 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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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12/31 [21:41]  최종편집: ⓒ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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