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연구개발비 재생에너지의 120배

[기획연재] 착한 에너지, 나쁜 에너지③

이강준 | 기사입력 2008/06/24 [22:18]

원자력 연구개발비 재생에너지의 120배

[기획연재] 착한 에너지, 나쁜 에너지③

이강준 | 입력 : 2008/06/24 [22:18]

지난 4일 정부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밝히는 공개토론회에서, 고유가 대책으로 해외 에너지 개발율을 높이는 한편,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소 9~13기를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원전 발전 비중을 현행 35.5%에서 56~62% 늘려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한발 더 나아가 9일 한승수 국무총리는 ‘원자력발전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원자력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적극적이고 공세적으로 세계 원전시장에 진출”하자고 역설했다.
 
원자력이 고유가 대책과 무슨 연관?
 

1999년 방사선 사고가 발생했던 일본의 시가원자력발전소  
    [사진 제공: 원자력정보자료실]

고유가 대책이 ‘원전’이라는 말은 정부의 의도적인 거짓말이다. 원자력발전소는 전기만을 생산하는 발전소다. 우리나라 발전부문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율은 3.5%밖에 안 된다. 비싼 석유를 원료로 하는 석유발전소는 전력피크 시기 등에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유가를 이유로 원전을 증설하자는 주장은 국민을 현혹시키는 말에 불과하다.
 
원전을 9~13기 추가 건설하겠다는 것은 그만큼의 새로운 원전 부지를 선정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부안과 경주 등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선정과정과는 비교가 안 되는 심각한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감수하겠다는 일종의 대국민 ‘선전포고’와 다를 바 없다. 고유가 대비하자며 당신 혹은 당신의 친지와 동료가 생활하는 인근에 고유가와 상관없는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고유가에 따른 위기감에 편승한 정부의 일방통행, 혹은 ‘여론 맛보기’는 위험수위를 넘었다.
 
한편, 인도네시아 등 제3세계에 원전을 수출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정부 수장의 발언은 심히 우려가 된다. 전기가 부족한 나라에 원전을 수출하는 것은 상호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이미 바이오 연료의 원료인 팜 플렌테이션으로 인해 지역주민들의 인권이 유린되고, 환경이 파괴되고, 생존권이 박탈되고 있다. 그곳에 이번엔 한국형 원자력발전소로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안겨주려고 하는지 참으로 가슴이 먹먹해진다. (인니 팜 플렌테이션은 이 지면을 통해 앞으로 집중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이렇듯 정부가 원자력 르네상스를 선도하는 현상의 배경에 있는 이해관계가 무엇인지, 그 그물망을 국가 예산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원자력 르네상스의 그늘
 
국가의 예산이 수립, 집행되는 과정을 보면 정부정책이 어디에 중심을 두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에너지 및 자원개발 부문 예산을 총괄 정리한 [표 1]을 보자. 여기서 신재생에너지는 태양광, 풍력, 바이오 등 11개 에너지원으로 구성돼 있다.
 

            [표 1] 에너지 및 자원개발 부문 예산 총괄표 (단위 : 억원)     출처: 국회예산정책처

 
우리나라 에너지 자원분야 예산의 66.5%는 화석에너지에 집중돼 있고, 11개의 신재생에너지 분야 예산은 5.6%에 불과하다. 국가 예산이 집행되는 추이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정부가 석유 등 화석에너지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원자력 분야를 보자. [표 1]의 예산이 산자부(현 지식경제부)를 중심으로 살펴본 것이라면, 원자력은 구 과기부 예산을 포함해보아야 한다. 먼저, 정부는 원자력진흥종합계획(1997~2006)에 따라 총 2조3천855억 원을 원자력 연구개발비로 조성했다. 매년 연구과제를 선정하고 기관 또는 단체와 협약을 맺어 연구했다. 이는 우리나라 1년 국가 연구개발(R&D) 투자총액의 1/3에 달한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8년 동안 11개의 신재생에너지의 기술개발 및 보급에 들어간 예산 누계가 9천794억 원에 불과했는데, 원자력 연구개발비만 매년 평균 약 2천400억 원씩 10년 동안 집행된 것이다.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의 연구개발비를 비교한 것이 [표 2]이다. 그 격차가 줄고 있다고는 하지만, 연구개발비에서 연평균 11배 차이가 난다. 신재생에너지는 11개 분야이므로, 단일 에너지원에 대한 연구개발비로는 원자력과 재생가능에너지의 R&D는 무려 120배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표 2] 에너지 전체, 재생에너지, 원자력 분야 연구개발투자 현황(단위: 억원, %)   출처: [환경과
 재생가능에너지 산업의 경제적 파급 및 고용창출 효과에 관한 연구] 진보정치연구소 2007

 
해와 바람보다 원자력이 미래에너지로서 가치있나
 
우리 정부는 태양과 바람, 그리고 바이오 등 재생가능에너지보다 원자력이 미래에너지로서 120배 이상의 정책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일까. 정부가 지원하는 연구개발비는 정부-기업-학계의 이해관계 사슬 망, 즉 ‘원자력카르텔’을 재생산하는 물적 기반이 되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원자력 핵융합에너지 분야를 강조하면서 막대한 예산을 투자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서, 원자력에 대한 연구개발투자 비중이 크게 낮아질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예를 들어 국제핵융합로(ITER)사업에는 2015년까지 1조5천억 원(연구개발비 이외의 비용까지 포함)을 투자할 계획이다. 또한 차세대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 운영, 한국형 핵융합발전소 건설 등의 국가핵융합에너지개발 기본계획에 따라 2035년까지 4조7천억 원을 투자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에너지정치센터와 일다는 ‘기후변화와 에너지 전환’에 관련한 기사를 공동으로 기획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에너지정치센터는 “노동자.농민.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환경적 가치를 넘어 에너지를 둘러싼 자본과 권력의 카르텔을 해체하기 위한 연구와 정치적 실천을 목표”로 활동을 하고 있는 곳입니다. 필자 이강준님은 에너지정치센터 기획실장입니다. 이 기사는 에너지정치센터 블로그(blog.naver.com/good_energy)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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