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에너지’ 누구나 만들 수 있다

[기획연재] 착한 에너지를 만드는 사람, 최서연

조이여울 | 기사입력 2008/08/15 [23:24]

‘착한 에너지’ 누구나 만들 수 있다

[기획연재] 착한 에너지를 만드는 사람, 최서연

조이여울 | 입력 : 2008/08/15 [23:24]
서울 화곡동에 있는 원불교 서울외국인센터를 방문해보면, 일반 가정집을 개조한 소박한 공간에 지붕엔 태양전지가 덮여있다. 바로 요안시민발전소다. 번잡한 도심에서도 햇빛발전소를 세워 가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이곳의 소장은 최서연 교무. 그는 젊은 시절 화학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과학자로 살아오다가 종교에 귀의했고,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태양광발전기를 돌리며 ‘착한 에너지’를 만드는 사람, “모든 사람이 과학자”라고 말하는 최서연(51) 교무를 만나 그의 ‘에너지론’에 대해 들어보았다.
 
생각도 에너지, 돈도 에너지…좋은 방향으로 써야죠
 
▲  요안시민발전소 최서연 소장   © 일다
“우리는 에너지라고 하면 석유, 전기, 가스를 생각하는데요. 사실 모든 게 다 에너지에요. 여기 있는 물도 에너지이고. 아인슈타인의 E=mc² (E:에너지, m:질량, c:빛의 속도) 공식에서 보듯, 질량을 가진 모든 것이 에너지이지요. 질량을 가진 것뿐 아니라, 돈도 에너지이고 인식도 에너지입니다. 우리가 가진 에너지를 좋은 방향으로 써야죠.”

 
최서연 교무는 나아가 ‘착한 에너지, 나쁜 에너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에너지 자체가 ‘좋다, 나쁘다’ 라기보다는 나쁜 마음으로 쓰면 나쁜 에너지가 되지요. 팜 오일도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자신들이 쓸 만큼 재배하는 거라면 뭐가 그리 나쁘겠어요. 다국적기업이 밀림을 파괴하면서 현지의 노동력을 값싸게 이용해서 잘 사는 나라에 팔아 막대한 이익을 취하니까 문제죠. 지구온난화의 책임은 지지도 않고 말이에요. 너무하잖아요.”
 
그렇다면 한국이 정책적으로 주력하고 있는 원자력에너지는 어떠할까.
 
“핵 폐기장을 건설하는 건, 발전소가 있으니까 필요한 거잖아요. 그럼 폐기물이 덜 나오는 방향으로 가야지, 계속 (원자력발전소를) 짓겠대요. 안전하다고 하면서. 그럼 여의도에 건설하던지요. 왜 수요는 대도시인데 영광, 울진 같은 곳에 발전소를 지어요? 원자력이 안전하다고 하는 이야기는 거짓이에요. 우린 이미 대형사고를 봤잖아요. 체르노빌, 쓰리마일 보세요. 한번 사고가 나면, 이 작은 나라에서 우린 다 끝나는 거예요. 그리고 반경 300km내에서 생산한 농산물, 공산품 다 수출 못합니다. 방사능에 노출되었을 수 있으니까요. 그 위험한 걸 ‘괜찮겠지’ 하고 있으니 한심하죠.”
 
그는 태양광에너지와 같이 “안전하고 어디에나 있는” 자연에너지를 통해서 지역에너지를 충당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필요한 에너지는 우리가 만들어 쓰자는 것이죠. 수입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거예요. 생산과 소비가 멀어지면 안 되요. 지역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지역에서 충당해야죠. 로컬에너지라고 하죠. 그래서 다국적기업이 장사가 되지 않게 해야 해요.”
 
햇빛만 잘 든다면 태양광발전기 설치할 수 있어
 
▲  햇빛발전기만 아니라 햇빛조리기도 사용한다.   © 일다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으면 반드시 실천에 옮겨야 하는 성격상, 최서연 교무는 2005년 10월 원불교 서울외국인센터 지붕에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했다. “일단 하는 걸 보여주고 같이 하자고 해야지, 나는 실천하지 않으면서 남보고 하라고 하는 게 말이 되나 싶어서요.”

 
태양광발전기는 설치비용이 1KW당 약 7백 만원인데, ‘자가용’으로 쓰면 국가에서 비용의 60%를 지원한다. 건물이 정남향이고, 그 방향에 큰 건물이 없을 경우 도심에서도 태양광을 사용할 수 있다. 최서연씨의 경우는 ‘판매용’으로 3KW급 태양광발전소를 세우고 ‘요안’이라고 이름 붙였다.
 
“판매용으로 하려면 사업자등록을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대도시엔 ‘발전소’를 허가해주지 않는다는 거예요. 법률상.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발전소’란 수력, 화력, 원자력을 의미하잖아요. 태양광발전소를 얘기하는 게 아닌데, 이름이 ‘발전소’라는 이유로 허가를 안 해주더라고요. 에너지전환(시민단체)에서 많은 노력이 있었어요. 법률을 수정해서 이듬해 허락을 받았죠. 그래서 제가 발전소 소장이 된 거에요.(웃음) 에너지전환에서 전력판매가 가능하도록 10년이나 애를 썼다고 하니, 내가 1년 기다린 건 감지덕지해야 할 일이겠지요.”
 
독일에선 판매용으로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할 경우에도 국가가 비용을 지원한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은 원자력에 주력하기 때문에, 전력 판매대금까지도 점차 줄이는 형국이다. 태양광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한전에 판매하는데, KW당 716원이었던 것이 714원으로 오히려 줄었다는 것. (정부는 올 10월부터 완공되는 3MW 이상 태양광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의 가격을 KW당 200원 이상 낮추기로 해, 많은 반발을 사고 있다.)
 
“그래도 지붕에서 전기를 생산해냈다는 것이 어디에요. 7월엔 장마가 있어서 16만원 정도 나왔고요, 6월엔 26만원 정도 나왔어요. 건물에서 사용하는 전기세는 월 2만5천원 정도에요. 그러니까 시간이 갈수록 초기 투자비용을 상쇄시키죠.”
 
미국산 쇠고기 안전하다 광고할 돈 있으면…
 
▲ 이주노동자에게도 에너지 전환을 홍보한다. 
최서연 교무는 주위 사람들이 햇빛발전기를 보고는 ‘전기를 펑펑 쓸 수 있어 좋겠다’고 말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가 태양에너지를 사용하자고 권하는 건 그런 이유가 아니다. “석유와 원자력이 없으면 살 수 없다는 하는 것에 대해서 ‘그렇지 않다’고, 위험하지 않은 미래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려고 미약하게나마 지붕에 설치한 것이죠. 우린 여전히 절약합니다.”

 
이야기를 듣고 둘러보니, 원불교 서울외국인센터를 찾아오는 이주여성들과 방문객들을 위해 1층엔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지만, 어머니가 함께 생활하고 있는 2층은 부채만으로 무더운 여름을 나고 있었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대로 쓰면 된다고, 지금까지 편리를 추구하며 살아왔죠. 이제 사는 방식을 바꿔야만 합니다. 에너지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되요. 처음엔 너무 좋았죠. 석유를 처음 사용할 때, 가스를 처음 사용할 때, 편한 것만 생각하고 책임져야 할 미래는 생각 못 했죠. 더우면 일단 에어컨 틀어야겠다고 생각하지, 참아봐야겠다는 생각을 안 하죠. 자동화를 너무 좋아하고 말이에요. 수동으로 해도 될 것을. 우리, 좀 불편해도 몸 좀 움직이면서 살아요.”
 
사람들은 이제 지구온난화나 석유파동 등에 대해 전보다 많은 정보를 얻게 되었다. 미래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갖기도 한다. 그러나 의식을 전환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과연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최서연 교무에게 의견을 물었다.
 
“광우병도 (정보를) 아는 사람만 걱정하지요. 근데 국가가 나서서 돈을 들여서 ‘미국산 쇠고기 안전하다’고 광고를 하잖아요? 그 돈을 써서 ‘에너지, 이대로 원자력에 의존하면 안 됩니다. 과거로 회귀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불편을 감수해야 아이들의 미래가 있습니다’ 이렇게 광고를 한다면 어떨까요? 사람들의 의식도 상당히 바뀔 수 있어요. 우리 어머니도 환경 다큐를 몇 편 보시더니 달라지셨어요. 그런데 지금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죠. 원자력을 유지하려 하죠. 석유재벌들도 아직까지 석유정점이 있냐 없냐 논쟁을 붙이고 있고요.”
 
그는 인터뷰 도중 몇 번이나 “우린 힘이 너무 없지요. 어쩌겠어요. 하는 데까지 해야지요” 라고 말했다. 주위사람들 한 명 한 명 붙들고 이야기하고, 할 수 있는 데까지 홍보를 하겠다는 것이다. 원불교 신도들에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야기하고, 원불교 교당엔 모두 설치했으면 좋겠다고 계속 건의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외국인센터 활동을 통해 만나는 이주노동자들과 결혼이주여성들에게도 에너지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주여성들은 에너지에 관심을 쓸 여유가 사실 없어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봐야죠. 그들이 친정에 정보를 전해줄 수 있고, 아이들이 엄마 나라에 가서 전해줄 수도 있어요. 이렇게 시작하는 거예요. 일단 한번이라도 보고 접한다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우리 모두가 ‘과학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 쓰레기 없는 삶을 위해 지렁이를 키운다.
공학박사이기도 한 최서연 교무는 모든 사람이 과학자이며, 스스로 과학자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한다.

 
“과학이 돈의 시녀가 되었어요. 돈을 준다고 하면, 해선 안 될 연구도 합니다. 권력의 입맛에 맞는 결과를 과학자라는 이름으로 내고 있죠. 과학이란 말이 많이 오염이 되었어요. 그러나 모든 사람이 과학자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뭔가를 궁리하면서 살거든요. 문과, 이과 나누는 교육이 우리가 스스로 과학자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게 하고 있어서 문제지요.”
 
그는 스스로 과학자임을 깨닫지 못할 때, 사람들은 “멍청해질 뿐 아니라, 전문가로 나선 과학자들이 하는 말만 믿게 된다”며 우려했다.
 
“배아줄기세포만 해도 그래요.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 줄 거라 생각하고 사기에 빠져버렸죠.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의존해버리고, ‘우린 책임 없어, 과학자들이 알아서 해주겠지’ 해버리면 안 됩니다. 그들이 정신 차리고 살도록 우리 보편적인 일반과학자들이 깨어나야 합니다.”
 
돈이 우선인 사회, 더 이상 미래 세대들에게 가치를 이야기하지 않는 사회에서 우리가 다시 회복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최서연 교무에게 물었다.
 
“우리가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알아야겠지요. 자연은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에요. 모든 것이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바다를 막고, 산을 허물고, 새를 멸종시키고 있죠. 대운하를 만들겠다고 하는 그 밑바닥엔 인간의 오만함이 있어요. 광우병도 보세요. 소를 그렇게 키우면 안 되죠. 먹어선 안 되는 걸 먹이다니요. 그게 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거잖아요. 우린 겸손해져야 합니다. 우주에서 아무 것도 아닌 존재인 우리가,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성찰해봐야 해요.”
 

에너지정치센터(blog.naver.com/good_energy)와 일다는 ‘기후변화와 에너지 전환’에 관련한 기사를 공동으로 기획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 기획취재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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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미에 2008/11/12 [01:23] 수정 | 삭제
  • 널리 알렸으면 좋겠습니다
  • 시로 2008/08/22 [15:17] 수정 | 삭제
  • 누구나 할 수 있는 아주 쉬운 것들, 더 많은 정보..널리 널리 알렸으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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