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장안동 성매매 업소들에 대한 동대문경찰서의 집중단속이 화제가 된 가운데, 경찰은 전국 단위로 변종 성매매 업소들까지 적발해나갈 방침을 밝혔다. 해마다 9월이면 성매매 사범에 대해 이벤트성 단속이 진행됐기 때문에 이번에도 별 큰 차이가 없으리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조금 다른 분위기다.
이번 성매매집결지 단속이 이례적으로 주목을 받는 이유는, 경찰 측이 성 산업을 축소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하면서 조직 내부비리를 공개하겠다는 업주 측 협박에도 전혀 굴하지 않는 자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이 “무차별적 단속”을 우려(?)하는 발언을 통해 경찰의 행보에 찬물을 끼얹을 정도로, 법 집행방식에 있어서도 원칙을 따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거대한 성매매 산업과의 싸움. 과연 일회성으로 그치고 말 것인가, 가시적 성과를 남길 것인가를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이 과정에서 잊지 않고 던져보아야 할 질문이 있다. 단속대상이 된 성매매 업소에서 종사하고 있는 여성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답은 간단하지 않다. 성매매 여성들의 생계위한 물적기반 마련해줘야 한다
이찬진 변호사(제일합동법률사무소)를 만나 성매매특별법 시행 4년이 지난 지금의 상황을 평가하고, 성매매를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누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의견을 들어보았다. -성매매특별법의 원래 취지와 목적을 다시 환기시켜주고, 그에 비추어 지금의 상황을 평가해달라. “입법 준비모임 단계에서는 다양한 정치적 견해가 있었고 논쟁이 많았다. 성매매를 합법화하고 인권침해적인 면만 제지하자는 입장과, 금지주의 틀 내에서 접근하면서 인권침해를 최소화하도록 하자는 입장이 있었다. 서로 다른 입장이었어도 공감대가 형성된 부분이 있었는데, 성산업이 너무 비대하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다른 분야에 비해 성매매 알선업이 과도한 이윤을 얻을 수 있는 구조라는 얘기다. 성매매로 인한 인권착취를 줄이려면 총량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성산업에서 돈 벌기 어렵고 위험요소가 많게 해서 경제적 이윤을 극도로 약화시켜서 성산업의 구조적인 부분을 취약하게 만들자는 의도였다. 따라서 알선행위를 하는 업자들에게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도록 하고, 여성들에 대해서는 최대한 비범죄화 하는 형태로 형사적으로 면책시킬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 업주들이 알선업을 통해 얻은 수익을 몰수 추징해, 성매매 여성으로부터 착취한 부분에 대해 보상 형태로 돌려주도록 하는 것, 그것이 여성들 입장에서 탈성매매의 물적 기반이 되도록 하는 방안이었다. 하지만 입법과정에서 이 부분이 제대로 반영 되지 않아 유명무실한 형태로 남았다. 법이 시행된 지 4년이 됐지만 성 산업이 줄었다는 구체적인 근거는 발견하기 어렵다. 만약 꾸준히 법이 집행되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목표에 가깝게 다가가지 않았을까 싶은데 안타깝다.” -성매매 여성들은 생계를 꾸려갈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속에 대해 반대한다. 여성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기는 하지만 미미한 수준이라 대안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여성들 입장에서 경제적 기반이 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지금 ‘보호법’(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알선 등 범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즉 처벌법과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즉 보호법으로 구성되어 있다)에서 일시적 보호프로그램을 뺀 나머지는 대안이 현실적이지 않다. 단속에 대해 현장에서 반발이 나타나는 원인이기도 하다. 탈성매매를 사회복지적으로 접근하기엔 어려움이 많다. 물론 탈성매매하려는 개인의 의지가 강하면 경제적 어려움을 감수하고 성공하는 경우도 많이 있지만, 상당수는 다시 성산업에 복귀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일반 기초생활보장이나 공공부조 자활서비스도 구조적인 빈곤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또한 성매매 여성들에게 현물이나 현금을 지급하는 것은 다른 빈곤, 자활정책과 비교했을 때 무리한 방식이기 때문에 ‘보호법’으론 한계가 있다. ‘처벌법’은 절반의 입법이 되었지만, 원래는 성매매 알선업주들에게서 부당이익을 환수해 여성들에게 나눠준다는 개념이었다. 처벌법에서 애초에 의도했던 대로, 여성들의 생계를 위한 물적 기반을 마련해줄 수 있도록 업주들의 부당이익을 환수하는 데에서 해답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지금의 체계에선 업주들이 성매매 알선행위로 챙긴 부당이익을 국가가 환수할 수 없나? “아니, 가능하다. 그건 의지의 문제다. 몰수는 충분히 가능하다. 음성적 형태로 되어있어서 추적을 하기 어려워서 그렇지, 적극적으로 나서면 가능하다. 내부 비리 제보 형태로 음성적 소득을 잡을 수도 있다.” 사법연감, 검찰연감 등에 통계 잡아 객관적 지표 삼아야
“해마다 9월이면 단속하다 흐지부지되는 일이 반복되었지만, 올해는 좀 다를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동대문경찰서의 경우는 지역 주민들의 강력한 요구도 있었다고 한다. 서장이 건강한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되도록 특정 일선지휘관에 의해서가 아니라, 경찰 전체 조직과 시스템 차원에서 통일된 관점으로 진행되길 바란다. 관점을 분명하게 제도화할 수 있다면, 성매매 사건도 가정보호사건 정도 수준으로 접근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단순히 풍속사범 개념으로 단속을 해선 안 된다. 성매매 사건도 상시적인 주 업무로 다루어야 할 것이다. 또, 단속해서 처벌한 범죄유형별 통계를 만들어야 한다. 경찰 차원에서 제도화 해주면 상당히 의미가 있다.” -법 집행에 있어서 제도화 한다는 의미를 풀어서 설명해달라. ”제도화에는 두 가지가 있다. 입법적 측면과 사법적 개입이다. ‘보호법제’는 어느 정도 제도화 되어있지만, 형사사법적 접근에서의 제도화 부분은 상당히 미흡하다. 풍속사범 단속이라는 이벤트성 수사가 있었을 뿐, 업무로서는 제도화되려면 멀었다.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 여성보호법인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관련 법의 경우, 주기적으로 관련범죄에 대해 사법연감과 검찰연감에 통계가 잡힌다. 지역과 관할별 통계가 나오고, 실적평가를 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가 된다. 평가가 이루어지면 자연히 인력 시스템이 생긴다. 전담검사도 생기고, 일상적인 업무가 되는 것이다. 가정폭력 범죄는 이제 일반인들도 임시조치와 같은 방법을 제법 이용하는 단계까지 왔다. 법원에서도 재판의 한 종류로 구분되어 있다. 성매매는 그렇지 않다. 실태를 조사하려면 국가용역과제로 어느 지역에 국한하여 수작업으로 하고, 법 집행 통계를 잡으려고 해도 법원, 검찰 색인부를 일일이 뒤져야 한다. 만약 가정폭력이나 성폭력과 같이 연감에 통계가 잡히게 되면, 실증적인 자료가 나올 수 있다. 형사적으로 굉장히 현실적인 자료이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국가정책을 수립하고 여성인권에 접근할 수 있다. 성산업 업체들의 변화양상도 볼 수 있다.” -통계를 잡을 수도 있는데 안 한다는 것인가? 그 역할은 여성부가 추진해야 하나? “여성인권 관점에서 보면, 여성부에 인권정책국이 있으니 정책적 결단이 서면 충분히 할 수 있다. 형사사법 통계를 내도록 국가기관에 대한 협의를 해줘야 한다. 가정보호 사건의 경우는 통계지표로 잡히기 까지 여성특위 시절에 이런 노력이 있었다. 성매매 문제와 관련해선 적극적이고 제도적 노력이 미흡했던 것 같다. 여성부뿐 아니라 법무부의 인권국에서도 이 문제를 중요한 분야로 접근해줘야 한다. 처음엔 법무부에서 무얼 해보려나 했더니, 여성인권 부분에 대한 역할이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성매매가 인권의 문제란 것을 받아들인다면,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알선업 통한 부당이득, 여성들에게 돌려줘 피해 회복하도록 -아까 ‘절반의 입법’이라는 표현도 했는데, 성매매특별법과 경찰의 단속이 과연 어떤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일까 하는 반문도 하게 된다. “지금 단속을 하는 동력은 어쩌면 님비적 접근이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지역현황을 보면, 지역주민 입장에선 성매매 집결지가 재산권 차원의 문제가 될 수 있다. 부동산 가격의 영향을 받는다. 그런 입장에서는, 이쪽만 단속해서 다른 쪽으로 가도 상관없게 된다. 위험한 접근이다. ‘우리 지역은 안 된다’는 관점으론 소용이 없다. 집중된 지역은 안 되고 분산이 되면 괜찮은가? 부작용이 있다. 물론 지금 경찰의 단속은 그런 방향이 아니라고 보지만, 혹여 그런 결과로 가게 되면 문제가 심각하다.”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침해를 막는 방향으로 단속을 한다 하더라도, 대안을 찾을 수 있는 여성들은 소수일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그게 과제다. 만약 경찰이 의지가 분명하다면, 다음은 법무부와 검찰 측이 답해야 할 것이다. 국회에서도 법 개정이 수반되어야 한다. 알선업주들이 얻는 인신착취적인 이익을 용납하지 않는다면 수익을 몰수해서 국고로 귀속할 수 있는데, 그때 형사법 상 피해자가 있을 경우 경제적 보상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국가가 그 금액을 가져가 버리면 역설적으로 부당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법원이 몰수추징 판결을 낼 때 피해자 보호관점이 반영된다. 예를 들어 사기피해 사건의 경우 사기범의 재산을 몰수 추징할 때 피해자의 몫을 감안한다. 수사단계에서 적극적으로 피해부분을 기술해서, 업주의 양형 판단의 사유로 참작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즉, 성매매 알선업주들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피해금액을 수사해줄 필요가 있다. 사법적 개입을 하게 되면 언제, 얼마를 착복했는지, 화대와 속한 기간 등을 통해 가늠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구금이 있었는지 등도 알 수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조사해서 기소 시에 적어줄 필요가 있다. 수사 결과 몰수추징 피해자에 환불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는 경찰과 검찰에 강력한 의지가 있느냐의 문제다. 탈성매매의 키는 거기에 있다. 이득이 업주에게 고스란히 남아있는 상태에서, 성매매 여성에 대해서만 ‘보호법’을 적용하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 심신을 약간 요양하는 정도지, 씨드머니가 안 된다. 그러나 성매매 업주들이 알선업을 통해 챙긴 부당한 이득을 여성들에게 금액으로 보상해주면 이야기가 다르다. 피해를 물적으로 회복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처벌법’을 통해서 탈성매매 촉진시키는 방법, 그 근본적 치유는 형사사법담당기관이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의지만 있으면 그렇게 할 수 있다. 지역주민과 성매매 여성들의 이해관계가 일치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형사사법적 노력과 더불어 여러 각도에서, 특히 국회의원들은 법이 성산업을 축소시키고 여성들을 보호하는 효과를 거두도록 실효성 있게 개정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경찰이 진심이라면 이번 계기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 이 기사는 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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