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조기에 진단하겠다는 목적으로 시범실시 중인 학생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설문문항 중에 성경험이나 성폭력, 성매매 경험 등 쉽게 드러내기 힘든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설문내용을 모두 부모에게 전달하도록 되어 있다는 점도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원조교제, 성폭력, 약물사용 경험 질문해
초등학생 1학년, 4학년과 중고등학생 1학년을 대상으로 실시되며 초등학생은 ‘아동문제행동 선별 설문지’(CPSO)의 26개 문항을 학부모가 작성하고, 중고생은 ‘청소년 정신건강 및 문제행동 선별 설문지’(AMPQ)의 34개 문항을 본인이 작성하게 된다. PSO는 총점수가 13점 이상, AMPQ는 67점 이상이면 정밀검진 대상으로 분류된다. 중고생 대상 설문지의 경우 ‘원조교제나 성매매를 한 적이 있다’, ‘성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 ‘불법약물을 사용해 본 적이 있다’ 등 ‘위험문항’에 긍정반응을 보이면 기준점수 이하라 하더라도 심층면담이나 정밀검진이 필요한 학생으로 포함시킨다. 조사결과 정밀검진이 필요한 것으로 분류된 학생의 경우 가정에 통보해 지역 정신보건센터, 병원 등 전문기관에서 치료를 받도록 연계한다고 한다. ‘성폭력 당했다’ 응답할까? 실효성 의문 그러나 한 장의 설문지를 통해 심리적 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선별하는 것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먼저, 학생들이 설문의 방식이나 교사와 학생에 대해서 신뢰를 가지고 응답할 확률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박모(18) 학생은 “솔직히 애들이 선생님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나에게) 문제될 내용이 있을 경우 솔직하게 대답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모(18) 학생은 “(나는) 상담교사와 친하기 때문에 고민이 있을 경우 말할 수 있을 것”이지만, 역시 설문조사에 응답하는 것은 “꺼려진다”는 반응을 보였다. 참교육학부모회 부회장 장은숙씨는 설문지를 준다고 학생이 답할 거라는 식으로 조사하는 방식 자체가 “교육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민혜영 교육연구사는 설문지 내용은 “일반인 수준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해서 보건복지부가 전문가에게 의뢰해 간편하게 조사할 수 있도록 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문지가) 진단용이 아니고, 진단과정으로 갈 아이들을 선별하는 약식화된 자료”로서 “타당성과 신뢰도를 사전 조사했으며, (응답 학생에게) 문제성 경향이 있는지 선별 가능한 도구로 검증”되었다는 것이다. 부모에게 무조건 통보하는 방식도 우려돼
현직교사인 남희정(35)씨는 “아마도 과잉행동장애라든지 다른 요소가 있으면, 학습 정도도 다른 아이들에 비해 뒤쳐지기 때문에 넣은 문항이 아닐까 싶다”면서도, 지능은 “(정신건강이 아니라) 학습능력과 관련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런 문항이 “지능은 낮지만 정신이 건강한 사람들에게 대해 편견을 갖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 또한 부모에게 무조건 통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도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 교사는 “아이들에 대한 소소한 것까지 부모님들과 공유하려고 하는 편이지만 애매할 때가 많다”며, “부모님과 의논해서 더 좋아질 수도 있지만, 매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부모도 있어서 상황이 악화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 김상욱 서기관은 “정신건강에 대한 게 예민한 부분이고, 학부모에게 ‘당신의 자녀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하면 인정하지 않으려는 부분이 있어서 조심스럽게 말해야 한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학부모에게 통보하는 것은 당연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검진결과 유출로 인한 사생활 침해 가능성에 대해서는, “담임교사 이외에는 공개를 못하도록 하고 개인정보 관리 철저하게 하라고 조치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학생정신건강 실태조사는 지난해 96개 학교에서 시범 실시되었으며 96개교 3만1천180명 중 15.8%인 4천918명이 정밀검진 대상으로 분류되었다. 2010년 전체 초중고교에서 실시할 것을 목표로 연차적으로 확대될 계획이며, 올해는 전국 245개교에서 5~6월 중 실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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