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미님은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에서 일하고 있으며, 일다 편집위원입니다. –편집자주>
4월 4일, 법무부는 기존에 결혼이주자에게 면제하였던 국적필기시험을 2009년 1월 1일부터 부활시키겠다고 발표했다. 결혼이주자가 한국국적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한국어 필기시험을 통과하거나, 약 200여 시간에 달하는 사회통합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따르지 않는 결혼이주자에게는 국적을 부여하지 않을 것이며, 체류상 불이익도 불사하겠다고 한다. 이는 결혼이주자에게 국적필기시험을 면제했던 2003년 법무부의 조치를 역행하는 정책이다. 우리 정부가 2003년 당시 결혼이주자에 대한 국적필기시험을 면제하기로 결정한 것은, 한국 가족제도로 편입하는 결혼이주의 특수한 맥락을 고려해 가족으로의 통합, 사회로의 통합을 보다 용이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 이루어졌다. 그런데 법무부는 어떤 근거에서 결혼이주자에게 국적필기시험을 다시 부활시키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법무부는 결혼이주여성의 사회 부적응을 “돕기”위해 사회통합 교육 “의무화” 정책을 도입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200여 시간에 달하는 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는 법무부의 정책에는 아내로서 가사노동, 며느리로서 노부모 봉양, 어머니로서 육아, 경제적 기여를 위한 노동이라는 다중의 부담을 감당하고 있는 이주여성의 현실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 현재 이주여성이 국적을 취득하거나 체류연장을 하려면, 그 과정에 한국인 배우자의 조력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현 국적체계는 한국인 배우자에게 당연히 이주여성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부여했다. 이는 결국 이주여성을 가정폭력 등 인권침해적인 상황 속에 취약한 구조로 내몰게 되는 부분이 있다. 이러한 상황과 맞물려 이번 법무부의 조치는 구조적인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소지가 있다. 사회통합교육을 국적취득 조건으로 의무화하는 것은 국제결혼 가정 내에 기존하는 불평등한 위계구조를 더욱 강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주여성이 처한 현실에 대한 구체적인 진단과 대책 없이 일방적인 사회통합 교육만을 강요한다면, 수많은 이주여성들이 불법체류자로 전락하거나 더욱 극심한 인권침해 상황에 내몰리게 될 것이다. 얼마 전 우리 사회에 충격을 던져주었던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후안마이” 사건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결혼 후 한국어 교육은 물론 외출도 금지되었던 감금생활을 견디지 못해 베트남으로 돌아가겠다는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죽음에 이르도록 자행된 한국인 남편의 폭력이었다. 결혼이주자 일방에게만 부가된 한국 사회로의 정착과 통합의 짐을 어떻게 한국인 가족과 한국사회가 함께 분담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사회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 그 연장선상에서 사회통합교육프로그램은 국적과 연계한 “의무화” 방식이 아니라, 이주자에 대한 “정착지원서비스”로서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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