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다 창간 5주년을 맞아, 그 동안 기사 기획과 제보, 인터뷰, 기고, 행사참여, 후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일다와 인연을 맺고 교류해 온 소중한 분들의 축하메시지를 싣습니다. 5주년을 독자들과 함께 기념하며, 일다의 저널리즘 활동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 더 노력해야 할 부분에 대한 제언을 듣습니다. 다섯번째 글은 창간멤버인 문이정민님이 보내주셨습니다. -편집자 주]
2003년 5월 1일 새벽. 누군가는 마지막 기사를 검토하고, 누군가는 초조하게 시계를 보고, 누군가는 마지막 오타를 발견하며 다급해했습니다. 그리고 좁은 사무실, 좁은 컴퓨터 한 대에 몸을 붙이고 서서 카운트다운을 세고, <일다>라는 온라인 매체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그 새벽에 서로를 바라보던 얼굴들, <일다>가 창간되던 그날의 소박한 박수소리가 종종 귓전을 맴돕니다. 그리고 5년이 지났습니다. <일다> 5주년 축하메시지를 쓰려고 하니, 쉽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일다>를 지탱해온 분들의 어깨에 쌓인 5년의 무게가 어렴풋이 가늠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일다>를 떠나 다른 직장에 자리잡은 지도 오래, 먹고 살기 바쁘단 핑계로 기사도 제대로 못 읽고 별다른 도움도 못줬던 시간들에 대한 미안함까지. 그러니 저는 먹고 살기 바쁜 사람으로, 바깥에 선 사람으로 <일다>를 이끌어온 사람들에 대해 고마움과 존경심을 표하고 싶습니다. 항상 <일다>가 운영의 어려움에 놓여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주위로부터 오해의 시선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 <일다>의 시작부터가 여성주의 진영 내부의 모순들까지 짚어내며 큰 파장을 일으켰기 때문에, 웬만한 ‘사건’들은 그다지 놀랄만한 일도 아닙니다. 창간 이후 <일다>는 기대이상의 많은 지지와 호응을 받은 한편, 생각지 못한 반발과 은밀한 협박(?)을 접하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일다> 사람들이 농담처럼 했던 말이 있습니다. "가진 것도 없는데, 뭐 대단히 잃을 게 있겠냐.” <일다>를 만들어온 사람들은 ‘권력’이 없습니다. 저는 그것이 <일다>를 5년이나 끌고 온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눈치 저 눈치 보며 어깨에 힘주는 위치에 서보려고 서성였다면, 5주년은 가능하지 않았을 겁니다. 또한 혹 그런 마음이 있는 사람이 <일다>와 함께 하려했다면 실망했을 것입니다. 그 새벽에 컴퓨터 앞에 모여 박수치던 사람들이 원했던 것은, 그 사람들이 만든 <일다>가 가지려고 했던 것은, 돈이나 권력이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주변부 삶을 알릴 수 있는 작은 창구였습니다. 작지만 깊은 파장을 꾸준히 만들고, 때로 그 파장이 물거품이 되어 사그러드는 상황을 접하고도 포기하지 않는 힘이 <일다>에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 파장에 진정으로 힘을 실을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가기를 희망합니다. 창간멤버의 한 사람으로서 5년 동안 <일다>를 만들어온 사람들의 숨겨진 노력들에 커다란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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