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를 입양하여 양육하고 있는 김명희씨는 새로운 가족관계등록제가 시행된다는 소식을 듣고 구청을 찾았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아들의 기본증명서에 ‘버려진 아이’였다는 사실이 기록되어 있었던 것.
기본적인 인적 사항에 ‘기아 발견’ 적혀있다니… 호주제가 폐지되고 ‘가족관계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호적제도를 대체할 새로운 가족관계등록제도가 마련돼 올해 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기존의 호적등본에는 본인 및 가족관계 사항이 기재되어 있는 반면, 새로운 가족관계등록부는 개인별로 ‘기본증명서’, ‘가족관계 증명서’, 혼인관계 증명서’, ‘입양관계 증명서’, ‘친양자 입양관계 증명서’로 나뉘어, 사용 목적에 따라 개별 증명서를 발급받게 된다.
김명희씨는 최근 구청에서 가족구성원 개인별로 가족관계증명서를 각 5통씩을 떼어봤다. 증명서의 내용은 법제처가 국민들에게 홍보한 내용과 전혀 달랐다. 김씨는 특히 아들(5세)의 각 기본관계증명서와 가족관계증명서를 보고 “기절할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입양한 아들의 기본증명서에는 ‘기아(버려진 아이) 발견’이라는 구분 아래, 그 내용들이 상세하게 기재되어 있었다. 기본증명서는 개인의 기본적인 신분사항에 관련한 증명서다. 보통은 개인의 출생과 사망, 주민등록번호, 등록기준비, 성별, 개명 등의 인적 사항이 표시된다. 개인의 기본적 신분사항을 증명하는 증명서에 아들이 ‘기아 발견’되었다는 정보가 상세히 기재되어 있는 것을 보고, 김명희씨는 분노를 터뜨렸다. “앞으로 아이가 자라서 취업할 때나, 어디를 가든 신분 증명서류를 내라고 할 겁니다. 기본증명서는 신분을 증명하는 서류로 어디 가나 기본적으로 제출하라고 할 텐데, 다른 사람이 알 필요도 없는 이런 내용이 기본증명서에 들어가 있을 수 있나요? 심지어 보험에 가입하려고 해도 기본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를 내라고 하면 그 사람들에게 이런 정보가 다 공개되어야 하나요?” 김명희씨는 아들의 기본증명서가 “개인 정보를 심각하게 노출하고 있고, 개인의 인격권을 크게 침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행령 개정 등 개인정보 노출피해 최소화해야 법무법인 지평의 이은우 변호사는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가족관계등록법이 제정되기 전에 이미 시민단체들이 수 차례 우려를 제기했던 부분”이라고 지적하면서, ‘기아 발견’과 같이 “개인을 증명하는 기본 사항으로 볼 때 불필요한 정보이고 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또 “프라이버시는 개인의 내면을 구성하고 있는 주요한 내용이기 때문에, 헌법에서 핵심적인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번 사례처럼 기본증명서에 개인 정보가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는 사례들은 “시행령을 개정”하는 방법 등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새로운 가족관계등록부를 통해 개인 정보가 부당하게 노출되는 문제들이 법률상담기관에 다수 문의되고 있다. ‘기본관계 증명서’ 및 ‘가족관계 증명서’을 통해 타인에게 알리고 싶은 개인의 인적 사항이나 가족관계 등이 노출되어 상담한 사례들이다. 김명희씨는 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민감한 개인 정보가 부당하게 노출되는” 호적제도의 문제점들을 개선할 것이라고 홍보했던 정부 기관들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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