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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받은 마음의 회복
지역 라디오방송 DJ를 꿈꾸는 보라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윤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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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라
생각해보면, 보라는 늘 웃고 있는 모습으로 기억됐다. 예의 바르고 어딘지 모르게 깍듯해 보이는 태도와 말투. 그런 말 했더니, 막 웃는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말.


“그게 제 문제라는 거예요.” 

그럴 수도 있겠다. 웃음으로는 사람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지 못할 때가 많다고 나도 느끼곤 하니까. 보라는 오래 전 앓게 되었다는 자신의 마음의 병에 대해 얘기를 꺼냈다.

“우울증이 심했어요. 병이 극심해서 운동을 하게 된 것이라고도 생각되고, 사회운동이란 것이 자기를 고양시키는 어떤 것이잖아요. 구원 담론이랑 맞닿아 있기도 하고.”

스무 살을 갓 넘겼을 무렵, 그는 사람들에게서 크게 상처받은 일이 있었다고 한다. 이제는 “내가 상처 받은 만큼, 상처를 줬으니까 힘들어하는 거겠죠” 라고 말하지만, 아무리 발버둥쳐도 거기에 끄달려가는 마음과 벗어나고픈 마음 속에서 번민하며 고통을 받아왔다. 그의 마음과 뇌리 속에 깊은 상흔을 남긴 사건을 나로선 가늠하기 힘들었다.

마음이 아플 때 떠난 여행

▲ 보라
한때 긴장과 우울이 심하게 교차하던 어느 날은 정신을 아득한 곳에 놓고는, 기차가 들어오는 전철 선로를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이대로는 못 살겠다고, 정말 죽을 것 같다고 생각했을 때 그가 선택한 것은 ‘여행’이었다. 그때 수중에 150만원 상당의 돈이 있었는데, “이 돈으로 병원엘 갈까, 여행을 갈까” 궁리했다.


“나의 문제를 알기 위해 제 딴에는 책도 읽고, 주변에 구할 수 있는 정보는 다 구해 봤기 때문에 내가 다른 사람을 상담도 할 수 있을 정도였어요. 만약 병원에 갔다면 내가 의사를 분석할 판이었던 거죠.”

그래서 여행을 선택했다. 선택 후, 그는 비자를 받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 3일도 참을 수 없었다. “간다고 생각하니, 삼일 기다리는 것도 죽을 것 같아서 무작정 떠났다.”

준비 없이 떠났던 길이건만 그곳의 하늘과 땅, 자연, 그리고 사람들은 여행자를 품어주었다. 여행을 통해서, 그곳에서부터 그는 변하기 시작했다.

“상해에서 52시간을 기차를 타고, 라싸로 갔어요. 기차를 타고 가는 첫날밤에 침대에 누워 생각을 하는데, 내가 너무 웃긴 거에요. 많은 것을 포기하고 왔으니까, 내가 왜 이 여행을 왔는지, 뭐 그런 그럴 듯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서울에 돌아가면 치아교정을 해야지’ 이 계획을 세우고 있더란 거죠. 웃겨 가지고…”

비자를 받지 못하고 왔던 길이라 위험한 순간도 많았고, 겁에 질리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살 궁리만 하는” 자신을 보면서 깨달은 바도 있다. 공간이 달라지니, 생각도 달라졌다. 떨쳐버릴 수 없었던, 그를 줄곧 따라다니던 그 많고 많은 생각들은 자취를 감추었다. 서울에서 자신을 괴롭히던 현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고, “모든 것이 비현실처럼 여겨지고, 여기 와 있는 현실만 진짜 현실처럼 느껴졌다.”

“(나를 괴롭히던) 이것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어요. 내가 스스로 만든 무게였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됐죠. 그래서 달라진 것 같아요.”

더디지만 ‘변화’한다는 것

▲ 보라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려있다는 것, 훌훌 털어내면 아무도 그를 상처 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데도, 걸어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여행을 다녀와서, 서울에 있던 그 현실로 돌아오니까 이게 내 현실이구나, 싶었죠. 사람이 왜 이렇게 변하기 힘든지.”
 

그러나 그때와 지금 다른 점은 “내가 이런 상황에 무너질 것이라는 것, 무너질 때를 알고” 대처하는 것. 그것이 “변화”이다. “내가 힘든 상황이고, 어떻게 해야 할지 아니까 생각을 정지할 줄 알게 됐다”고. 그래서 예전보단 “회복 시간이 짧아졌다.”

그는 여행을 다녀오기 전과 후에 찾아온 변화에 대해 길게 얘기했다.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지점. 그 지점에서 다시 출발하고 있는 모습.

지금 그를 옥죄고 있는 일은 논문 작업인데, 이 일이 끝나면 또 여행을 떠날 것이라고 했다. 여행 루트를 설명하는 눈에 힘이 들어간다.

마음의 병에 대해서 심각한 얘기를 하는데도 연신 웃으면서 말하는 보라. 그의 웃음이 이제는 여유처럼 느껴졌다. 그의 얘기를 들으면서, 나도 한때 마음이 힘들 때 어떻게 넘어오고, 어디를 거쳐왔는지를 자꾸 떠올리게 되었다.

몇 년 후엔 그는 또 어떻게 변해 있을까. 혹시 가까운 미래에 하고 싶은 일을 미리 생각해둔 게 있을까. 오래 생각하지 않고, 바로 답하는 보라의 모습 속에서 얼마나 자주 생각해왔는지 알 수 있었다.

“라디오 DJ를 하고 싶어요. 음악, 책 소개하며, 일기 쓰듯이 편안하게 진행하는…”


돈을 받고 직업처럼 하는 라디오 DJ가 아니라, 지역 라디오방송에서 일주일에 한번 정도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주며 책 얘기도 편안하게 하고 싶다고.

대인공포증이 있다고 말하지만, 그는 사람과 친구를 필요로 하고 있는 자신을 안다. 어쩌면 사람의 소중함에 대해 남다른 기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그와 헤어지면서 든 생각이다.

그의 목소리가 전파를 타고 전해질 날도 언젠가 있을 게다. 언제나처럼 웃으면서 심각한 얘기도 툭툭 건네며, 자연스럽게, 편안하게. 그가 진정으로 원하고 있으니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옆에서 응원하는 마음이면 충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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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3/19 [07:45]  최종편집: ⓒ 일다
 
장작 08/03/19 [17:45] 수정 삭제  
  짧은 사이, 저도 내 마음을 읽어보고 돌이켜보았습니다.
회복 시간이 짧아졌다는 변화가 무엇인지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응원 08/03/21 [11:27] 수정 삭제  
  스스로 만드는 무게라는 걸 알게 되는 거. 나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내가 만든 벽들이 얼마나 많은지 한번 생각해봐요. 나도 용기를 낼게요.
봉창 13/02/15 [10:53] 수정 삭제  
  이제 글을읽습니다. 공감100% 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힘들게하지요~` 50이다된지금도~~무게를덜고,,변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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