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원만 받으면 소원이 없겠다”

최저임금으로 생계꾸리는 여성들의 절규

박희정 | 기사입력 2008/06/16 [19:30]

“백만 원만 받으면 소원이 없겠다”

최저임금으로 생계꾸리는 여성들의 절규

박희정 | 입력 : 2008/06/16 [19:30]
“갈수록 물가는 치솟고 생활은 빡빡해지는데 왜 최저임금만 이 모양인지 모르겠습니다.”
 
이어지고 있는 가파른 물가상승률 탓에, 저임금으로 생활해야 하는 노동자들은 생존권 박탈의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전국여성노동조합은 서울 국민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신혜정(27)씨 개인의 월 지출내역을 공개했는데, 용돈 및 문화비 4만원 정도의 수준으로 별다른 소비를 하지 않아도 총 79만5천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을 받고 가족들의 생계까지 꾸려나가야 하는 저임금 여성가장들은 “백만 원만 받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절규하고 있다. 현재의 물가 인상을 감안해선 가정의 생활유지를 위해선 임금이 ‘백만 원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달 생계보장 못하는 최저임금
 
여성노동계는 최저임금이 현실적인 생계비를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매년 여성노동계를 비롯해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최저임금의 현실화”를 요구해왔지만, 저임금 노동자들의 절실한 목소리가 매번 반영되지 못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때문에 저임금 노동자들의 이른바 ‘근로빈곤’ 문제는 계속 심화되고 있다.

 
이것은 “처음부터 최저임금 액수가 워낙 낮게 설정된 탓”도 크다. 워낙 낮게 설정된 최저임금으로 인해, 저임금 노동자들의 원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사업주들은 ‘최저임금만 주면 된다’는 식으로 무책임하게 나오기 때문에, 몇 십 년을 일해도 최저임금 대에 급여가 머무르고 있다.
 
12일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최저임금 100만원 쟁취를 위한 여성계 캠페인’에 나선 박갑순씨(서강대 미화원)는 “4년 근무한 저나, 20년을 근무한 사람이나 급여가 최저임금인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따라서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 되는 (저임금 노동자의) 현실을 고려한다면, 최저임금이 최소한의 생계는 유지할 수 있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 목원대에서 근무하는 한 여성노동자도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최저의 임금이다. 하지만 우리 월급은 그 최저임금에 좌지우지 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연대 “2009년에 994,840원 되어야”
 
2009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에 대한 본격적 논의가 시작됐다. 올해는 유난히 높은 물가상승을 감안해 최저임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더욱 절박하게 들린다.
 
올 2008년 최저임금은 40시간 기준 월급으로 78만7천930원(시급 3천770원, 일급 3만160원)이다. 물가를 고려할 때 한달 생계를 보장하기에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전국 24개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모인 ‘최저임금연대’의 분석에 따르면, 2008년 1/4분기 도시노동자 3인 가구 생계비(298만2천133원) 대비 26.4% 수준으로 전년도보다 0.1%p 하락한 수치다. 또한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은 36.5%로, 최저임금 수준이 가장 높았던 1989년(38.4%)보다도 1.9% 미달하고 있다.
 
‘최저임금연대’는 최저임금 현실화를 요구하며, “2009년 주 40시간 기준 한달 최저임금 99만4천840원(시급 4천760원, 일급 3만8천80원)”을 내걸고 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 78만7천930원(시급 3천770원, 일급 3만160원) 대비 26.3% 인상을 요구하는 것이다. 2007년 노동자 월평균임금(199만1천519원)의 50%, 올해 1/4분기 도시노동자 전 가구 한달 생계비(320만828원)의 31.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양극화 해소하려면 ‘최저임금 현실화’ 노력해야
 
▲ 12일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최저임금 100만원 쟁취를 위한 여성계 캠페인’     © 한국여성노동자회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8위이며, 소득 상위 20% 가구의 평균소득이 하위 20% 가구의 몇 배인지를 보여 주는 소득 5분위 배율은 1/4분기 8.41배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최저임금연대는 사회적 양극화가 강화되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 “최저임금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저임금제도의 현실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을 철저하게 조사”할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최저임금제를 준수하지 않는 사업장도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2007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최저임금에 미달되는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2001년 59만 명에서 2007년에는 189만 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최저임금 100만원 쟁취를 위한 여성계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한국여성노동자회도 “1천588만 전체노동자 중 11.9%나 최저임금에 미달한다는 사실은 정부의 솜방망이 법 적용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정부,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 우려
 
한편, 최저임금연대는 “지식경제부가 노동부에 전달했다고 하는 ‘노동규제 완화방안’에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시키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시키겠다는 방안은 “기업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그간 노동계가 극구 반대하던 재계의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것”이며, 이는 “최저임금이 인상되더라도 사업주들은 임금을 한 푼도 올리지 않고 최저임금 위반을 회피”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강한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 기사는 신문발전위원회 2008년 소외계층 매체운영 지원사업의 보조를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 넘힘들다 2009/03/04 [19:47] 수정 | 삭제
  • 월 100만원은 받아야 기초 생활이 가능한데... 이건 뭐...계속 빚지고 살아라는 것인지.. 노동을 통해서 먹고 사는 건 포기해야 하나...
  • 야옹이 2008/06/18 [21:56] 수정 | 삭제
  • 비정규직에 있는 여성분중에 100만원 넘게 받는 분 몇 분 계실까요?
    비정규직도 비정규직 나름이겠지만. 몇년째 제임금은 제자리걸음이네요.ㅠ.ㅠ
    초과업무만 강행하는 요즘 진짜 비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무지개 2008/06/17 [01:00] 수정 | 삭제
  •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 되고 있는 현실. 정말 생활을 할 수 있는 생활임금!이 필요한 때 입니다.
  • 가비 2008/06/17 [00:26] 수정 | 삭제
  • 아아.. 내가 얼마 전까지 하던 말인데...
    물가 너무 올랐다.
광고
노동 많이 본 기사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