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관계정보 요구 취업관행 바뀌어야

민우회, 구인구직 사이트 모니터 결과 밝혀

박희정 | 기사입력 2008/03/28 [01:16]

가족관계정보 요구 취업관행 바뀌어야

민우회, 구인구직 사이트 모니터 결과 밝혀

박희정 | 입력 : 2008/03/28 [01:16]
가족관계등록제 시행으로 프라이버시권을 심각하게 침해 받고 있다는 사람들이 속출해, 가족관계등록법의 허점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우리 사회에서 불필요한 개인의 정보공개를 관행적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입사지원 시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등 과도하게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

기업의 개인정보 요구, 차별로 이어질 가능성 커

“가족관계등록법 자체의 문제점을 고쳐나가는 것과 함께 ‘정부나 기업에서 왜 가족관계증명서가 필요한가’라는 근본적 물음을 할 필요가 있다.” (이원형/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이 주최한 ‘가족관계등록법’ 관련 긴급토론회)
 
현재 가족관계증명서는 취직을 할 때 구비해야 하는 서류로 통한다. 가족관계증명서는 부모, 배우자, 자녀의 인적 사항을 기재하는 것인데, 가족관계증명서를 통해서 당사자의 이혼, 입양, 한부모 가정 등의 정보도 쉽게 알 수 있다.


한국 사회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강하고, 이혼가정이나 한부모 가정, 입양가정 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심각하기 때문에, 기업에서 가족관계증명서를 요구하는 것이 개인정보 노출 피해를 초래할 뿐 아니라 차별로 이어질 소지도 안고 있는 셈이다.

한국여성민우회(이하 민우회)에서 인터넷 포털과 구직/구인 사이트를 모니터 한 결과에 따르면, 대다수의 구인업체에서 지원자에게 가족관계증명서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한 기업의 온라인 지원서 서식 중 '가족사항' 부분 (출처-민우회)   
 
가족관계 증명과 ‘공무수행’이 무슨 연관?
 
이는 공공부문도 예외가 아니다.

“한 지역의 보건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한 신규 임용예비자가 구비, 제출해야 할 서류에도 아버지를 기준으로 발급된 가족관계증명서가 포함된다.”

이원형 민우회 활동가는 “가족관계가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 당사자의 ‘공무수행’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라는 의문을 던졌다. 심지어 “대법원 산하에 있는 것이 분명한 각 지방법원에서조차 올 봄 10급 속기사를 채용하면서 접수서류로 가족관계증명서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대기업의 경우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지원단계부터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하도록 되어 있지는 않지만, 지원서식 안에 가족들의 최종학력, 직장명, 직위 등 세부사항을 입력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민우회 측은 서류심사를 통과한 후 면접 시에는 역시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기업들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기관을 막론하고 공사 기업에서 “무차별적으로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실정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정부는 이런 기업들의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고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민우회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노동부는 2007년 개방형 표준이력서 양식을 개발해 “개인정보 중 주소, 전화번호 등 연락과 관련된 사항을 제외하고 성별, 혼인여부, 가족관계 등에 관한 사항은 원칙적으로 요구하지 않도록 한다”고 권유하고 있다.

이원형 활동가는 “타인의 가족관계를 요구해도 좋다는 기업의 관행과, 그 정도는 요구할 법하다는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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