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가능 에너지 정책으로 전환하면, 현재 우리가 당면한 에너지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 ‘경제 기적’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독일의 프란츠 알트 박사의 견해는 점점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가 되고 있다.
그가 제시한 여러 자료들 중에서, 태양광 발전사업을 왕성하게 펼치고 있는 일본의 모습을 설명한 부분이 있다. 특히 산요회사에서 세운 ‘산요 태양의 방주’(SANYO Solar Ark)는 신칸센이 지나가는 열차선로 변에 위치해 있어서, 1년에 신칸센을 이용하는 1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태양광발전소를 보게 된다고 한다. 알트 박사는 이로써 ‘일본은 태양광 발전국가’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광고하는 교육적 효과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태양광발전소를 만날 수 있는 전북 부안 한국은 어떨까. 주변에서 재생가능에너지를 접할 기회가 있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정부 정책에서도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이나 의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형편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전기를 생산해내며 ‘태양의 향해서 가는’ 일본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 크다. 그러나 비록 미약하지만, 한국에서도 ‘에너지 자립’을 향해 꾸준히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지역이 있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는” 현실을 비판하며, 지역주민 스스로 “종자돈을 마련하고, 직접 출자하여, 주민에 의한 시민발전소를 세우는” 실천이 이루어지고 있다. 전북 부안군 하서면 등용마을이다. 20여 가구가 살고 있는 등용마을에는 ‘부안시민발전소’란 시민단체가 자리잡고 있다. 부안시민발전소를 중심으로 2004년부터 준비해 시민발전소, 부안 원불교 교당, 부안성당 등에 태양광발전소인 ‘햇빛발전소’ 1,2,3호기가 설립됐다. 2006년 1월에 4호기가 변산공동체에 만들어졌으며, 최근 시민발전소에 세워진 5,6호기까지, 부안에 가면 태양광발전소를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이현민(부안시민발전소) 소장은 “2005년부터 2015년까지 10년 동안 마을 총 에너지의 50%를 자력으로 만들어보자 라는 취지로, 에너지 자립마을이라는 프로젝트를 주민들 스스로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핵폐기장 반대’서 그치지 않고 ‘에너지 전환’으로
“핵폐기장 싸움이 끝나고 난 다음, 아니 끝난 게 아니죠.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계속되고 있는데요. 싸움 와중에 굉장히 곤혹스러웠던 질문 하나가 ‘우리나라 에너지 40%가 원자력발전소에서 만들어지는데, 어딘가에는 핵폐기장이 필요한 것 아니냐?’, ‘부안 사람들은 전기 안 쓰는 것처럼 왜 반대만 하느냐?’는 논리였어요. 조중동을 위시한 거대 언론들이 펴는 주요 논리였죠. 그때 우리는 ‘우리 나라의 전기를 부안이 다 쓰는 거 아니다’라고 맞받아쳤었어요. 하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보자 했죠. 부안에서 쓰는 에너지 100%가 영광에 있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오거든요. 그렇다면 에너지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해보자 해서 부안에 시민발전소를 만들었고.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가능 에너지를 만들어보자 해서 2004년부터 준비를 한 겁니다.” 부안시민발전소의 역사는 부안주민들의 ‘핵폐기장 반대 투쟁’에서 시작한다. 이 소장은 2003년 격렬했던 부안투쟁은 “인구 7만도 안 되는 평범한 시골주민들이 1년이 넘는 촛불집회와 등교 거부 등 2년 여 동안 반대투쟁으로, 300여 명이 사법 처벌을 받고 500여 명이 병원 신세를 져야” 하는 상흔을 남겼다고 회고했다. 주민들은 ‘주민투표’를 치르고 싸움이 끝난 후 ‘부안시민발전소’를 만들었다. 원자력발전소에 100%에 의존하는 에너지 시스템으로부터, 지역에서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을 주민들이 시도한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마을로부터 출발한다
2005년 9월 시민발전소에 1호기, 원불교 부안교당에 2호기, 3호기가 부안성당. 3군데에서 각각 3 키로와트씩 생산하는 햇빛발전소를 세우게 되었죠. 키로 당 한전에 716.4원에, 향후 15년 동안 판매하고 있습니다. 2006년 1월에 4호기가 변산공동체에 만들어졌고, 지금 올라가는 것은 5,6호기입니다. 30키로와트가 올라가게 되는 건데, 세상을 바꾸는 것은 마을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에너지 자립마을’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되었죠. 2008년까지 설치되는 시민 햇빛발전소는 총 36키로와트입니다. 이 정도 규모는 마을 주민들이 사용하는 가정용 전기의 약 60%는 우리가 생산하고 쓰는 거예요. 물론 전기는 팔고 있지만, 가장 가까운 전봇대를 통해서 다시 들어오거든요. 물처럼. 그리고 2006년 12월에 35RT(지열 냉난방의 단위) 지열냉난방 시스템을 설치해 300~400평 교육관, 가정집 등 4채의 건물에 냉,난방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2015년까지 마을 총 에너지의 50%를 만들 계획 2005년부터 2015년까지 10년 동안 이 마을 총 에너지의 50%를 자력으로 만들어보자는 계획이라고 한다. “2015년까지 마을 에너지 사용량을 대폭 절감해 30% 이상 줄이려고 하는데, 올해부터 10% 전기절약을 위해 집집마다 멀티 탭을 나눠 드리고, 백열등을 고효율 전등으로 교체했어요. 멀티 탭만 하더라도 10% 에너지를 줄일 수 있지요. 절약이 이미 습관이 되어 있는 농촌에서 10% 줄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려고 해요. 동네에 ‘등용마을 온실가스 감축 현황판’도 설치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2015년까지 50% 에너지 자급을 위해선 남아있는 숙제가 있어요. 전기가 총 에너지의 30%를 차지하고, 나머지 70%는 난방과 수송입니다. 자동차 수송은 바이오 디젤로 대체하려고 하고 있어요. 난방은 이 근처에 돼지, 소 축사가 있는데, 가축분뇨와 인분, 음식쓰레기를 발효해서 메탄가스로 열도 내고 발전도 할 수 있는 소형 열병합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해요. 몇 억짜리이기 때문에 지원도 필요한데, 우리는 지역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출자해내는 방식을 통해서 세우려고 하는 거죠.” 이현민씨는 앞으로 마을의 총 사용 에너지의 50%를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등으로 대체하는 에너지 전환”의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눈에 띄지는 않지만 꾸준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과소비 줄이고, 정부 정책방향 돌려야
“첫 번째 원칙은 주민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우리나라 에너지 너무 많이 쓰고 있어요. 대표적인 에너지 과소비 국가이고, 일본 영국 독일보다도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더 많아요. 에너지 자립 50%의 핵심 중의 하나는 에너지 감축, 즉 에너지를 절약하는 겁니다. 절약하는 것이 가장 크게 에너지를 버는 거죠. 도심에서의 에너지 전환은 굉장히 힘들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에너지를 절약하면서 가능한 태양광주택 10만호 보급사업에 신청해서 태양광을 세울 수 있고, 아파트도 가능하거든요. 베란다 벽면에 붙일 수 있어요. 단 지붕이 기와인 경우는 어렵고요. 할 수 있는 만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마지막으로 이현민 소장은 현재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원자력이 대안”이라고 주장하지만, “원자력은 절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한국은 이제 첫 걸음마를 떼는 단계이면서 ‘태양광은 경제성이 없다’고 얘기해요. 당연히 정부가 의지가 없으니까 경제성도 없고, 지원이 없으니까 보급이 안 되는 거죠. 화력발전소, 원자력발전소 짓는 것에 다 투자하고 있고, 재생가능에너지 해 봤자 원자력발전 홍보비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니…” [에너지정치센터(blog.naver.com/good_energy)와 일다는 ‘기후변화와 에너지 전환’에 관련한 기사를 공동으로 기획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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