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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혼자서 견디게 하지 마십시오’
아동성폭력, 안전하지 않은 사회④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최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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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경험이 우리 삶에 미치는 질긴 영향력으로부터 훗날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가는 발생 당시 고통이 어떻게 다루어졌는가에 크게 달려있습니다. 어렸을 적에 성폭력을 겪고 이제 어른이 된 많은 사람들은 그때 당시 말할 수 있었고 보호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보다 잘 이겨낼 수 있었던 경험에 대해서, 혹은 그 경험을 말할 수 없었고 아무런 보살핌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혼자서 이겨내야만 했던 기나긴 시간들에 대해 증언합니다.
 
어린 시절에 있었던 성폭력 경험은 살아남아 어른이 된 사람들의 마음 속에 무거운 짐으로 남겨집니다. 이들을 ‘생존자’라 이름 붙일 정도로, 그 경험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 참으로 지독한 경험입니다. 성폭력이란 힘있는 자가 권력을 악용하여 힘없는 자의 인간성을 모멸하고 파괴시키는 행위입니다. 그로부터 살아남았다 함은 곧 인간으로서 죽음을 극복했다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허나 때로는 ‘생존자’라는 이름이 기만적일 만큼,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자로 인정도 받지 못한 채 말하지 못했던 기억을 짊어지고 살아갑니다. 특히 어린 시절에 닥친 경험이라 하여 ‘덮어두고 잊어버리는 게 최선책’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렇게 잘못된 대처로 인해 상처가 깊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어디 잊혀지겠습니까. 덮어두고만 싶어하는 주변사람들의 무력감과 죄책감 역시 결코 비난할 수 없는 고통 그 자체이지만은, 무슨 이유에서든지 성폭력에 대해 ‘침묵하기’란 저질러서는 안 되는 실수입니다. 어른이 된 피해자들은 그 침묵을 지독히도 치명적인 쓰라림으로 아주 또렷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겐 말할 수 있는 기회가 반드시 주어져야
 
너무나 어린 시절에 닥쳐온 폭력일 경우, 아이가 이를 폭력이라고 명명하지 못한 채 극심한 혼란스러움으로만 인식하면서 묻혀질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커가면서 영문을 알 수 없는 강렬한 정서적 고통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이 고통은 이름조차 붙여지지 못한 채 다른 피해 경험이 반복되는 형태로 삶을 뒤쫓습니다.
 
혼란스러운 성적 경험을 당한 아이들에게는 말할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또한 아이들은 반드시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말을 할 수 있는 안전하고 믿을 만한 환경을 제공받아야 하고, 자신에게 또 다른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을 익힐 기회 역시 주어져야 합니다.
 
성장과정에서, 아이는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좌절경험을 통해 스스로의 감정을 조절하고 고통을 이겨내는 능력을 배워갑니다. 성폭력을 겪지 않아도 됐던 사람은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스트레스만 겪고 이와 싸워가면서 더 큰 심리적 힘을 획득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훗날 더 궂은 일이 찾아와도 이를 인내할 수 있는 능력을 발달시킵니다. 그러나 성폭력의 경험은 굉장히 강렬한 정서적 고통을 불러일으킵니다. 어린아이가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정도를 뛰어넘습니다.
 
이러한 극단적인 고통은 이미 쌓아온 심리적 힘까지 파괴시키기도 합니다. 너무나 압도적인 경험에 홀로 대처해야 할 경우, 여러 가지 건강하지 못한 대처방법들을 만들게 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감당하지 않았어도 될 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아이는 고통에 맞서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채 성인기까지 건강하지 못한 대처방법을 이어가면서, 고통은 반복될 위험이 큽니다.
 

▲ 혼란스러운 성적 경험을 당한 아이들에게는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 정은 作 [생존자 말하기]   

성폭력 피해자의 삶을 뒤쫓는 고통, 확대되는 피해
 
성폭력 피해자에게 찾아올 수 있는 심리적 고통에는 강렬한 수치심이 있을 수 있고, 자기는 다른 사람에게서 버림받을 무가치한 존재라는 강한 불안감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수치심이나 불안감이란 아주 견디기 힘든 감정들이기 때문에 피하고 싶기 마련입니다. 보호받지 못한 아이들은 강한 수치심이나 불안감에 대처하기 위해서 아주 강력한 회피책을 마련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는 일종의 건강하지 못한 대처방법으로 작동합니다.
 
앞으로 대면하게 될 여러 정서적 고통 앞에서 자극적이고 충동적인 행동에 몰두하거나, 술이나 약물에 의존하게 될 수도 있고, 대처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극에 달하면서 죽음을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회피책은 결과적으로 자기 자신을 또 다른 피해상황에 매우 취약한 상태로 만들어가는 위험요인입니다. 이는 어린 시절 성폭력을 겪은 아이들이 커서 또 다른 폭력을 겪게 되는 경우가 많은 이유를 설명해주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자신이 수치스러운 사람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위해서 타인을 억압하고 해치면서, 과거에 누구도 돌보아주지 않았던 자신의 가치를 왜곡된 방식으로 증명해내려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 자신이 겪은 고통을 누군가에게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자신이 마지막 인간성마저 상실했다는 더 이상 끔찍할 수 없는 자기 패배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치명적입니다.
 
일부 심리학 연구들은 대체로 여자아이들은 자신을 해치는 방법으로 고통을 해결하며, 남자아이들은 타인을 해치는 방법으로 고통을 해결한다고도 말합니다. 여아에게나 남아에게나 그것이 분명 홀로 해결할 수 없는 고통이며, 해결되지 않은 채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성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 ‘손상된 존재’라는 인식 부추겨
 
고통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경험은, 자신이 보호받을 가치가 없었던 사람이었다는 결론을 내리게 만듭니다.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됨이 당연한데도, 아이는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이 고통스러웠으며 제대로 돌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납득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할 것입니다.
 
통탄하게도 아이는 잘못의 화살을 자기에게로 돌리기 마련입니다. 나는 그런 일을 당해 마땅한 사람이었구나, 내 잘못이구나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이후에 스스로를 보호하고 건강하게 자기 주장을 할 줄 아는 자율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기회를 빼앗기게 됩니다. 이 또한 피해가 반복되고 확대되는 이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성폭력의 특성상, 사회가 지닌 성 가치관에 따라 스스로가 부적절하고 손상된 존재라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폭력이 문제였으며 자신은 피해자라는 정당한 자기방어논리를 마련하지 못한 채, 아이는 사회적 통념의 잣대를 무조건 자신에게 드리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아무도 그것이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지 않았을 때, 사회가 성에 대해 가진 부정적인 인식 그대로 자기상으로 받아들입니다. 수치심과 죄책감이 가중되고 자기 비난에 빠질 위험이 크며, 훗날 건강한 자기상을 회복하기란 어려운 일이 되어버립니다.
 
누구도 자기를 보살펴 주지 않았다는 기억. 이는 초기의 폭력경험만큼이나 커다란 고통으로 남겨집니다. 우리는 이 사실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 동안 이러한 실수가 너무나 자주 저질러져 왔건만, 방임이 어린 피해자에게 얼마나 치명적이며 피해가 반복되고 확산되는 위험요인이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이런 실수를 저질러서야 되겠습니까. 절대로 혼자서 견뎌야 하게 만들지 마십시오. 말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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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8/08 [10:45]  최종편집: ⓒ 일다
 
정말감사해요 09/10/03 [02:25] 수정 삭제  
  이 글을 읽고 많은 도움 받았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배꽃나무 09/10/05 [23:12] 수정 삭제  
  혼자견디게 하지마세요
저항할 힘도 갖추어져 있지않고, 피해를 당했는데도 마치 자기 잘못인양 죄의식에 피해망상까지 지고 어린시절을 보낸다면 넘 가혹한 형벌입니다. 그런 아이에게 "네 잘못이 아니야" 라고 다독거려 주면서 이야기를 들어준다면 손상된 자기상이 회복될 수 있다고 하니, 우리 함께 시작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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