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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점제도, 과연 교육적인가?
세 아이들이 펼쳐놓은 다채로운 의견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정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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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균이네 담임선생님은 반 아이들에게 ‘상점’을 주십니다. 숙제나 일기를 잊지 않고 해왔을 때는 물론, 준비물을 잘 챙겨올 때마다 상점을 하나씩 주십니다. 게다가 발표를 잘 하거나 청소를 잘 했을 때는 그것을 3개씩 주시고, 이전 시험에 비해 성적이 많이 오른 사람은 5개나 주시지요. 그렇게 상점을 50개 모은 학생에게는 좋은 학용품세트 선물까지 주셔서 영균이는 상점을 받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영균이뿐만 아니라 반 아이들 모두 상점을 받기 위해 열심히 생활합니다. 영균이는 상점 덕분에 자기 반의 아이들이 다른 반에 비해 모범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위 글은 ‘상점제도’를 아이들과 함께 고민해보기 위해 만든 텍스트다. 지난 주에는 주희, 은주, 윤진이와 이걸 가지고 공부를 했다.
 
상점은 실제로 학교, 교회, 학원 등에서 스티커나 달란트, 혹은 포인트 등의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제공되고 있다. 아이들은 이런 상점을 모으기 위해 공부를 하기도 하고, 착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또 교회나 학원을 열심히 다니기도 한다. 이들 상점은 선물로도 제공되지만, 가끔씩 달란트 시장 같은 걸 열어 그동안 받은 상점들을 가지고 아주 소소한 물건들을 구입할 수 있게 하기도 한단다. 이렇듯 아이들을 통해 들은 상점제도는 매우 다양한 목적과 취지로 여러 곳에서 활용되고 있었다.
 
심지어, 상점제도에서 힌트를 얻은 부모님들이 집에서도 여러 가지 사항들에 상점제도를 실행하고 있는 경우 또한 여러 번 보았다. 프랑스에서 본 한 젊은 어머니는 집안일을 돕거나 착한 일을 하면 상점을 주고 그걸로 장난감을 사주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들이 숙제를 제 때에 하거나 시험을 잘 보거나 책을 한 권 다 읽으면, 상점을 주는 경우를 더 많이 본다. 실제로 은주는 방과후 집에 돌아와 바로 숙제나 예습 등 자기가 해야 할 공부를 다 하고 나서 다른 것을 하면, 어머니가 그 자리에서 500원씩 현금으로 주신다고 한다.
 
나는 착한 일을 했다고 상점을 주는 것이나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상점을 주는 것, 모두 아이들에게 매우 비교육적이라고 생각한다. 상점이 아니더라도 착한 일을 한다면 자기 자신에게 보람된 일이고, 공부나 독서도 누굴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을 좀더 발전시키기 위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나는 아이들이 상점제도가 갖는 비교육적인 특성들을 깨닫길 바랬고, 상점과 관계없이 착한 일도 하고 자기를 계발시키기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하는 아이들이 되길 바랬다. 그 바람대로 아이들은 이 수업을 하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것들을 생각해내고 발표한다. 그래서 수업을 마칠 때쯤이면, 상점제도가 교육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스스로 나름대로 결론을 내온다.
 
좋은 습관 길러준다 vs. 나쁜 경제관념 생긴다
 
이번 수업에서도 함께 경험한 상점제도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좋은 점, 나쁜 점 등도 생각해보고, 그렇다면 상점제도가 어린이들의 교육에 진정 좋은 영향을 미칠까를 묻는 질문에 자기 생각들을 잘 발표했다.
 
주희는 여전히 상점은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발표했다. 그 이유는 숙제를 꾸준히 해 좋은 습관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숙제를 잘 해왔을 때 포인트를 얻어 좋은 상품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면, 아이들이 포인트를 얻기 위해 숙제를 잘 해오므로 결국 좋은 습관을 기르게 된단다. 그리고 아이들이 포인트를 모아 좋은 상품으로 바꿀 수 있는 기쁨을 얻을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제시했다.
 
그와는 반대로 윤진이는 상점제도가 아이들의 교육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대답했다. 그 이유는 첫째, 만약 상점이나 달란트가 없어진다면 더 이상 달란트를 모을 필요가 없어져 아이들은 열심히 공부를 하지 않게 될 것이란다. 결국 아이들은 달란트를 모으기 위해서 공부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달란트를 많이 모으면 달란트 시장 같은 데서 펑펑 쓰게 되므로 ‘돈은 쓰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박히게 된다고 했다. 달란트가 남으면 꼭 필요하지 않은 거라도 반드시 사게 되므로, 건전하지 못한 경제관념이 생기게 될 거라고 우려하는 이야기였다.
 
이들보다 한 살 어린 은주도 윤진이와 같은 입장이었는데, 그 이유는 아이들이 달란트를 못 모으면 복사를 하거나 다른 아이의 달란트를 훔치는 등 나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습관을 갖게 하기 위한 상점제도가 도리어 아이들에게 나쁜 행동을 하게 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나는 이들 세 명의 의견 모두 충분히 가치 있고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의도하는 방향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이데올로기 식으로 주입되는 것에 반대하므로, 난 내 생각을 결코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기대하는 결론을 내지 않았다고 해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그날 수업도 매우 재미있고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이렇듯 수업 속에는 항상 내가 기대한 것보다 훨씬 다채롭고 가치 있는 이유를 들어 자기 생각을 펼치는 아이들로 넘친다. 그들이 눈을 반짝이며 생각해낸 바로 그것들이 미래를 여는 새로운 가치관이 될 거라고 혼자 감동에 젖아 말하곤 하는데, 아이들은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는 눈치다. 그들이 크면 알까? 내가 그들 속에서 발견한 것이 무엇인지, 또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 교육일기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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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1/19 [02:32]  최종편집: ⓒ 일다
 
윙크 09/01/20 [12:24] 수정 삭제  
  아이들 의견이 다 일리가 있어요.
애들 의견을 보면서, 문득 상점제도가 욕심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살면서 가치관 고민을 할 때마다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이 "욕심"이란 건데...
욕심이란 게 긍정적인 면도 있고 부정적인 면도 있고.
어떤 사람은 욕심이 많아서 흠이지만, 어떤 사람은 욕심이 없어서 발전이 없고..
상점제도가 어느 정도는 아이들의 욕심을 키우는 역할을 하는 것 같은데..
그런 면에서 장단점을 생각해보게 되네요.
어른들도 토론해보면 재밌을 것 같아요.

연지 09/01/23 [21:01] 수정 삭제  
 
상점제도가 결과적으로 도움이 되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면이 더 많은 아이와, 아이들도 참 다양해서 평균을 이야기하기는 무척 어렵지요. 그러나 상점제도가 자율성 측면에서는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말 잘 안듣는 아이들을 양육자의 입장에서 조금은 편하게 다룰 수 있는 방법으로 고안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아이들이 직접 수혜자의 입장이면서도, 스스로 상점제도의 장단점에 대해 생각해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경험을 한다는 것은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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