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진짜로 밝혀내야 할 의혹

성폭력 사태, 근본적인 접근 필요

조이여울 | 기사입력 2009/02/12 [10:27]

민주노총이 진짜로 밝혀내야 할 의혹

성폭력 사태, 근본적인 접근 필요

조이여울 | 입력 : 2009/02/12 [10:27]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준 민주노총 성폭력 사태에 대해, 지도부가 책임을 통감하며 전원 사퇴했지만 민주노총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은 아주 멀고 험난해 보입니다.
 
11일, 민주노총은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특별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이번 사건을 둘러싼 몇 가지 의혹을 제기하고자 합니다.
 
첫째, A씨의 집을 위원장의 도피처로 삼은 경위에 관한 것입니다.

 
이런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실제로 많은 여성조합원들이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한미FTA 관련한 이석행 위원장의 수배에 따른 도피과정’이라는 중요하고 긴급한 순간에 A씨의 집을 은신처로 삼기로 한 건은 누구의 의견이고, 어떤 정황 속에서, 무엇이 가장 큰 이유로 참작되었는지, 거기부터 조사해야 할 것입니다.
 
A씨 측이 밝힌 입장에 따르면, 같은 연맹 소속 조합원인 B씨의 간곡한 요청으로 이석행 위원장에게 은신처를 제공해주었다고 합니다. A씨가 평소 이석행 위원장과 친밀한 관계에 있는 사이거나, 위원장이 직접적으로 요청을 할만한 관계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위원장이나 중앙간부들에겐 수많은 지인들이 있을 텐데, 굳이 B라는 중간매개 인물을 통해 A씨에게 은신처를 제공해달라고 부탁한 이유가 무엇인지 묻게 되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혹시 여성조합원이 남성조합원보다 위원장을 더 잘 보살펴줄 것이라는 ‘성별’ 역할을 계산한 것은 아니었는지 의심스럽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후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을 보았을 때, 민주노총 지도부가 A씨를 노동운동의 주체이자 동지로서 대했다고 믿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위원장을 숨겨주는 것은 사실상 범인도피로 법을 위반하는 것이므로, 공무원 신분인 A씨에겐 큰 희생이 따를 수 있는 요청입니다. 이석행 위원장이 검거될 수 있다는 점과, 그 이후에 A씨가 감당하게 될 일들에 대해서 얼마나 고려가 있었는지, 사전에 A씨에게 얼마나 정보가 제공되었는지 여부도 중요합니다. 이는 조직이 조합원들에게 무엇을 얼만큼 요구하며, 어떤 선택권을 주는가의 방식과 관련해 더 논의되어야 할 사항입니다.
 
둘째, 이석행 위원장 검거 이후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A씨에게 경찰에 불려갔을 때 허위진술을 하도록 요구한 점에 관한 것입니다.
 
‘강요’냐 ‘논의’였냐 양방이 다르게 진술하고 있지만, 민주노총 측이 거짓으로 진술을 하도록 종용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B씨의 부탁을 받아서가 아니라, 집 앞에 위원장 등이 와있었다고 거짓 진술하라는 내용입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측은 9일 기자회견문에서 이 문제에 대해 오해가 있을 수 있었다며 “A씨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였던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A씨가 가장 잘 알 것입니다.
 
이처럼 A씨와 민주노총 간부들이 판단을 달리 했을 때, 민주노총 간부들은 A씨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지 않고 존중해주지 않았음이 드러납니다. ‘A씨를 위해서’였다고 주장하는 민주노총의 기자회견문에서, 그 태도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읽게 됩니다.
 
셋째, 가해자 김씨의 성폭력과 강간 미수 행각의 본질이 무엇인가 하는 의문입니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이석행 위원장이 A씨의 자택에서 검거된 바로 다음 날, 대책을 논의하자며 만난 김씨는 귀가한 A씨의 집에 침입해 성추행하고 강간을 여러 차례 시도했다고 합니다.
 
성폭력은 권력관계를 기반으로 일어나는 범죄이고, 가해자들은 여러 의도에서 범행을 저지릅니다. 상대방에게 수치심을 주기 위해 성폭력을 행하기도 하고, 분풀이로 가해하기도 하며, 입막음을 하거나 자기 수하로 끌어들이기 위한 방편으로 성적 폭력을 휘두르기도 합니다. 이번 사건은 여러 정황을 통해, 후자에 가까울 것이라는 추정을 하게 됩니다.
 
위원장이 검거된 바로 다음 날이라는 정황도 그렇고, A씨를 설득하고 같은 편으로 포섭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A씨로 하여금 조직을 순순히 믿고 따르도록 회유하는 임무를 띤 가해자 김씨가 어떻게 그 와중에 자신이 설득해야 할 대상인 A씨에게 성폭행을 저지를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이미 정치인의 이른바 ‘정치적 스킨십’의 실체를 본 적이 있습니다. 우근민 전 제주도지사의 여성단체장 성추행 사건을 통해, 선거를 앞두고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여성단체의 대표를 자신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방편으로 성추행이 이루어졌다는 것이 밝혀진 적이 있었습니다.
 
또 작년에 보도된 ‘스포츠 성폭력의 실태’에서도 지도자(교사)들이 학생들을 자기 선수로 만들기 위해, 다루기 쉽게 하기 위한 일환으로 성폭행을 가하고, 감독교사들끼리 ‘코칭(가르치는)의 수단으로’ 성폭력의 방법을 사용해볼 것을 권하는 얘기도 서슴지 않는 것이 보도된 적이 있었습니다. 여성을 성폭행함으로써 자신과 특별한 관계로 만들고, 무력하게 만들어 순순히 따르도록 하려는 의도인 것입니다.
 
이는 ‘이상한 개인’의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정치적 스킨십’이란 한국의 가부장적인 정치문화 속에 자리잡은 것이고, 스포츠 지도자들의 성폭행 역시 교사들 사이 공유되고 전수되는 경험이었습니다.
 
이처럼 성폭력 예방을 위해서는 성폭력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이유부터 제도적인 문제까지 아울러 봐야 합니다.
 
성폭력 범죄와 사건 은폐의 배경이 된 조직문화
 
필요할 땐 갈급하게 요청하며 헌신을 요구하고, 공무원 신분이 위협받는 희생을 한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동지로서 의견을 귀담아듣지 않으며, 위원장 검거 이후 대책을 이야기하고 조직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만난 당일 집으로 찾아가 강간을 시도했던 민주노총 중앙간부의 범죄행위는 여성을 비하하고 동등한 주체로서가 아닌 성적 대상으로, 혹은 도구로 바라보는 조직문화의 연장선 상에 놓여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성폭력 사실이 알려진 다음에도, 민주노총 지도부에서 피해자를 보호하고 도와주지 못한 채 오히려 감시를 하거나 조직을 생각하라고 압력을 넣는 일이 가능한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헌신과 희생을 요구하면서도 운동의 주체로 인정해주지 않는 조직, 도움을 준 사람을 위험에 빠뜨리는 조직, 동지가 아닌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는 조직, 중앙간부로부터 성폭력을 당했음에도 도움이 되어주지 못하는 조직. 이렇게 먼저 신뢰를 저버린 조직에 대해 A씨가 믿음을 가져주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 의문은 비단 A씨만 아니라 모든 여성들이 이 사건을 통해 갖게 된 의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 근본적인 의문에 대해 민주노총은 답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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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이 시원 2009/03/10 [19:22] 수정 | 삭제
  • 이런 기사를 널리 알려 많은 사람이 읽도록 해야 하는데..
  • rein 2009/03/04 [13:26] 수정 | 삭제
  • 소위 진보진영의 여성인권의식부재는 여러해동안 지적되어왔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을때 조직자체가 와해될 수도 있다는 문제의식이 조금씩 자리잡은 것도 같습니다. 90년대말과 비교했을때 변화된 부분입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정치권에서 발생한 비슷한 사건들에 대해서는 아무리 문제제기되어도 변화되는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성폭력사건이후에도 당은 건재하며 의원들은 재공천, 재선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여성운동은 어떠해야 하는지..답답하기만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여성운동계 역시 첩첩산중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정치권 보다는 비교적 해결하기 쉬운 시민단체, 진보조직을 문제시하는 것에만 머무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번 민노총 사건에서도 여성단체이외에도 다수 시민단체 활동가가 문제제기와 해결과정에 주체적으로 개입하였습니다. 어쩌면 이길 수 없을것 같아 포기하고 있었던 정치권과도 이제 전면적으로 기나긴 싸움을 걸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 청년 2009/02/14 [18:52] 수정 | 삭제
  • 민주적이고 여성주의적인 방식으로 조직을 재조직하시오.
  • 한줌 소금 2009/02/14 [14:45] 수정 | 삭제
  • mano/소금 뿌렸으니 잘 나가시오. 재수가 없으려니까 별의별 똥파리가 꼬이네.마초꼴통들 민주노총 탓하겠지만 당신들이 하나도 더 나을 것 없다는 것을, 여자들은 알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쇼.
  • mano 2009/02/13 [13:26] 수정 | 삭제
  • 외가쪽 성을 따다 써서 이름이 그런거까지는 좋은데.. 이왕 쓰는거 외가쪽 성을
    앞에다 쓰는거는 어떨까요.. 본인은 어릴적부터 조여울 이란 이름을 써왔을텐데..
    중간에 외가성을 넣는거보다 앞에다 넣는게 더 좋지 않을까요..

    이조여울..
  • 여자 2009/02/13 [11:39] 수정 | 삭제
  • 그 가해자는 평소에 여자를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그럴 수 있을까요. 위원장을 도와주고, 위원장이 잡혀가고 대책을 논의하자던 날 그런 일이 발생했다면. 은혜를 원수를 갚는 거 잖아요? 여자들 필요할 땐 도움받고, 다음날 그런다면...이상해요.진짜 이상해요. 도데체 민주노총 조직 문화가 어떠면 그런 일이 발생할 수 있죠. 어떻게 자기를 도와주는 사람에게 감히 그럴 수 있는지 상상이 안가요.
  • 빙긋 2009/02/12 [17:54] 수정 | 삭제
  • 백배 동의하는 내용들입니다.
  • 뿌리 2009/02/12 [16:30] 수정 | 삭제
  • 9일 나온 민주노총 입장을 보고 '정말 안되겠구나' 하는 심정에.. 무척이나 실망이 컸다. 사죄한다고는 하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민주노총에서 무엇을 잘못했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는 태도.

    그 입장이 더욱 실망스러웠던 이유는 이석행 위원장의 명의로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다. 자신에게 은혜를 베풀어 준 피해자가 측근에세 성폭력을 당했는데, 일반인이라면 눈물을 흘리며 사죄해도 모자랄 판 아닌가? '은혜를 원수로 갚아 죄송하다'고 해야할텐데..

    헌데 민주노총은 "한 남성간부"가 "한 여성에게" 엄청난 고통과 상처를 안겨주었다는 점에 대해 분노한다고 했다. 어디까지나 조직의 잘못이 아니라 개인의 잘못이라는 거다. 개인의 잘못이지만 조직이 책임을 느껴 사퇴한다는 내용.

    '사퇴할 마음 없는데 조중동 때문에 사건이 이리 커져서 어쩔 수 없이 물러난다'는 것처럼 들려서, 지도부가 전원 사퇴하는 것이 무책임한 일로 보였다. 민주노총이 뼈를 깎는 반성과 노력을 하겠다고, 말처럼 진짜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성폭력 문제가 해결되려면 조직의 문화가 바뀌어야만 한다는 점에 적극 동의한다. 근데 하루아침에 문화가 바뀔 수 있을까? 진짜 대대적인 노력을 힘을 모아서 해나가지 않으면 불가능할 거다.

    헌데 지금도 내부 당파싸움에.. 또다시 피해자의 희생이 컸던 이 사건 자체도 이용되고 선거거치고 나면 또 잠잠해지는 그런 상황으로 가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된다.
  • ... 2009/02/12 [15:05] 수정 | 삭제
  • 안타까운 사건입니다. 가해자는 백번천번 처벌받아야 합니다. 본문 중에서 도피처를 제공한 분과 중간매개인 등과 관련한 내용이 나오는데 어려울때 도움을 청하고, 그에 부응하여 죄없이 쫓기는 분을 도와준 처사를 신분상의 문제를 걸어 문제를 제기하는 처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 2009/02/12 [11:23] 수정 | 삭제
  • 민주노총이나 언론(조중동과 같은 찌라시류도 포함) 등에서 대책을 논한다지만 정작 민주노총 내의 여성동지들이나, 여성들의 입장은 어떤지 관심은 없어보입니다. 조중동 찌라시는 성폭력의 본질은 저리 가라 하고, 피해자를 또다시 고통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여성들의 입장에서 나온 글이라 반갑네요. 그리고 언론들 신났다고 떠들지 말고, 자숙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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