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권 포기한 비혼모의 정보까지 노출

‘혈연중심’ 가족관계증명서, 입양가정에 피해

윤정은 | 기사입력 2008/03/04 [11:19]

친권 포기한 비혼모의 정보까지 노출

‘혈연중심’ 가족관계증명서, 입양가정에 피해

윤정은 | 입력 : 2008/03/04 [11:19]
“가족관계등록제가 시행되면 (호적제도의 문제점이) 바뀐다고 생각하고 너무 좋아했었어요.”
 
대전에 거주하는 송가영(가명)씨는 입양한 아이의 기본증명서와 가족관계증명서가 “이전 호적에서 드러나는 정보와 달라진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올해 여섯 살이 된 딸의 기본증명서에는 ‘기아(버려진 아이) 발견’이라는 기록이 그대로 남아있고, 가족관계증명서에는 현재 양육하고 있는 부모가 ‘양부, 양모’로 기재되어 있었다.
 
송씨는 입양관계 증명서가 별도로 있는데도 불구하고, 가족관계증명서에서 아이의 입양 사실이 공개되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지적한다. 입양아동의 가족관계증명서를 보면, 혈연중심의 가족관계를 중시하는 한국사회의 문제점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입양아동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냉대가 너무 심각하여, 가까운 친인척 제외하고는 주위에 입양사실을 숨기고 살아왔다는 송씨. 그는 “드러내놓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현실을 토로면서,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송가영씨뿐 아니라 현재 입양가정들 사이에선 새로운 가족관계등록제도를 두고 ‘정부가 저출산 대책으로 국내 입양을 권장하면서도 입양아동에 대한 차별과 개인정보보호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증거’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입양아동 가족관계증명서에 친부모 주민번호 기재
 
▲ 2005년 4월 14일 노회찬 의원실.목적별신분등록법제정을위한공동행동 주최 <호적제도 피해사례 증언발언대> 
“아이의 가족관계증명서를 떼보면, 친부 친모의 이름뿐 아니라 그 분들의 주민등록번호까지 다 뜨죠. 반대로 우리의 주민등록번호가 그 쪽에도 다 보여지고요. 제일 큰 문제는 어떤 사람의 비밀이 제대로 보호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여섯 자녀를 입양해 양육하고 있는 한연희 한국입양홍보회 이사는 입양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바꾸어야 한다면서 합법적인 ‘공개입양’을 하자고 주장해 온 사람들 중 한 명이다. 많은 입양가정들이 입양을 하면서 허위로 출생신고를 해서, 법적으로 자신이 낳은 아이인 것처럼 입양사실을 숨기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 합법적으로 입양을 한 가정들은 가족관계증명서에 입양사실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법을 지킨 사람이 피해를 보는 꼴”이라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딸을 입양할 때는 친부모가 친권을 포기한다는 증명서류까지 받고 합법적으로 입양을 했는데, 현재 딸의 가족관계증명서를 떼보면 친부모에 대한 정보가 다 드러나요. 미혼모로 아이를 낳고 호적에 올렸다가 입양을 하더라도, 친모에 대한 정보가 가족관계증명서에 다 뜨게 되니 심각한 문제입니다.”
 
김명희 대안가정운동본부 사무국장은 가족관계증명서를 통해 타인이 알 필요가 없는 정보들이 공개되는 문제는 “당사자들에겐 치명적”이라며, 새로운 가족관계등록제도를 도입한 정부 관계 기관들이 심각하게 이 문제를 받아들여 방안을 마련해줄 것을 주문했다.
 
친양자제도로 전환하지 못하는 사람들 ‘막막’
 
가족관계증명서에 입양사실이 드러나는 문제는 올해부터 시행되는 친양자제도를 이용할 경우에는 해소될 수 있다. 친양자제도는 법률상 완전한 친생자로 인정하는 제도다. 친양자로 입양되면 가족관계증명서에는 입양사실이 드러나지 않고, 친양자 입양관계 증명서에서만 확인된다.
 
그러나 친양자 입양을 하기 위해서는 친생부모의 입양 동의를 얻어 반드시 가정법원의 친양자 입양재판을 거쳐야 하며, 아이가 15세 미만인 경우에만 가능하다. 나이가 15세를 넘긴 경우는 달리 방도가 없는 것이다.
 
또한 이미 기존에 합법적으로 입양을 한 사람들은, 친양자 제도로 전환하기 위한 과정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이 제도가 새로 입양하는 사람만 대상으로 하여 신설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김명희씨는 “이미 입양을 할 당시에 친부모가 친권을 포기한다는 것을 증명했는데, 다시 친양자제도로 바꾸기 위해 다시 친부모의 입양 동의 의사를 받아 재판을 해야 합니다. 친부모의 사는 거주지가 일정치 않을 때도 많은데, 수사권도 없는 민간인이 어디서 어떻게 친부모를 찾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하소연했다.
 
송가영씨의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송씨는 아이를 입양할 당시, 친모를 찾으려고 몇 년간이나 노력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때문에 친양자제도로 전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주위에 입양한 사실을 알리지 않은 터라, 재판을 한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대법원 측, ‘법률이 정한 사항이라 어쩔 수 없다’
 
▲ 2006년 9월 14일 국회법제사법위원회 주최 <새로운 신분등록법에 관한 공청회> 
이러한 문제들은 가족관계등록제가 도입되기 전부터 충분히 예상됐던 사실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해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될 당시, 대법원이 준비하고 있던 새로운 가족등록제도에 대해 ‘개인의 인적 사항 전반이 드러나 보이는 증명서 양식이며, 이는 개인정보보호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대법원 가족관계등록과 관계자는 기본증명서와 가족관계증명서에 개인정보유출에 따른 문제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법률이 정하고 있는 사항”이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현재 시행된 법은 “대법원이 가지고 있던 안에서 국회의원(대법원과 당시 열린우리당 이경숙 의원 대표발의)이 수정한 것”이라면서 “제도 개선을 한다고 하면 국회입법청원의 방법이 있을 수 있고, 대법원은 그럴 권한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전 민노당 정책연구원 윤현식(진보신당 창당준비위)씨는 호주제 폐지에 더불어 새로 도입될 신분등록제에 대해 지난 몇 년간 시민사회 단체들이 대안까지 제시하며 문제제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장치가 없는 채로 법률이 제정됐다”면서 “근본적으로는 법률 개선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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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선이 필요하다 2010/04/28 [23:28] 수정 | 삭제
  • 양육도 포기하고, 아이에 대해 모든것을 포기를 하였는데, 왜 가족관계증명서에는 자녀로 등록이 되어야만 할까, 상속이 그리도 중요하더냐? 현재의 자녀, 혼인 중의 자녀, 함께 살고 있는 자녀만 등록을 해야지, 과거에 있었던 모든 일들의 흔적을 다 까발려(?) 놓으면 어쩌란 말인가?
    허점투성인 법이다. 개선이 요구된다....
  • 나라가... 2008/04/23 [04:48] 수정 | 삭제
  • 가족관계증명서에는 말그대로 현 가족만 등재할것이지....ㅉㅉ
    이혼은...혼인관계증명..입양은....그럼 무엇하러 따로따로 만들어놨노..ㅉㅉ
  • 더 심각하다 2008/03/20 [16:35] 수정 | 삭제
  • 오늘 가족관계부 보고 방송에서 듣던거와는 다른
    심각성이 보였다

    빠른시일내에 법률을 손봐라! 알것느냐
  • 사다리 2008/03/05 [19:48] 수정 | 삭제
  • 결혼안한 비혼모는 자녀관계가 안 뜬다고 난리인데..
    친권포기한 비혼모는 친모라고 주민번호까지 뜬다니..
    문제가 심각한 나라다.
  • 조우진 2008/03/05 [18:50] 수정 | 삭제
  • 문제의 핵심은 "혈연 중심의 고루한 가족관"이 아니라 상속을 핵심으로 하는 소유권의 문제가 아닐까요. 혈연 중심의 가족제도를 고집하는 이유가 상속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고, 반대로 내 자식에게 상속을 시키기 위해서 혈연 중심의 가족제도를 고집한다고도 볼 수 있죠. 결국 상속의 문제를 제대로 건드리지 못하면, 미봉책만으로 제도를 누더기로 만들 뿐이라고 봐요.

    그런 문제 의식은 일다에서 보이지 아쉽네요. 왜 저들이 혈연 중심의 가족제도를 어떤 형태로든 남기려고 하는지 다른 각도에서 다뤄주었으면 좋겠네요. 정말 저들은 혈연 중심의 가족제도라는 DNA를 가지고 태어난 걸까요? 아니면, 상속이라는 재산권의 문제 때문에 필연적으로 혈연 중심의 가족제도를 지키려고 하고, 그런 와중에 소수자의 차별을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게 아닌지. 필연적인 차별.

    상속이라는 재산권의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신분관계의 공시라는 제도의 취지 자체가 필요 없어 지게 되고, 그렇다면 정말 아주 기본적인 사건의 기록만으로 신분제도를 유지할 수 있죠. 마치 저당권 같은 녀석들이 없어지면 부동산등기가 필요 없어지게 되고, 회사 같은 녀석들이 없어지면 상업등기가 필요 없어기제 되는 것처럼.
  • 초코초코 2008/03/05 [01:55] 수정 | 삭제
  • 가족관계증명서에 친부, 친모까지 기재하고 양육하는 부모를 양부, 양모라고 할 거면 굳이 입양관계증명서는 왜 만들었지??
    신분등록제도가 확 달라질 것처럼 선전해놓구 생색내기만 한 것 같다.
  • yo 2008/03/04 [16:06] 수정 | 삭제
  • 애초에 법률 정할 때 이런 문제들 예상해서 달리 정할 수도 있었을텐데. 소수라 해도 저런 문제는 평생가는 심각한 문제인데 또다시 법률을 손봐야 할 거라니 한숨만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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