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으로 책을 읽어요

<종이 봉지 공주> 이야기를 중심으로

정인진 | 기사입력 2009/03/08 [23:52]

비판적으로 책을 읽어요

<종이 봉지 공주> 이야기를 중심으로

정인진 | 입력 : 2009/03/08 [23:52]
현지, 수빈이, 민규, 승찬이와 이번 주에는 <종이 봉지 공주>(로버트 문치 글/마이클 마첸코 그림, 비룡소)라는 동화책을 가지고 공부했다. 이 공부는 ‘비판적 책읽기’를 위해 만들어졌다.

이 책의 주인공인 엘리자베스는 옷이 모두 불타버린 상황에서 종이 봉지를 걸치고, 용에게 잡혀간 약혼자인 로널드 왕자를 구하러 간다. 그리고 힘이 아닌 꾀로 용을 물리치고는 약혼자를 구한다. 하지만 왕자는 자기를 구해준 엘리자베스에게 고맙다고 말하기는커녕 “꼴이 그게 뭐냐! 잘 차려 입고 다시 오라”며 핀잔을 준다. 엘리자베스는 그런 로널드에게 “넌 겉만 번지르르한 껍데기야!”라고 말하고 그와 결혼하지 않기로 한다.

 
아이들에게 먼저 로널드의 행동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고, 또 엘리자베스가 로널드와 결혼하지 않은 건 잘했다고 생각하는지, 잘못했다고 생각하는지 의견을 나누었다. 그리고 나서 본격적으로 엘리자베스를 다른 동화 속 주인공인 신데렐라나 백설공주, 벨(미녀와 야수)과 같은 여성들과 비교해보았다.
 
엘리자베스와 다른 동화 속 주인공들은 어떻게 다른가를 묻는 질문에, 승찬이는 “백설공주, 신데렐라 등의 여자들은 모두 왕자의 성격을 알아보지 않고 결혼했는데, 엘리자베스는 로널드의 성격이 맘에 들지 않다는 이유로 결혼하지 않았다. 또, 다른 이야기 속에서는 거의 다 왕자가 공주를 구해주는데 이 이야기에서는 공주가 용감하게 왕자를 구해준다”고 대답했다.

 
현지도 “신데렐라는 용기가 없어서 새언니들과 계모에게 대들지도 못했지만, 엘리자베스는 용감해서 용과 싸우러 갔다. 그리고 백설공주는 어리석어서 못된 왕비에게 세 번이나 속았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용기와 뛰어난 지혜로 위험한 일을 당하지 않았다”며 엘리자베스의 용기를 높이 샀다.
 
“신데렐라는 용기가 없고 백설공주는 어리석어요 

그렇다면 이들 여성들과 엘리자베스 중 누가 더 마음에 드느냐는 질문을 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엘리자베스가 맘에 든다고 대답했다.

 
수빈이는 “엘리자베스는 기존의 동화 속 여자주인공들과 달리 당당하고 용감하다. 소심한 아이들은 우물쭈물 말을 하여 답답하지만, 당당하고 용감한 아이들은 씩씩하게 말해 속이 시원해 당당한 아이가 더 좋다”고 이유를 밝혔다.
 
민규만 기존의 동화책의 주인공들이 마음에 든다고 대답했는데, 이유는 “벨(미녀와 야수)은 부모님을 존경해서 효도를 많이 할 것 같고 신데렐라는 일을 많이 해서 집안일을 잘하고 엘리제(백조왕자)는 옷을 잘 만들 것” 같기 때문이란다. 민규의 재미있는 생각을 들으면서 모두 많이 웃었다.
 
끝으로 기존 동화들이 가지고 있는 상투적인 내용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찾아보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남자가 여자를 구한다’는 대답은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다 골랐다. 그렇지만 나머지 대답들은 각자의 개성이 잘 담겨 있었다.
 
‘누군가 죽거나 후회한다. 누군가 다른 사람을 저주하는데 더욱 행복해진다’는 민규, ‘언제나 착한 주인공 곁에는 나쁜 사람이 있다. 언제나 공주는 자신을 구해준 사람과 결혼한다. 계모는 언제나 나쁘다. 주인공은 나쁜 사람을 견딘다’는 수빈이, ‘여자들은 대부분 약하다. 여자들은 겁이 많다. 항상 공주와 왕자의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방해꾼이 있다’는 현지, ‘여자들은 착하기는 한데, 좀 둔하고 머리를 잘 쓰지 않는다’는 승찬.
 
나는 아이들이 동화책을 읽을 때, 혹시 책에 실린 이야기는 모두 본받을 만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그래서 매 단계마다 1회 이상, 비판적으로 텍스트를 검토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다. 이번에도 엘리자베스와 기존 동화책 속의 여자주인공들을 비교하면서, 소위 고전이라 불리는 동화 속에 담겨 있는 왜곡된 생각들에 대해 문제 제기해보길 바랬다.
 
이렇게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다른 책을 읽을 때도 배울 점과 잘못된 점을 꼼꼼하게 생각하며 책을 읽는 아이들이 되길 바란다. 그래서 아이들의 사고의 폭이 좀 더 확장될 수 있길 늘 바란다.

 
(※ 교육일기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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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윤 2009/07/09 [17:08] 수정 | 삭제
  • 재미있네요^^
    흑설공주 이야기에 이어 종이 봉지 공주라니.
    종이.봉지.전혀 공주와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이군요.
    내가 지니고 있던 이미지의 고정관념 부터 없애는 작업이 먼저 필요하겠네요^^
  • 래이니 2009/04/11 [15:58] 수정 | 삭제
  • 저도 이거 과외 하다가 이런 게 다 있네 햇는데... 고등학교 1학년 능률 영어교과서에 보면 나오거든요. 누군가를 구하러 가는 건 기존 동화를 큰 차이가 없지만, 결론 부분에서 참 재밌더라고요. 아는 얘기가 나와서 기뻐서 댓글 달았네요.
  • 헤헤 2009/03/15 [20:36] 수정 | 삭제
  • 어릴적엔 책에 실린 이야기는 모두 본받을 만한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 도비 2009/03/11 [04:53] 수정 | 삭제
  • 예전에 읽은 것 같은데....아이들 용 책이라고 해서 꼭 권선징악의 메시지를 넣을 필요가 있겠냐는....
  • . 2009/03/10 [01:23] 수정 | 삭제
  • 어릴 땐 공주들 이야기가 재밌으면서도 좀 우습다고 생각했어요. 나랑은 상관없는 판타지라고 봤던 듯 해요.. 근데 애들 중엔 진짜 공주를 꿈꾸며 동화책 주인공과 동일시하는 애들도 소수 있었던 기억도 나요..
    아무튼 애들도 공주이야기보단, 삐삐같은 등장인물이 나오는 동화를 보고 더 자신과 연결시키고 팬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커서도 삐삐라는 이름은 가슴 설레게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