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도(古都) 교토의 나뭇잎 사이로

일본 교토 여행기①

조윤정 | 기사입력 2008/05/14 [00:41]

천년고도(古都) 교토의 나뭇잎 사이로

일본 교토 여행기①

조윤정 | 입력 : 2008/05/14 [00:41]
때는 아직 벚꽃의 향취가 남아 있는 4월 말, 일본 간사이국제공항에서 내려 교토행 리무진 버스에 올랐다.
 
교토(京都)를 찾는 건 이번이 세 번째. 네 번의 해외여행 경험 중 세 번을 바로 이 교토를 거쳤다. 지리적으로 가깝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관광객으로서 교토의 매력에 끌렸다. 교토는 전통과 현대, 도시 문명과 자연이 세련되게 결합되어 관광객을 유혹한다. 교토를 즐기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혼자 느긋이 산책을 하는 것이다.

▲ 니죠죠의 벚꽃  
 
벚나무 아래에는


처음 교토를 찾았을 때는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6월의 어느 날이었다. 그 다음 해는 신록이 우거진 5월. 그리고 올해 가까스로 교토 벚꽃의 막차를 탔다. 때마침 이조성(二條城, 니죠죠)에 벚꽃이 필 때만 설치되는 라이트업 행사의 마지막 날이었다.
 
1601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축성을 시작한 이조성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으며, 도쿠가와 막부의 화려했던 영화를 보여주는 건축물이다. 그러나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화려하고 위풍당당한 성이 아니라, 어둠 속에 정교한 조명을 받으며 흐드러지게 꽃이 피어있는 벚나무였다.
 
아기 주먹만한 꽃송이가 작은 공처럼 뭉쳐 있는 벚꽃, 수양버들처럼 가지를 늘어뜨린 벚꽃 등 그 종류도 다양한 벚꽃이 조명 속에서 만들어내는 풍경을 무어라 표현할 수 있을까.
 
“벚나무 아래에는 시체가 묻혀 있다. 그렇지 않다면 벚꽃이 저렇게 멋지게 피어나는 일 같은 건 일어날 수 없을 테니까.” (카지 모토지로 <벚나무 아래에는> 中, 1927년 작)
 
엷은 핑크색의 꽃 색이 피를 연상시켜서일까? 극단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죽음의 이미지를 끌어들이는 작가의 미의식이 별로 호감이 가지는 않지만, 반지르르한 머리카락을 흔들고 있는 벚나무들을 보고 있자니 자연스레 이 구절이 떠올랐다. 조명 속에서 벚나무들은 아름다움을 넘어 귀기까지도 감돌았으니 말이다.

▲ 숙소에서 본 바깥 풍경     

도시 한복판의 공동묘지
 
첫날 여장을 푼 하나조노 카이칸. 절에 딸린 현대식 건물로 콘도 같은 느낌이었다. 깔끔한 다다미방에 꽤 맛있는 일본식 아침식사 포함 6천엔 정도의 가격을 감안하면 훌륭한 숙소였다. 비슷한 가격에 좁디 좁은 비즈니스 호텔에서, 식당을 가득 메운 한국인 단체 여행객들 사이에 끼어 맛도 없는 뷔페 식을 먹었던 첫 여행을 떠올리니 호강하는 기분마저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열자 밝은 빛과 함께 쏟아진 풍경에 살짝 탄성이 나왔다. 2천여 개의 사찰과 신사 등이 남아 있는 천년 고도답게, 창밖에는 사극 속 한 장면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고찰과 신사와 옛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일반 가옥들이 산과 함께 어우러져 순식간에 과거 속으로 차원 이동을 해 온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다 문득 그 풍경 속 한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 공동묘지라는 걸 깨달았다. 일본여행에서 이 같은 풍경을 마주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일본의 장례문화는 화장이 대부분이고 보통 가까운 공동묘지에 모신다. 굳이 절 옆이 아니라도 도시 한복판 고급주택 사이에서 묘지를 발견하는 게 전혀 이상한 풍경이 아니다.

▲ 도시 한복판에 자리잡은 공동묘지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공동묘지가 공원처럼 되어 있어서 사람들이 운동도 하고 산책도 하며 위화감이나 두려움 없이 접근한다. 납골당이 혐오시설로 분류되는 우리 사회에서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다.
 
묘지의 모습은 결국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하는 점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한국에서 묘지는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다. 죽은 이를 그리워하고 추모하는 공간이 되기에 한국의 묘지들은 너무 멀고 거대한 것 같다. 시신을 훼손하지 않고 좋은 곳에 모셔야 후손이 잘된다는 생각이 있어서 양지바른 산자락을 깎아 공동묘지를 조성한다. 산은 죽는다. 거대한 공동묘지들은 그대로 ‘산의 무덤’이 된다.
 
우리는 죽음을 담백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걸까. 죽는다는 것은 그저 떠나는 것이면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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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사카의 별 2008/09/25 [00:10] 수정 | 삭제
  • 90년대초 오사카 야호살때 가봤었는데 긴까꾸지 니죠죠 오사카성 오사카 해양박물관 .,.....오사까 해안지방이라 습도가 높아 여름에 무척 더웠던 기억이 새롭다
  • 대동아공영권 2008/05/20 [01:12] 수정 | 삭제
  • 도시국가나 작은 서유럽의 국가들 말고, 영향력있는 국가중에서는 최고지. 일본은 자체가 예술이다. 그냥 단순한 발전국가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가 완벽한 국가다. 유일무이한 단점이라면, 너무나 과도하게 완벽하다는 게 단점인게 일본이다. 카메라를 갖다대면 모든 것이 아름답게 나오는 피사체를 갖고 있다고나 할까? 딱히 카메라가 좋거나, 사진 찍는 기술도 필요없다.

    조선에도 후쿠자와 유키치같은 인물만 있었어도..이미 100년전에 탈아시아를 이야기했던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태양이 떠오르는 대일본제국..한 세대가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지 못한 그 죄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게 한국의 비극..

    한국의 좌파들을 보면..영원히 한국은 일본을 이길수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어떻게 엎어지면 코 닿을만한 나라의 발전상의 핵심을 아직도 모를 수가 있는지..

    사쿠라가 어떤 꽃보다 예쁘다고 느끼는 것은 나만의 생각인가?

    정말이지 필 때도..질 때도 아름다운 꽃은 사쿠라밖에 없는 것 같다..쿄토도 참 아름다운 곳이지..아..

    일본은 훗카이도부터 오키나와까지 어디를 가도 다 아름답다. 태평양전쟁에서는 비록 패전을 했지만..근대화가 시작된 이후로 단 한번도 세계최고의 레벨에서 떨어져본적이 없는 국가..도쿄GDP >>>> 한국전체GDP..경제력에서는 말 할 것도 없고, 완벽한 민도와 합리적인 사고방식..전체주의와 개인주의가 절묘하게 파레토 최적점에 올라있는 국가..개인도 전체도 모두 가장 완벽한 선택을 하는 그 뛰어난 판단력..

    한국에서의 별 볼일 없는 애국심과..마음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자긍심을 바탕으로 한..강력한 일본 국민의 단결력..차이가 많다..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서구열강세력과 세계패권을 두고 당당히 싸웠던 나라..아시아를 제패하고자 했던 그 원대한 야망.. 지금도 일본 해상자위대에서 휘날리고 있는 욱일승천기를 보면 일본의 기개를 엿볼 수 있다.일본에서는 절대 허접한 좌파운동같은 것은 용납이 되지 않는다.

    불체자 운동이나 해대는 한국과..자국의 이익과 자국민의 이익을 위해서 철저한 관리를 하는 일본과는 이미 격이 너무나 다르다. 저런 풍경속에서 단순히 아름답다는 것을 보지말고..저러한 것이 가능한 그 밑바탕에 무엇이 깔려있는지를 봐라..

    정말 우경화가 잘 된 국가가 얼마나 발전할 수 있는지 그 절정을 보여주는 국가가 바로 일본이다.

    일본은 일본이다. 서양도 아니고, 동양도 아니다. 일본은 일본으로서만 설명이 된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근대화가 되었고, 서구화가 되었지만, 아시아의 어떤 나라보다도 자국의 전통을 아끼고, 자부심을 갖고 있다. 가장 화려한 도시가 있지만, 아름다운 옛 모습이 또한 공존하는 사회. 어떤 것에도 배타적이진 않지만, 절대 아무것이나 받아들이지 않는 그 견고함.

    그토록 강한 문화력을 가질 수 있는 것에는 메이지유신이래 단 한번도 변한 적없는 그 견고한 우경화의 외길을 걸어왔던 일본..일본은 절대로 어떤 순간에도 무너지지 않는다. 아마도 일본이 바다에 완전히 가라앉게 된다면..아틀란티스 대륙같은 전설의 국가로 기억이 될 것이다..

    아시아의 태양으로서 과거에도 현재에 미래에도 빛날 것이다. 어줍잖게 한국을 비교하지 마라. 그것은 일본에 대한 모욕이다.
  • 독자 2008/05/19 [09:38] 수정 | 삭제
  • 집집마다 신사가 있는 곳. 마을 가운에 공동묘지가 있는 곳. 한국과 중국의 기와지붕을 받아들여 교묘하게 자기들의 문화로 재생성한 곳. 교토와 나고야를 방문했던 기억을 새롭게해주는 글이었습니다,
  • 아름다운 2008/05/15 [07:01] 수정 | 삭제
  • 한국도 벚꽃축제가 많아서 좋긴 하지만 니죠죠의 벚꽃축제는 또 다른 느낌일 듯. 나도 가서 보고 싶다. 사진만 보는데도 고요한 아름다움에 숨막히는 느낌이.
  • 2008/05/14 [11:52] 수정 | 삭제
  • 숀팬 주연의 영화에서 숀팬이 묘지지기의 아들로 나오는 영화가 있었는데 그게 생각 나네요. 아마도 여주인공과 공동묘지를 산책하며 데이트한다죠. ^^
    공원을 조성하거나, 주택 사이에 있는 공동묘지는 느낌이 참 좋은 것 같아요. 죽음이나 묘지에 대해서 귀신나올 것처럼 무서워하는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도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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