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 들여다보기

논설문을 통해 펼친 의견과 주장들

정인진 | 기사입력 2009/04/20 [09:49]

체벌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 들여다보기

논설문을 통해 펼친 의견과 주장들

정인진 | 입력 : 2009/04/20 [09:49]
“어른들 중에는 아이들을 키울 때 체벌이 교육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과연 체벌은 어린이들의 교육에 필요한 것일까요? 여러분의 생각을 ‘예를 들어가면서’ 펼쳐 보세요.”
 
이건, 이번 주 6학년 아이들과 쓴 논설문의 문제다. 나는 두 달에 한 번씩 아이들과 논설문을 쓴다. 논설문은 우리들에게는 테스트의 의미를 갖는다. 논설문을 통해 주장하는 바가 얼마나 개성 있고 참신한가, 주장의 논거를 논리적으로 펼치는가, 또 자기 생각을 긴 호흡으로 잘 전개시키나 등을 평가한다.
 
특히, 어떤 문제를 토론하기에 앞서 논설문을 먼저 쓰게 한다. 많은 초등학생들은 친구들과 토론을 거치면서 좀 더 좋은 방향의 생각을 자기의 최종 입장으로 내면화할 때가 많다. 토론에 앞서 논설문을 쓰는데, 그렇게 했을 때 그 글에는 아이들의 다양한 입장이나 편견조차 잘 반영되게 마련이다. 그래서 논설문쓰기는 사전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아이들의 현재 수준을 들여다보는 거울의 역할도 훌륭히 해내고 있다.
 
이번 주 주희, 윤진이, 지나와는 ‘아이를 체벌하는 것이 과연 교육적일까’라는 주제를 가지고 논설문을 써 보았다. 그 중 체벌에 반대입장을 펼친 윤진이와 찬성입장의 지나 글을 소개하려 한다. 
 
[체벌, 과연 아이들에게 이로운가?]

최윤진(초등6)

“오늘 ㅇㅇ 학교에서 학부모와 교사들의 모임이 열렸는데, 주제는 ‘과연 체벌은 어린이들의 교육에 꼭 필요한 것인가’였다. 회의를 한 끝에 ‘체벌은 어린이들에게 필요하다’라고 결론을 내렸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까닭은 첫째, 너무 때리기만 하고 학생의 의견을 들어주지도 않으려고 한다면, 학생들이 반항적인 성격으로 변할 수 있고, 나중에 지금까지 맞았던 것들이 한꺼번에 폭발하여 대반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선생님이 먼저 따뜻한 마음을 솔선수범해 보여야 아이들도 따뜻하고 남을 용서하는 마음으로 바뀔 수 있다.
 
둘째, 체벌을 가하면 그 아이들도 자라서 체벌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학교 선생님이 하는 것처럼 남이 잘못하면 무자비하게 폭력을 가할 수도 있다. 또 만약에 그 아이가 학교 선생님이 된다면, 체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아이들에게 체벌을 가할 수도 있다. 아이가 잘못하면 일단은 부드러운 말로 타일렀다가 그 일이 두 번, 세 번 더 계속 되면 그때 가서 체벌을 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셋째, 체벌을 가하면 아이들의 마음에 와 닿지 않아서 선생님에게 보이려고만 하는, 겉으로만 모범적인 아이가 될 수 있다. 겉으로는 착하고 속으로는 아직 나쁜 마음이 가득해서 밖에 나가서는 전과 다를 것 없이 나쁜 짓을 저지를 수 있다. 그리고 나중에는 거짓말도 잘하게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체벌은 어린이들의 교육에 정말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때리지 않고 좋은 말로 타이르고 설득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체벌이 필요해!]

이지나(초등6)

“아이들을 키울 때 체벌이 필요하다는 사람과 필요하지 않다는 사람이 있다. 나는 체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첫째, 체벌을 하지 않으면 더 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작은 일을 해서 따끔하게 혼내면 그 뒤에도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아 나중에 다른 일을 저지르려고 할 때, 아픔이 생각나 멈출 수 있다. 그러나 체벌을 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또 말로 하겠지’ 라고 생각해서 더 큰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다.
 
둘째, 선생님을 우습게 본다. 아이들이 잘못을 했을 때 선생님이 체벌을 하지 않으면, 살살 말로 혼내니깐 선생님이 무섭지 않다고 여겨 선생님께 건방지게 행동하고 말을 안 듣거나 말대꾸를 하는 등의 반응을 보일 것이다.
 
셋째, 아이들이 반항을 한다. TV 프로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같은 데서 보면 엄마들은 다 아이들에게 체벌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은 때리지도 않으니까 어른들을 만만하게 보거나 친구 같은 존재로 봐서, 심부름도 안하고 ‘청개구리’처럼 행동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나는 아이들에게 체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찬성한다고 해서 무조건 막 때리자는 것이 아니고, 아이들을 때릴 때에는 너무 심하게 때리지 않는 한도 내에서 체벌을 한다면, 교육적 효과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반항심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두 어린이의 글 모두 중요한 점들을 잘 지적해 가며, 똑똑하게 잘 썼다. 특히, ‘예를 들어 쓰라’는 조건도 잊지 않고 적절하게 잘 적용시켜 좋았다. 
 
나는 물론 체벌에 반대한다. 체벌은 아이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한 좋은 방법일 수 없다는 것이 내 입장이지만, 아이들에게 그 입장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체벌 대신에 다른 교육적인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건, 체벌을 받는 어린이도 어린이지만, 부모나 교사의 성숙한 교육자적 태도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음에는 이 문제에 대한 토론도 해봐야겠다.

 
(※ 교육일기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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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무국시 2009/07/10 [23:10] 수정 | 삭제
  • 그럼 체벌의 대안은 무엇인가요?
    비판은 쉽습니다.
    '체벌'이라는 추상을 적으로 상정하는 것은 교육 현장에선 실질적으로 그다지 설득력이 없을 것 같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때로는 통제되어야 할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런 현실을 무시한 체벌 반대에는 반대합니다.
  • 간디 2009/04/20 [22:05] 수정 | 삭제
  • 교육의 목적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판단하고 그 판단에 따라 스스로 행동하는 사람,
    즉 독립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체벌은 매를 때리는 사람의 뜻에 맞게 판단하도록 강요 받아서 거기에 맞게 행동하는 사람,즉 노예가 되게 합니다.잘못을 저지른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이해하고 판단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이 되게 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어야 하고 교사와 부모는 그런 과정에서 아이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할것입니다. 체벌은 가장 쉬운 노예교육의 방법입니다. 다시 말해서 장차 스스로 생각하고행동하는 사람.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이도 스스로 일어서서 걸어갈 수 있는 사람,독립인이 되는 준비과정이 교육의 목적이여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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