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근이’라는 이름의 그레이트 피레니즈 종 개 한 마리가 화제다. 한 방송사의 주말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한 상근이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결성되고 각종 광고에 출연하는 등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일부 열성 팬들은 상근이를 직접 보기 위해 애견훈련소까지 찾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에선 ‘동물스타 열풍’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동물의 생태적 습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인간의 입맛에 맞게 인격화하는 것이, 해당 동물에게 스트레스를 줄뿐만 아니라 생명존중의 관점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국민犬’ 팬사인회 이어 라디오 게스트까지 상근이의 인기는 한 오락프로그램을 통해 시작되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잘생긴 외모’가 눈길을 끄는 데다가, 프로그램 내에서 한 연예인과 ‘톰과 제리’ 식 관계를 형성하면서 상근이는 인격화된 캐릭터를 갖게 되었다. ‘상근이’라는 이름도 해당 프로그램 내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상근이를 향한 관심은 상근이 미니홈피, 뇌 구조 등 각종 패러디물 제작으로 이어지며 가열되고 있다. 하루 출연료가 40만원에, 매니저까지 딸려있다는 등 ‘경제적 가치’가 알려지면서 상근이는 더욱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자 각종 매체에서도 상근이 열풍에 동참했다. 촬영과 관련된 에피소드와 스케줄뿐만 아니라 가족관계, 좋아하는 음식 같은 시시콜콜한 정보들까지 보도가 줄 잇고 있다. 발 도장을 찍어주는 ‘팬 사인회’까지 가졌다. 팬 사인회를 위해 상근이는 의상에 선글라스까지 낀 채 사람들 앞에 섰다. 심지어 지난 26일에는 ‘라디오’ 프로그램에까지 진출했다. 본래 습성과는 무관한 인격화 스트레스 줘 촬영과 이벤트에 불려 다니며 강행군을 하고 있는 상근이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너무 개를 혹사시키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인터넷을 통해 상근이의 팬 사인회 영상을 보았다는 정지혜(24)씨는 “매주 있는 방송촬영을 따라 다니는 것만도 개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일 텐데, 팬사인회까지 시킨다니 개가 불쌍하다”고 안타까워했다. 더구나 사람처럼 옷을 입히고 ‘사인을 하고 인터뷰를 하는 개’라는 식으로 인격화된 개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다. 상근이의 인격화된 이미지들은 프로그램 각본과 매체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며 훈련을 통해 통제된 행동의 결과일 뿐 본래 습성과는 무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동물보호연합 이원복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호감을 보인다고 해도, 개의 입장에서 노출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하며 “거기에 인위적으로 선글라스를 끼운다거나 똑 같은 행동을 반복하게끔 하는 것도 고통스러운 일이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대표는 상근이(그레이트 피레니즈)와 같이“순한 종(種)은 자기가 받는 스트레스나 고통을 표현을 못하고 있을 수 있”다며, 그런 경우 “사람들은 그걸 즐기나 보다 하고 오해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북극곰 크누트의 비극, 생명감수성 필요해 동물의 본래 습성과는 무관하게 인격화된 스타로 소비하는 것이 동물에게 어떠한 비극을 가져오는지는, 독일 베를린 동물원의 북극곰 크누트의 사례를 통해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해 베를린 동물원에서 태어난 새끼 북극곰 크누트는 어미 곰에게 버려져 죽을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비극적 이야기’에 더해 그야말로 ‘곰 인형’ 같은 귀여운 모습이 사람들의 관심을 자극하면서 크누트는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는 곧바로 상업적 성공으로 이어졌다. 2007년 한 해 동안 320만 명의 관람객이 크누트를 보기 위해 베를린 동물원을 찾았고, 입장 수입만 130여 억 원에 달했다. 캐릭터 및 광고 등 부대 사업 규모는 이를 훨씬 능가한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 예전처럼 귀엽지 않은 크누트는 사람들에게 외면 받기 시작했다. 크누트를 보기 위해 동물원을 찾는 사람들이 줄자, 크누트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나뭇가지를 들고 흔들거나 아프지도 않은 발을 아프다고 하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한국동물보호연합 이원복씨는 상근이의 인기에 대해 “상근이의 입장에서도 마냥 행복하고 좋은 것일까” 라고 의문을 던졌다. 상대가 살아있는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입장을 생각해보지 않는 것. 상근이의 인기에 과연 ‘관심’과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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