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은행'에 거래를 트자

돈으로 세상을 바꾸는 ‘에코 저금 프로젝트’

오오츠카 아이코 | 기사입력 2008/04/01 [00:56]

'착한 은행'에 거래를 트자

돈으로 세상을 바꾸는 ‘에코 저금 프로젝트’

오오츠카 아이코 | 입력 : 2008/04/01 [00:56]
지난 2월 도쿄에서는 이색적인 모임이 열려 소개하고자 한다. 모임의 주제를 짧게 요약하자면 ‘돈의 흐름을 바꾸자’는 것. 흥미로운 주제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이 모임은 <돈으로 세상을 바꾸는 30가지 방법>이라는 책 출판이 계기가 되었는데, 이 주제에 대해 더욱 심도 깊은 고민을 나누고자 개최됐다.
 
예금한 돈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나
 
 © 페민
일본의 은행에 우리들이 예금한 돈은 2007년 현재 500조 엔에 이른다. 사람들의 예금으로 투자 혹은 융자되는 기업 중에선 우리가 원치 않는 군수산업과 환경파괴에 앞장서는 기업이 포함되어 있다. 이것은 간과할 수 없는 중대한 문제다.

 
츠치야 가즈유키씨(A SEED JAPAN 활동가, 에코저금 프로젝트)는 실례를 들어 비판했다. 특히 클러스터 탄약은 비인도적인 병기라는 이유로 몇몇 국가 간에 금지조약을 책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일본의 대형은행 세 곳(미츠비시 UFJ 은행, 미츠이스미토모 은행, 미즈호 은행)이 현재 이 탄약의 제조와 관련된 기업에 융자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바꾸고자 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츠치야씨는 “벨기에에 있는 NGO 네트워크 플랑드르는 은행들이 병기산업에 대해 융자하는 것을 막는 캠페인을 실시하여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유럽에서는 ‘환경,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과 사업에 융자한다’는 방침의 ‘소셜 뱅크’가 탄생하고, 일본에서도 같은 취지의 NPO 뱅크가 전국 약 열 곳에서 설립되고 있습니다”라고 소개했다.
 
츠치야씨가 활동하고 있는 ‘A SEED JAPAN’(www.aseed.org)은 국제청년환경단체네트워크인 A SEED(환경, 개발, 협력, 평등을 위한 국제행동)의 일본 지부로, 1991년 10월 설립되었다.
 
‘에코 저금 프로젝트’는 환경과 사람을 배려하고 지역과 사회를 위한 돈의 흐름을 만드는 캠페인이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은행계좌와 출자처, 투자처를 은행의 ‘사회성’과 ‘환경공헌을 위한 노력’을 고려하여 고르는 새로운 저축의 형식을 말하는 것이다. 공공성을 확보하는 은행을 엄격한 기준에 의해 제시하고, 시민들이 거래은행을 변경하도록 유도하는 캠페인이다.
 
국제조세를 통해 필요한 곳으로 돈이 흐르도록
 
 © 페민
우에무라 다케히코씨(치바대학 대학원 교수)는 100만 명의 주민이 사는 케냐 나이로비의 슬럼가를 방문했던 경험을 들려주었다.

 
“40% 이상이 에이즈 감염자로 추정되지만, 병원은 없습니다. 화장실은 40세대에 하나 있는 처참한 상황이었습니다”라고 이야기하며, 이러한 빈곤층이 발생하는 배경에는 거대한 이익을 올리고 있는 다국적 기업과 헤지펀드라는 투기 자금의 존재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국적 기업은 싼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는 국가에서 제품을 생산합니다. 그 나라에는 세금을 내지 않고, 택스 헤이번(조세 도피지역, Tax Haven)에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 컴퍼니(물리적 실체 없이 서류형태로 존재하며 회사의 기능을 수행하는 회사)를 만들어 매상을 옮기는 방법으로 탈세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 종류의 돈이 연간 28조 엔입니다. 또한, 세계에는 실체경제의 3.6배나 되는 금액을 움직이는 헤지펀드가 있어, 단기에 대량의 돈을 움직여 개발도상국에 통화위기를 발생시키거나, 기업을 파산에 몰아넣기도 합니다.”
 
이러한 자본의 글로벌한 움직임에 글로벌하게 세금을 부과하자는 시도가 ‘글로벌 택스(국제조세)’다. 통화거래에 세금을 부과하자는 토빈세(Tobin’s Tax) 구상도 그 중 하나지만, 아직 실현되지는 않았다.
 
실현된 예로는 프랑스와 칠레 등에서 2006년에 도입한 국제연대세를 들 수 있다. 항공운임에 세금을 부과해, 그 돈을 도상국의 의료지원에 충당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정부는 이 국제연대세 도입에 소극적이다.
 
지역에서 사용한 돈은 지역에서 순환되는 시스템
 
다나카 유씨(ap bank 감사)는 세계화된 경제에 얽매이지 않는 시스템을 실천하자고 제안하며, “지역에서 사용한 돈이 지역에서 순환되는 시스템을 만들자”고 이야기했다.
 
“예를 들어 전국 규모의 영어학원 외에,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교실을 열 수 있게 하고, 야채는 농협이 아닌 직판장에서 파는 것. 그 외에도 벼룩시장이나 지역통화 등 돈은 움직이지만, 실상은 물물교환에 가깝게 하는 것을 방향으로 삼고 있습니다. 개인 차원에서도 야채의 자급이나 자연에너지에 의한 전력 자급 역시 목표로 할 수 있습니다.”
 
다나카 유씨가 활동하는 ap bank(www.apbank.jp)는 인기 록밴드 Mr. Children의 사쿠라이 가즈토시, 음악 프로듀서인 고바야시 다케시,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 세 사람의 아티스트가 출자해 설립한 금융 NPO이다. 이들이 출자한 자금은 환경보호, 대안에너지로 알려져 있는 자연에너지 촉진사업, 에너지 절약 등 다양한 환경운동이나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개인, 단체에 저금리로 융자를 해주고 있다.
 
참가자의 90%는 20~30대로, 먼 곳에서 찾아온 사람도 있었다. 모임 후반부에는 NPO, 자급자족 등의 테마 별로 참가자간 의견교환이 이루어졌다.

※ 이 기사는 <일다>와 기사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여성주의 언론 <페민>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고주영님이 번역, 편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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