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 인생 사는 것도 아닌데…”

경정,경륜장 매표원들 외주화 막아달라 호소

조이여울 | 기사입력 2008/03/18 [04:36]

“하루살이 인생 사는 것도 아닌데…”

경정,경륜장 매표원들 외주화 막아달라 호소

조이여울 | 입력 : 2008/03/18 [04:36]
“우리가 원하는 건 처음부터 끝까지 고용안정이에요. 공단이 시급제로 전환하려고 해서 우리가 절박한 마음에 노조에 가입한 거거든요. 근데 (노조가) 버팀목이 안 되어주니까 탈퇴한 거죠. 외주화되면, 우리가 하루살이 인생 사는 것도 아닌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문영숙/국민체육진흥공단 발매원)
 
“외주화라는 말을 누가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공식적으로 이사장이 (외주화) 안 한다고 얘기했고, 조합원이 원하지 않으면 사측이 일방적으로 할 수 있나요? 자꾸 소수의 사람들이 근거 없이 말하는 것 같은데, 그런 얘기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모필환/국민체육진흥공단 일반노조 위원장)
 
경륜장과 경정장에서 발권 업무를 하고 있는 매표원들은 최근 2년 간 외주화 위기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공기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발권업무를 외주화시켜 용역회사에 넘겨버리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발매원들이 조합원으로 소속된 노동조합(한국노총 비정규직 노조)에서는 외주화에 대한 우려가 “기우”일 뿐이라며, 이야기조차 꺼내지 말라고 일축하고 있다. 과연 발매원들이 호소하는 고용불안의 문제는 기우인 것일까?
 
40,50대 여성노동자들, 외주화 압력 피부로 느껴
 
▲ 외주화 문제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발매원들     © 일다
1천 여명에 달하는 발매원의 대부분은 40~50대 여성들이다. 경륜은 주 3일, 경정은 주 2일 일하는데, 경륜과 경정 발매를 함께해서 5일 근무를 하는 이들도 많다. 발매원들이 비정규직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등 단체행동을 하게 된 것은, 2006년 연말 사측의 시급제 전환의도를 거부하면서부터다.

 
시급제 전환 논란은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 달 말, 경정 업무가 시작되면서 사측이 제시한 근로계약서 내용이 다시금 문제가 됐다.
 
사측은 시급제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며 주요 수당과 연차를 다 준다고 했지만, 발매원들은 노동시간을 계산해보았을 때 법적으로 정해진 휴게시간을 제하면 주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근로자’가 되는 여지를 남기고 있다고 반발했다. ‘초단시간근로자’가 되면 급여가 깎일 뿐 아니라, 연금과 보험에서 제외되고 퇴직금과 연차휴가 등도 적용 받지 못한다.
 
발매원 송기향(47)씨는 ‘공단이 밖으로는 외주화 계획이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우리를 파트타이머로 전환시키고 발권업무를 외주화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우려를 입증해주는 문서도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과 관련하여 국민체육진흥공단이 2007년 4월 정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향후 경주종사업무 전체에 대한 외주화 추진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애타는 발매원들과 달리 천하태평인 노동조합
 
그런데 언제 외주화될지 몰라 살얼음을 걷는 심정인 발매원들과는 달리, 노조(한국노총 소속 비정규직 노조) 측은 아무 문제도 없다는 반응이다.
 
사측이 정부에 제출한 문서에서 외주화 계획을 밝히고 있는 점에 대해, 모필환 국민체육진흥공단 일반노조 위원장은 “노동조합을 어떻게 끌고 갈 건가 계획을 짜듯이 회사에서도 경영을 효율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계획할 것 아닌가” 라며 “하나의 안”일 뿐이라고 말했다.
 
모필환 위원장은 이어 발매원 외주화 문제는 “노사가 합의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외주화되도록 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반노조에서 왜 낙관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며, “외주화가 많이 일어난 사업장들에도 대부분 노조가 있었고, 노조 역시 공기업의 경영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기업의 경우 경영혁신과 관련해 경영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 내용을 보면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 높은 평가를 받게 되어 있고, 현재로선 그 평가지표에 의해 통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외주화 방식이 선택될 소지가 상당히 크다는 것이다.
 
은수미 연구위원은 “노조의 의지와 무관하게, 공기업이 경영평가를 받지 않고 민영화 되어버리면 노조도 손을 쓸 수가 없게 되고 더욱 열악한 고용조건에 처하게 된다”고 말하며, “다른 경영혁신 방안을 (노동조합이) 내놓지 않는 한, 사람 자르기 중심의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은 연구위원은 노조가 발매원들의 고용안정 문제에 손을 놓고 있어선 안 된다고 촉구하는 한편, “남녀고용평등의 측면과 소수자에 대한 일자리 창출 면에서 볼 때, 이들의 노동권을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원칙 하에” 공기업의 경영혁신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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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아 2008/03/18 [18:18] 수정 | 삭제
  • 요즘 여기저기에서 구조조정 일어나고 용역화되어버리는 게 무섭습니다. 노조가 강성이어도 뭣합니까. 비정규직, 여성들은 관심도 없군요.

    공기업의 사회적인 책임이라는 것도 있는데, 생존형 저임금 받는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거나 버리는 방식으로 가지는 않도록 해야지않을까요. 정부가 하는 걸 보면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말도 무색할 지경이지만요.
  • 어렵습니다 2008/03/18 [11:44] 수정 | 삭제
  • 매표원들 외주화 추세인데 노조가 어용 짓을 지대로 하고 있군요.
    허나, 어용 탓만 할 것이 아니라,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노동자들 조직화에 더 힘을 썼더라면? 하고 반문해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발매원 노조 힘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