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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이루고 싶은 것 많아요"
[5주년 특별인터뷰] 그때 그 사람① 김선영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윤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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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는 매주 ‘매력적인 여성’들을 만나왔습니다. <일다 인터뷰>는 사회가 강조하는 외모나 지위, 수상경력이 아니더라도 여성들에게는 다양한 매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코너로 인기를 누려왔습니다. 5주년을 맞아 특별기획으로 ‘그때 그 사람’을 다시 만나 인터뷰한 기사를 매월 1회 싣습니다. –편집자 주
 
▲ 김선영
“딱 3년만이지요?”
김선영씨는 긍정의 뜻으로 눈웃음을 지으며 쳐다본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거의 동시에 “어떻게 지내셨어요?”라고 인사말을 건넸다.

 
3년, 길면 길고 어쩌면 짧은 시간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사이 변한 헤어스타일이나 차림새로, 거리에서 만났다면 서로 몰라보고 지나치지 않을까 싶다. 안부인사를 주고받는 동안은 서로가 변한 모습에 낯선 느낌이 없지 않았다. 그것도 잠시, 그의 변함없는 유쾌한 말투에 앉자마자 웃음이 터져 나왔다.
 
더 늦기 전에 시도한 공부
 
예나 지금이나 그는 여전히 바빠 보였다. 말하는 모습이나 표정에서도 활기가 여전했다.  이런저런 골치 아픈 일도 있으련만 여전히 무엇이든 즐기려고 노력하고, 밝은 마음으로 대하려는 태도. 그리고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느끼고 도전하고, 배우고, 노력하고 있었다.
 
“요즘 패션 디자인 공부하고 있어요.”
 
예전부터 이 분야에 관심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관심에서만 그쳐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더 늦기 전에 시도를 해봐야” 미련이 남지 않을 것 같아 움직였다. 학원과 교육기관을 알아보는데, 국비로 교육하는 수업을 알게 되어 지원했더니 자격요건이 맞아 무료로 수업을 받고 있다고 한다.
 
더 늦지 않게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고 문을 두드렸는데, 이렇게 지원까지 받으며 교육받을 수 있다니. “나 살면서 ‘국비’ 뭐 이렇게 쓰여진 거 봤지만 나랑 관련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나랏돈 받으면서 공부하는 것이 영 신기한 모양이었다.
 
“의외로 제 나이 또래 여성들이 많더라구요. 다들 다른 일을 하다가…”
“여전히 재밌는 일들을 꾸미고, 활기차게 생활하시네요.”

 
그런데 주변에서는 이런 반응만 있는 게 아니라고 한다. 자신의 이런 모습에 대해 ‘저 나이에 아직도 그러는 게 불안해 보인다’는 얘기도 듣는다고.
 
“인생에서 한 우물 파는 사람들 보면, 난 그런 사람들이 제일 부러워요. 난 왜 그러지 못할까 라는 생각도 들고, 남들과 비교하면서 스트레스도 받고. 근데 이젠 인정하기로 했어요. 내가 이렇다는 거.”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스스로 인정하기로 했으면 된 것 같다. 주변에는 자신을 인정하지 못해, 자기가 납득하질 못해 우울해 하고,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혼하고 났더니 전 남편과 관계가 좋아졌어요”
 
▲ 김선영
3년 전 선영씨를 만났을 때, 그는 이혼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 슬슬 그 부분에 대해 물어봐야겠다 생각하는데, 질문할 사이도 없이 “나 이혼했다고 그랬죠?”라고 먼저 묻는다.

 
“이혼 했어요? 그때는 이혼을 고민하고 있었어요.”
“아, 했어요. 이혼하고 났더니 데이빗(전 남편)하고 관계가 더 좋아졌어요. 더 이상 서로 힘들게 할 일도 없고, 상대방에게 싫은 말 할 필요도 없고, 관계에서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데이빗 얼굴 표정도 많이 밝아졌고, 하하. 내가 남의 인생 망칠 일도 없고, 안 그래요?”

 
3년 전 인터뷰할 때 그는 이혼을 생각하고 있었다. 중국인이었던 남편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레소토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만나 첫눈에 반해서 앞뒤 안 가리고 결혼했다. 그후, 결혼제도 자체가 가지는 의미를 잘 모르고 결혼한 것 같다며 후회하고 있었다.
 
당시 인터뷰에서 그는 전날 밤에 남편과 국제전화로 하며 다투고 많이 울어서 눈이 퉁퉁 부어서 나왔다고 했다. 그리고 “이혼은 최악의 상황에서 하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 맞는 방식을 찾는 것”이라면서, 이혼 후에는 아이 양육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는 방법을 찾을 거라고 했다.
 
이혼에 대해 당시 스스로 정리했던 말처럼, 그는 “이혼 후 좋아졌다”고 했다. 남편이 외국인이라서 그럴까. 최근 주변에서 이혼하는 사례를 보더라도 ‘최악의 경우를 경험해야 이혼을 결심하고, 관계도 더 악화되는 사례’가 꽤 많은 것 같던데.
 
“제가 엄청난 사랑에 빠져서 결혼했잖아요. 그러나 2~3년 지나니까 완전 가족화돼서 더 이상 남자로도 안 보여요. 그래서 데이빗한테 그랬어요. ‘나는 너랑 룸메이트로는 잘 살 수 있다. 왜냐면 넌 좋은 사람이니까. 그렇지만…’ 솔직한 심정을 다 말했어요. 결혼이라는 관습이 잘 맞는 사람도 있지만 모든 사람이 다 맞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이혼하고 더 좋은 관계로 갈수도 있죠.”
 
이혼을 결심할 때는 ‘아이양육에 대해 전남편과 함께 책임지는 것’에 대해 얘기했는데, 현재 아이는 선영씨와 함께 있다. 양육비 문제며, 양육책임은 함께 지고 있는지 물었다.
 
“제가 누구에요? 데이빗이 양육비 부치고 있어요. 데이빗 좋은 사람이라니까. 그리고 아이가 일년에 3,4개월씩 아버지에게 가서 지내고요. 당연한 거 아니에요? 왜 우리 아이가 아빠를 모르고 엄마하고만 있어야 해요? 내가 말했어요. 우리 애는 엄마, 아빠 사이에서, 부모가 제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가운데 자라야 한다고. 아이에게는 그럴 권리가 있다고요.”
 
현재 그의 아들은 7살이 됐다. 지금 그와 있는 동안은 저녁시간에 언니가 어린이 집에서 데려와 아이를 돌봐준다고 한다. 결혼하지 않은 언니, 오빠가 아이 양육을 돕고 있다.
 
“애가 내 밑에서만 커야 된다고 생각하면 끔찍해요, 그렇지 않아요?” 자신이 완벽한 성격의 사람도 아니고, 신도 아닌데, ‘엄마와 아이’ 단 둘이서 폐쇄적인 관계 속에서는 놓인다는 것은 엄마나 아이나 힘들다는 얘기다. 아이 키우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현재 아이 양육을 돕는 언니와 오빠에 대해 “무한한 존경”을 표한다. 그러면서 또 덧붙이기를 “다 빚”이라고 한다.
 
길가다 만나는 슬픈 현실들
 
▲ 김선영
아이양육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아이들이 밖에서 안전하게 뛰어 놀지 못하고, 부모들 성화에 어린 나이 때부터 과중한 부담을 가지고 살아가는 지금의 현실이 “너무 슬프다”라고 말했다. 전날도 집에 돌아가다 조그만 아이가 커다란 가방을 메고 걸어가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봤는데, 그 장면이 “너무 슬펐”단다.

 
“내가 학교 다닐 때 학교가 되게 싫었어요.”
자유를 구속 받고,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틀에 매여 살아야 했던 시절을 뒤돌아보기도 싫기에 “아이를 마음껏 뛰어 놀게 해주고 싶은데”, 요즘 아이들은 더한 현실에 갇혀서 자라는 걸 보면 혼자 어떻게 할 도리도 없고, 그저 슬프기만 하다고.

 
이런저런 슬픈 한국사회의 현실에 대해 얘기하다가, ‘동물’에 대한 얘기까지 갔다. 사람들이 애완동물들을 예쁠 때 키우다가 안 예뻐지면 쉽게 버려버리는 현실. 그래서 옛날부터 그는 “인간과 동물에 대해 달리 생각하고, 개들이 말 못한다고 무시하고 그러는지” 정말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운전을 배우지 않는 이유는 “내가 차 몰고 가다가 어쩌다 강아지를 치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한다.
 
“예전에 일 보러 들어가는데 건물 앞에 큰 개가 앉아 있는 거에요. 서너 시간 일보고 나왔더니 여전히 개가 거기 있는 거에요. 근데 얘가 사이즈가 좀 커요.”
 
그는 이럴 때 지금도 그냥 지나치질 못한다. 그래서 집에 데리고 와서 그 개를 입양할 사람을 찾았다. 그러나 키울만한 사람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데리고 있는 두 달 동안 거의 울면서 지냈다고 한다. 그걸 본 많은 사람들이 그를 두고 “순수하다, 마음이 착하다”는 둥 자기를 칭찬하지만, 그 개에 대한 관심은 거의 보이질 않더라고.
 
그러다가 사람들이 하는 타인에 대한 평가도 일관되지 않다는 얘기로 흘렀다. 그렇게 자기를 순수하다고 사람들이 칭찬하지만, 그의 결혼과 이혼을 비롯해 다른 방식으로 사는 것에 대해선 격려보단 ‘나쁜’ 여자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예전에 인터뷰 기사 나간 후 남자들 중 몇은 못마땅해 하며 댓글에 ‘여자 마초’라고 뭐라고 해놨더라고 전해줬더니, 그가 막 웃는다.
 
“그렇지 않아요? 한국남자들 버릇 없잖아요. 상대방에 대한 배려 같은 건 모르잖아요. 나는 이제 죽을 때까지 결혼 안 할 것 같아요. 왜냐면 남자 잘난 척하는 꼴을 못 보겠거든.”
 
다시 한번 인터뷰에서 느꼈지만, 그는 가식이라는 걸 원체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솔직했다. 그리고 그 스스로는 아이 교육에 대한 것부터, 자신의 삶에 대해 얘기할 때 “매번 흔들린다”고 했지만, 그는 무척 자신감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도보여행을 떠나보세요
 
▲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가운데가 김선영씨)
헤어지기 전, 그에게 지난 여행에 대해 물어봤다. 3년 전 자동차로 유라시아대륙을 횡단하는 여행을 한다고 했는데 잘 다녀왔냐고 물었다. 특별한 여행이었다고 했다.

 
“한끼 식사에 음식에서 머리카락 다섯 개 나오고, 화장실 남녀 구분 없고, 고속도로에서 차가 뒤집혀서, 다친 사람이 있어서 헬기가 와서 병원으로 데리고 가고.”
 
그러면서, 나에게 조언 하나 했다. 산티아고로 도보여행을 한번 떠나보라고, “꼭 혼자서”. 2년 전에 혼자 ‘순례자들의 길’로 알려진 산티아고로 가서 아침 대여섯 시에 일어나 걷기 시작해 하루 25Km씩, 많이 걸을 때 밤 11시까지 50Km를 걸은 적도 있었다. 걷다가 싼 숙소에 묵고, 다음날 또 묵묵히 걷는데 “어떤 날은 반나절 동안 아무도 못 만날 때”도 있었다고.
 
“엄청난 장관이 펼쳐진다 이런 게 아니라, 자기 혼자 걷다가 어쩌다 자기를 다 드러내는 사람들 만나 얘기하고.” 그는 그런 게 좋단다. “일부러 가깝게 지내려고 하지 않고” 가식을 버리고 “자기를 다 드러내고 말하고 웃을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한 시간들.
 
주변에 산티아고로 도보 여행을 해보라고 권유했더니, 사람들이 영어 못한다고 용기를 못 내는 사람들 많이 봤단다. 영어 통역사로 일하는 그의 조언.
 
“난 이해가 안돼요. 한국사람들이 영어 못한다고 자괴감에 빠져 여행을 못하더라고. 우리 나라 사람들만 영어, 영어 하지 유럽 사람들 중엔 영어 못하는 사람 많고, 그걸 부끄러워하지 않아요.”
 
솔직하고 자신감 있는 그가 했던 말들 중에 유독 귀에 와 박혀 맴맴 거리는 게 있다. 꼭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해줘야겠다 싶다.
 
“애가 있어도 내가 하고 싶은 일들 하고 살고 싶어요. 부모들이 자기 자신이 이루지 못한 거 자식이 하길 바라고, 자식한테 매달리잖아요. 난 내가 바라는 거 내가 다 이루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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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5/01 [13:41]  최종편집: ⓒ 일다
 
독자 08/05/01 [16:43] 수정 삭제  
 
결혼과 이혼에 대한 이야기가 진짜 리얼했는데,
자기 인생 찾아가는 모습 보기 좋네요.
... 08/05/03 [01:13] 수정 삭제  
  시원하시네요.
08/05/04 [12:14] 수정 삭제  
  여행을 즐길 줄 아는 분이라서 그런가? .. 화끈하면서 솔직하면서.. 성장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즐거운 인터뷰 잘 봤습니다.
하하 08/05/04 [12:36] 수정 삭제  
  보기 드문 사람을 만난 것 같네요. 즐겁고 씩씩하게 사는 분 얘기를 들은 것 같아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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