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삼십 대는 성장의 시간이다”

30대 여성들이 말하는 ‘여자나이 서른’

박희정 | 기사입력 2008/10/13 [08:15]

“여성의 삼십 대는 성장의 시간이다”

30대 여성들이 말하는 ‘여자나이 서른’

박희정 | 입력 : 2008/10/13 [08:15]
SBS의 주말 버라이어티 방송에 출연중인 가수 이효리와 배우 이천희는 똑같이 서른 살이다. 하지만 극 중에서 이들의 나이에 대한 대접은 상반된다. 이천희가 ‘소년 천희’라는 이름을 달며 스무 살의 ‘소녀시대’ 멤버와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게 표현되는 반면, 이효리의 나이는 ‘장년층’ 운운하며 농담의 대상이 된다.
 
삼십 대 여성인 안정민(33)씨는 이런 모습을 접할 때마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동년배의 남성과 자신이 다른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납득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자의 나이, 남자의 나이
 
남자 나이 서른과 여자 나이 서른. 한 쪽은 아직 젊은이고 한쪽은 더 이상 젊지 않다. 생물학적인 나이는 같지만, 사회가 의미 부여하는 의미는 다르다. 이러한 차이는 단지 예능프로에서 ‘웃자고 하는 얘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경민(32)씨는 “서른 즈음부터 ‘서른 넘으면 결혼하기 힘들다’, ‘노산(老産)이다’ 그런 말을 많이 듣는다”고 한다. 소위 ‘결혼적령기’를 지나게 되면 남성들도 결혼 관련된 말들을 주위에서 듣게 되지만, “그런 얘기를 듣는 기준이 여자가 서른이라고 치면 남자는 서른 넷, 서른 다섯 정도”로 차이가 있지 않냐고 말한다.
 
삼십 대에 접어든 유수림(30)씨도 같은 고민을 전했다. “이십 대 후반만 되어도” 나이에 대한 압박에 노출된다는 것. 유씨는 “여자의 나이 듦은 ‘추함’, 남자의 나이 듦은 ‘중후함’이라 여기는 것 같다”는 의견을 더했다. “남자의 전성기라고 하는 게 40대라고 하는데, 그 이후에 육체적으로 쇠약해지는 시기에도 ‘늙어서 추하다’고 받아들이지 않는” 반면, 여성의 나이 듦은 ‘육체적 매력의 상실’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는 것이다.
 
안정민(33)씨는 “남자들은 오래 숙성될수록 좋은 ‘와인’ 취급을 해주면서, 여자는 싱싱하지 않으면 안 되는 ‘횟감’ 취급을 한다”는 비유를 들며 씁쓸해했다.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이 그런 것 같다”는 게 안씨의 생각이다.
 
여자나이 서른이 특별한 이유?
 
 ▲  [나이 듦에 대하여]  
남자의 나이와 여자의 나이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이경민씨는 “여자를 평가하는 기준 자체가 외형적인 부분에 편향되어 있기 때문”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안정민씨는 “요새 외모지상주의가 강해지다 보니 남자도 외모가 중요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자들은 마치 무슨 ‘사명감’처럼 무조건 예쁘고 어려야 되는 부담감이 있다”고 말한다. 남성들은 육체적 매력보다 사회, 경제적인 능력이 더 우선되지만, 여성은 외모에 많은 가치 기준이 부여되고 있다는 말이다.
 
서른 줄에 들어선 여자들을 ‘퇴물’ 취급하는 분위기는 바꿔 말하면, 10대와 20대 젊은 여성의 육체적 매력만을 가치 있게 평가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여성을 전인격적으로 사고하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런 사회에서 여성들의 ‘나이 듦’은 커다란 가치상실처럼 여겨진다.
 
여성이 나이 든다는 것은
 
그렇다면 당사자인 삼십 대 여성들은 자신의 나이에 대해, ‘여자 나이 서른’에 대해 스스로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많은 삼십 대 여성들이 “삼십 대에 들어선 이후 ‘나이’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남성들의 30대가 사회적으로 ‘청년’인 것처럼 “여성들에게도 삼십 대는 성장의 과정”이라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34세인 김현주씨는 예능프로에서 여성연예인의 나이를 소재 삼아 웃음을 주려는 행위에 대해 “버라이어티 쇼의 재미를 주려는 컨셉의 하나라고 보긴 하지만, ‘나이’로 재미를 주려고 하는 게 구태의연하다”고 꼬집는다. ‘나이 듦’의 의미를 정작 여성들은 다르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수림(30)씨도 경험을 통해보았을 때 “나이 드는 것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20대는 아무것도 안 해봤으니까 고민이 많았다”면, “이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못하는 것을 알게 되어서 스스로를 정신적으로 잘 조절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박지희(34)씨는 “이십 대는 이십 대대로, 삼십 대는 삼십 대대로, 또 더 나이 들어서는 그 나이대로 가진 의미와 아름다움이 있을 텐데, 여성이라고 해서 20대의 육체적 젊음과 아름다움만이 가치 있다고 말해지는” 점에 대해 아쉬워했다.
 
또한 “사회가 너무 ‘나이 듦’의 가치를 부정적인 이미지로 몰고 가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 성찰이 부족하다는 얘기 아니겠느냐”는 우려를 덧붙였다.
 
※ 이 기사는 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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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우 2010/01/18 [00:36] 수정 | 삭제
  • 고령화사회인 요즘 (1945년 이후 현대사회 기준) 30대초반까지는 (만 34세까지) 청년 중의 청년입니다.
    여자라고 다를 게 있을까요.
    30대 초반이면 아직 팔팔한 처녀입니다.
    고령화로 사람들이 젊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젠 사회적으로 인식을 바꾸어야 할 때입니다.
    청년,처녀의 기준을 20대뿐만 아니라 30대초반 (만 34세까지) 까지 묶어서 청년,아가씨로
    봐야 할 때입니다.
    고령화로 사람들의 외모,체력,힘이 젊어지고 있는데도...
    한국인들은 여전히 100년전의 개념에서 못 벗어나고 있습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인식을 바꿉시다!
  • 빨강머리 2009/10/14 [11:54] 수정 | 삭제
  • 노령화 사희로 접어든 싯점에서 삼십대는 그야말로 청년시대입니다. 가부장제적인 남성과 사회는 이제 삼십대의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야한다고 생각 합니다.
  • 리미사마 2009/08/02 [03:29] 수정 | 삭제
  • 백퍼센트 동감합니다. 전 지금 막 삼십대를 들어선 지금의 제 자신이 좋습니다.
  • 강위 2008/11/17 [17:42] 수정 | 삭제
  • 횟감과 포도주라... 편견을 기막히게 드러내는 비유군요.
    시간을 돌려 이십대 초반으로 보내준다고 해도, 사실 저는 지금 나이가 더 좋은데. 앞으로도 현재의 내 나이를 긍정하고,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지우며 살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멋진 언니'들을 많이 만나야겠지요. 얼굴을 맞대기도 하고, 책이나 글을 통해서 만나기도 하고. 나이가 들수록 당당하고 현명하고 아름다워지는 '언니'들이 있다는 것을 보고, 듣고, 느끼면서 나도 멋진 30대를 준비해야겠어요^-^//
  • 라라라 2008/11/05 [17:53] 수정 | 삭제
  • 20대 후반에 접어든 요즘... 정말 마음에 와닿는 얘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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