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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성폭력 신고막는 수사과정 2차피해
아동성폭력, 안전하지 않은 사회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박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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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조용히 있었더라면 우리 아이가, 우리 가족이 이렇게 고통스럽지는 않았을 거에요. 고소하려는 사람 있으면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면서 말리고 싶어요.” (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지원 사례 중 성폭력 피해아동의 부모)
 
아동성폭력은 증가하지만 신고율은 10% 미만 대에 머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동성폭력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경찰과 검찰로 이어지는 수사과정에서 겪게 되는 ‘2차 피해’가 이러한 현실을 부르는 원인 중 하나라고 말한다.
 
성폭력범죄에 대해 가해자중심의 통념을 가진 사회에서, 수사를 맡은 이들이 아동의 발달적, 심리적 특성에 대한 이해 역시 부족한 탓에 ‘피해자만 죽어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민주당 최영희 의원이 주최한 ‘아동.청소년 성폭력 2차 피해, 국가 책임을 묻다’ 정책 토론회에서 이러한 실태가 보고됐다.
 
6살 피해자 ‘7시간’ 조사에 ‘가해자 대질심문’까지
 
곽 모씨는 당시 만 5세였던 아이가 아이를 돌봐주던 친한 지인으로부터 4개월여에 걸쳐 상습적인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가해자는 직접적인 성추행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성관계를 하는 장면까지 아이에게 보여주었다. 용기를 내 2003년 대전지방검찰청에 신고했으나 이후 수사과정에서 벌어진 일은 곽씨와 아이에게 더 큰 후유증을 남겼다고 한다.
 
경찰에서 진행된 첫 조사부터 담당자가 나타나지 않아 3시간여를 기다린 끝에 집으로 되돌아왔고, 5일 후 이어진 2차 조사에서도 경찰 편의에 따른 시간에 소환되어 공개된 장소에서 조사를 받아야만 했다. 피해자가 원하는 시간에 비공개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성폭력 피해자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원칙도 무시된 것이다.
 
경찰 조사 후, 5개월여 만에 진행된 검찰의 조사는 더욱 심각했다. 다른 사건으로 조사를 받으러 온 피의자와 참고인 등 7~8명이 분주히 오가는 소란스러운 조사실에서 가해자를 옆에 앉혀놓고 대질심문을 시킨 것이다. 성폭력범죄와 일반범죄 수사의 차이, 아동과 성인의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반적인 형사고소 사건을 다루듯이 수사를 진행했다.
 
대질심문 중 가해자는 조사 내내 피해아동을 노려보고 아이의 진술에 간섭을 하는 등 위협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이는 제지되지 않았다고 한다.
 
곽씨의 증언에 따르면, 담당 검사와 검찰주사보는 피해아동에게 ‘피해 당한 상황을 그대로 정확히 재연해 봐라, ‘옷을 벗어서 재연을 하라’고 요구했다. ‘가해자의 음부를 그리라’는 말에 아이가 ‘못 그린다’고 하니 ‘못 봤으니까 못 그리는 것 아니냐’며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냐’고 추궁했다. 당시 만 6세였던 피해아동은 전문용어를 사용하며 윽박지르듯이 이어진 조사에 겁을 먹고 울며 진술을 거부하였으나, 이 조사는 장장 7시간이 넘게 이어졌다.
 
결국 담당검사는 ‘엄마가 아이에게 포르노 테이프 등을 보여주고 교육을 시킨 것 같아서 믿을 수 없다’는 믿기 힘든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고등검찰청에 항고해 재수사 명령이 떨어졌지만, 같은 지방검찰청으로 배정되어 다시 무혐의 처분이 되고 말았다.
 
재수사 당시 담당검사는 아이의 피해사실과 가해자의 거짓말을 인정하면서도 ‘아이의 진술을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이유를 들며, 사건을 종결시켜버렸다.
 
‘진술녹화제’ 운영 미숙으로 피해자에 되레 고통주기도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아동과 십대의 경우 정신발달 상의 심리적 특징이 성인과는 다르다”고 설명하고, 미성년을 대하는 수사관과 공판 담당자들의 태도가 “더욱 섬세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수사공판 체계는 ‘성인’ 성폭력 피해생존자와 범죄자를 다루는 것을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어서, 이것만 따를 경우 미성년 성폭력피해자의 2차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지난 달 16일 열린 ‘2008 경남세계여성인권대회의 성폭력 분과 워크숍’에서 이수정 경기대 범죄학과 교수도 경찰 조사절차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대구초등학교 집단성폭력 사건의 가해자 조사과정을 살펴본 결과, 모두 ‘유도심문’이었다는 것이다. 유도심문에 이끌린 아이들이 ‘자백’했으나, 자백한 시간에 PC방에 있었다는 알리바이가 확인되면서 가해자들은 무혐의 처리되었다.
 
또한 아동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진술녹화제도도 운영미숙으로 인해 오히려 피해자에게 반복진술의 고통을 주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역이용 당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수정 교수에 따르면 검찰, 경찰, 민간기관 등 조사기관에서 진술녹화를 중복적으로 실시하다 보니, 대구사건의 경우 한 피해자는 5번까지 녹화를 하기도 했다. 아동이기 때문에 진술이 반복될수록 일관성이 떨어지는데, 녹화테이프가 많다 보니 상대 변호사에 의해 ‘아동의 진술은 일관성이 떨어지며 믿을 수 없다’는 증거로 역이용이 되었다고 한다.
 
아동성폭력 피해자가족, “수사기관의 전문성 확보 시급”
 
이런 상황 속에서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는 계속되고 있고 기소율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어, 아동성폭력범죄의 암수범죄(범죄는 있으나 인지되지 않음)화를 촉진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따라서 전문가들과 아동성폭력 피해자 가족들은 수사기관이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원하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전담조사제도 확립”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성폭력전담제’는 “1~2년 이내에 수사담당자의 보직이 바뀔 뿐만 아니라 수사와 공판검사가 다르며,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공판검사가 바뀌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전담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따라서 실질적인 전담수사관제를 확립하기 위해 좀더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인력 및 예산의 확충이 뒤따라야 한다고 요구했다.
 
나아가 근본적인 차원에서 성폭력 사건의 전문수사관이 “1~2년 간격의 순환보직이 아니라, 10년 이상 이 문제에 대한 연구와 실무를 하며 전문성을 쌓아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다.
※ 이 기사는 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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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8/12 [15:54]  최종편집: ⓒ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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