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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성폭력사건…아이들을 생각한다
들끓었던 관심, 예방책도 없이 묻혀지나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남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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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남은주님은 대구 초등학생 집단 성폭력 사건과 관련하여 ‘학교폭력 및 성폭력 예방과 치유를 위한 대구시민사회공동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대구여성회 사무국장입니다. –편집자 주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나고 있다.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 초등학교에서 세자리 수가 넘는 아이들이 성폭력을 당하고 자기네끼리 가해를 했다는 것은 얼른 믿기지 않는 이야기였다.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정황을 들으면서는 두려움과 경악 그리고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아픔이 엄습해왔다.
 
왜곡된 성문화와 학교폭력 결합돼, 가늠할 수 없는 피해
 
이 사건은 어른들의 왜곡된 성문화와 위계를 바탕으로 한 약육강식의 사회가 만들어낸 또 다른 모습이다. 아이들에겐 “음란물”이 교과서가 되어 있었고, 권력이 있으면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우리 사회의 상식이 초등생들 학년 간에, 그리고 동학년이라도 힘을 가진 아이들이 약한 아이들에게 어떠한 일까지 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이 사건의 다른 특징은 학교폭력과 결합되어 나타났다는 것이고, 초중고가 함께 연루되었으며 피라미드 형태를 띠고 있고, 숫자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대책위가 알고 있는 명단은 가해자를 중심으로 중학생 22명, 초등학생 74명이다. 물론 이것은 일부이다. 몇몇 선생님의 조사결과이므로.)
 
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들은 성폭력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힘있는 아이들의 압력과 폭력에 의해 피해자가 늘어났다. 처음엔 피해자였던 아이들은 다른 아이를 데리고 오면서는 바로 가해자가 되어야 했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심하게 맞고 왕따를 당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 아이들은 가해자이자 피해자이다. 테니스장에서, 놀이터에서, 심지어 학교 화장실에서 아이들은 성폭력을 당했다.
 
아동성폭력에 대한 자료를 보면 보통 가해자는 성인이거나 청소년인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비슷한 또래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함께 한 교실에서 공부하고 있었고, 학교에서 전 학년에 걸쳐 가늠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했다.
 
사건은 전국의 언론과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국회의 각 당과, 관련부처인 교육과학부, 여성부, 보건복지가족부 등은 서둘러 조사단을 파견하고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가장 연관성이 많은 교육과학부는 대책위와 접촉한 적이 없다. 그리고 정부부처와 국회는 ‘조사’와 ‘간담회’를 하였다.
 
학교안정화, 가정통신문, 유해매체차단…대책에 ‘아이들은 없다’
 
▲ 14일 대구시 교육청 앞. 대책마련을 촉구 기자회견  ©대구여성회
와중에 대구교육청은 13명의 책임자에 대한 징계를 아주 약하게 내렸다. 도의적 책임이 있는 교육감은 작년 11월부터 선생님들의 눈물 어린 보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책위 기자회견일인 올해 4월 30일 날 처음으로 사건을 알았다고 한다. 더불어 사건 장소에서 ‘여기는 개를 풀어야겠다’ 라고 하여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의 수준을 의심하게 했다.

 
교육청 소속 상담가들 30명이 해당학교에서 집단상담을 실시했는데, 10명씩 조를 짜서 가해 및 피해아동이 함께 ‘자존감 향상, 서로 칭찬하기, 자기감정 돌보기’ 등을 진행했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성교육은 현재까지도 실시되지 않고 있다.
 
학교에서는 교육청에서 하달한 학교안정화 대책을 ‘서류’로 하는 중이다. 가정통신문 발송, 유해매체 차단 연수, 학부모 사이버 패트롤 등 교사들은 업무하중으로 인해 아무 생각도 할 겨를이 없다고 한다.
 
이 사건을 통해 시행되고 있는 대책에는 폭력과 성폭력의 고통을 당한 ‘아이들’이 없다. 관계부처와 교육청은 자신들이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증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찰은 계속되는 제보에, 아동수사에 전문성이 없으며 수사기술이 부족하다는 것을 하소연하거나, 가끔씩 아동인권을 침해하는 수사방법을 실시해 우릴 경악하게 했다.
 
검찰은 구속되었던 3명의 중학생에 대해, 이들이 자주 가는 게임방 CCTV를 친절하게 확인하여 알리바이를 증명해주고 풀어주었다. 검찰의 조사계장은 사건을 지원했던 상담원에게 ‘아이가 재미 삼아’ 집단성폭력 피해사실을 진술한다고 말하는가 하면, 검사는 ‘가해자 부모의 항의’에 대해 이야기했다.
 
책임을 져야 할 기관은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 일상적으로 무서움에 떠는 아이들을 걱정하지 않았다. 그 사이, 아이들 중엔 선생님께 이야기했다고 팔이 부러지고 귀가 찢어지고 양 볼이 멍드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나 어른들은 아이들의 무서운 현실을 봐주지 않았다.
 
아동과 성폭력 피해자의 특수성 함께 고려해야
 
이 사건은 정말로 힘든 일이다. 일반적인 성폭력 사건의 경우에도 피해자가 진술을 하지 않아 힘들고, 그 부모나 주변의 협조는 기대하기 더욱 어렵다. 더욱이 이번 사건에서는 아동의 언어와 감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찰과 검사 측이 아이들의 묵묵부답에 속수무책이었다.
 
수사과정에서 피해아동이나 현장을 목격을 한 아이에게 육하원칙에 맞는 진술을 요구했다. 어른도 자신의 피해사실을 일목요연하게 이야기하기 힘들다. 그런데 1년이 넘게 반복적으로 성폭력을 당하거나 본 아이들이 어떻게 몇 월, 몇 일, 어디서, 누가, 어떻게 했는지 정확하고 일관되게 진술한다는 말인가?
 
그래서 대책위는 ‘아동 전문가’가 사건전담반을 꾸려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수사과정에서 아동의 특수성과, 성폭력 피해자의 특수성이 배려되지 않으면,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기 어렵다. 교육청의 주장대로 가해자 11명, 피해자 8명으로 사건은 마무리 될 수 있는 것이다.
 
몇 년 후의 상처가 더욱 걱정되는 아이들
 
▲남은주 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 ©대구여성회
‘아이들’을 위해서는 경찰의 수사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성교육과 상담치료가 이루어져야만 한다. 대책위에서 학교를 방문해 2학년에서 6학년까지 1차적인 성교육을 진행한 바로는, 아이들에게 성교육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건이 인지된 후에야 방송을 하기는 했으나 보건교사에게 성교육 수업시간을 배정해주지 않았고, 1년에 10시간 동안 반드시 해야 하는 성교육 의무시간은 서류로만 정리되었다. 아이들은 성이 무엇인지, 성폭력이 무엇인지 들어본 적이 없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배운 적이 없는 것이다.
 
지금의 연령에서 아이들은 별다른 피해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동성폭력의 특징상 사춘기, 성인기에야 사건의 의미를 알게 되므로 몇 년 후가 더욱 걱정된다. 따라서 지금 아이들의 마음에 남은 상처를 돌보고 치유해야지만 이후에 나타나는 문제점들과 상처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피해의 규모를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이 학교의 상황을 보면, 다시 반 편성을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막막한 지경이다. 이에 해당 학교가 대안학교의 형태로 운영되거나 특별한 프로그램들이 시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해당지역에 방과 후 교실, 공부방 등이 만들어져서 아이들의 생활 속에서 문화와 보살핌, 치유가 실현되어야 한다.
 
아동성폭력 예방을 원한다면 사회가 변화해야 한다
 
이번 사건이 한 학교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전국적으로 규모는 다르지만 일어나고 있는 아동성폭력에 대해 대처할 시스템을 마련하고 예방해야 한다.
 
아동성폭력이 학교성폭력과 결합되는 형태를 보이고 있으며, 예전에는 어떤 범위를 넘어서지 않던 피해가 무작위로 확대되고 있다. 어른들의 성문화가 아이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고, 왜곡된 성문화를 배운 아이들이 이를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때문에 “음란물”을 배포하고, 성 구매를 하는 어른들의 성문화를 변화시켜야 한다.
 
또한 학교성교육은 법률이나 서류가 아니라,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함께 호흡하며 실질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방송 성교육, 강당 성교육이 아니라 눈을 맞대는 교실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성교육 담당자인 보건교사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고, 아이들의 일상과 관계 맺고 있는 교사들 모두가 성교육자가 될 수 있도록 연수가 필요하다.
 
교사양성과정에서부터 성교육, 가치관 교육을 할 수 있는 전문지식과 소양을 쌓을 수 있어야 한다. 성교육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성 정체성에 대한 문제이며 가치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인권의식과 성에 대한 관점, 성 평등, 인간에 대한 이해와 환경, 사회에 대한 열린 사고가 전제된 성교육자가 많이 나와주어야 한다.
 
학교 안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감추기 바쁘다. 교사가 인지했을 때 교장에게 보고하게 되어있는 현재의 보고체계가 이러한 상황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성폭력이 일어났을 때는 어느 누구라도 먼저 인지하게 되면 전문상담기관에 의뢰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전문기관의 개입과 대응이 비밀리에, 효과적으로 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더불어 성폭력 상담기관이 1차적인 위기상담 외에 계속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상담치료를 할 수 있도록 예산도 마련돼야 한다. 성폭력은 발생한 이후, 그 당사자가 사회적 통념에 따라 스스로를 비난하거나 무력감에 빠지는 등 자신에게 상처를 계속 입히게 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단순한 사건의 지원이 아니라 본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학교, 교육청, 경찰, 검찰 공무원들은 아동성폭력을 비롯한 성폭력 매뉴얼을 실효성 있게 만들고 활용해야 한다. 지금도 기본적인 매뉴얼은 있지만,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있다. 각 기관이 성인지적 관점에 대한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 마인드를 배워야, 수사과정과 해결과정에서 2차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사건 자체보다 더 심각한 피해를 이들이 입힐 수도 있다.
 
이 사건의 대응을 하면서 마치 거대한 벽과 마주한 느낌이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귀를 열지 않는 절대적인 권력과 같다. 그러나 최소한이라도 해야 한다. 아이들이 이후 인생의 굽이굽이에서 겪을 고통을 알기에, 다시 한번 아이들을 생각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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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6/10 [12:56]  최종편집: ⓒ 일다
 
f 08/06/11 [01:51] 수정 삭제  
 
이런 일이 충분히 생길 수 있는 사회라는 게..
그래도 드러났다는 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으로, 거울로 삼아야 하는데.. 그런데도 정신을 못차리면
정말 한국사회는 너무하다.
똘이 08/09/01 [16:09] 수정 삭제  
  물론 시켜서 한거말고 지가 직접 하고싶어서 한 애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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