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와 함께 해야 건강하다?

화학물질이 넘치는 세상에서 건강의 의미

이경신 | 기사입력 2009/06/29 [08:58]

알레르기와 함께 해야 건강하다?

화학물질이 넘치는 세상에서 건강의 의미

이경신 | 입력 : 2009/06/29 [08:58]
며칠 동안 알레르기 비염을 심하게 앓았다. 쉴새 없이 맑은 콧물이 물처럼 흘러내리는 동안, 하루하루 증상이 더해졌다. 눈물이 고여 눈이 충혈되고, 급기야 삼일째 되는 날에는 머리가 무거워졌고, 미열까지 났다. 체온이 조금 오르니까 일에 집중하기가 힘들 정도로 피로해졌고, 중이염이나 축농증이 되면 어떡하나,하는 불안감으로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동네 의사는 별 설명 없이 나도 이미 알고 있는 병명을 반복하며 삼일치 약을 처방해 주었을 뿐이었다.
 
이번처럼 비염이 심해지긴 처음이다. 수영장에 다녀온 후나 꽃가루 날리는 길을 걷고 난 후, 가벼운 비염에 시달리곤 했지만 말이다. 하천가를 산책할 때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이 있었던 걸까? 아니면, 집안에 먼지가 너무 많았던 것일까? 답답한 일이긴 하지만, 확실한 이유는 알 수 없다. 아무튼 그 이유가 어떻건, 난 알레르기 때문에 평소 생활 리듬을 고집할 수가 없었다.
             
알레르기는 ‘유익한’ 면역반응일뿐

 
▲ 알레르기는 자연치유력을 증가시켜주는 방어기능을 한다
어린 시절을 떠올려 봐도, 친하게 지내던 사람 중에 알레르기로 고통받는 사람이 있긴 했다. 봄만 되면 그 사람은 얼굴, 팔 등, 밖으로 드러난 부분이 벌겋게 짖물러 가려워서 어쩔줄 몰라했다. 그 모습은 어린 내 눈에도 참 불쌍해 보였다. 하지만 그 경우는 아주 특별했다. 사실 복숭아 알레르기 이외의 알레르기는 들어보기도 힘든 시절이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도처에서 각종 알레르기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만큼 우리 일상에서 알레르기는 낯설지 않다. 나만 해도 서른이 넘어가면서, 햇빛 알레르기, 먼지 알레르기 등 알레르기의 가짓수도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증상도 심해졌다.
  
이렇게 알레르기는 증가 추세지만, 알레르기 연구에는 큰 진전이 없다고 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알레르기 환자는 암에 잘 안 걸린다던가, 알레르기 치료를 하게 되면 오히려 암에 노출이 더 된다던가, 알레르기는 진드기, 벼룩, 빈대, 이, 옴 등과 같은 외부 기생충에 대한 방어기능이라던가 하는 연구결과들은 고려해 봄직하다고 하지만, 아직도 확실한 것은 없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알레르기가 면역과 관련되며, 어떤 위험에 대해 방어기능을 한다는 사실이다.
 
알레르기는 면역체계 중 유일하게 순식간에 반응하는 면역글로블린- E 체계와 관련되고, 정확히는 알지 못하지만 어떤 유익한 기능을 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광범위한 동의를 얻고 있는 내용이다. 다시 말해서, 일상적인 세균이나 바이러스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우리를 보호하는 유익한 기능을 알레르기가 수행하고 있다고 추론하고 있다.
 
그렇다면 너무 심각한 알레르기가 아닌 이상, 알레르기는 자연치유력을 증가시켜주니 오히려 감수해야 할 몸의 불편이라고 봐야 할텐데...
 
잘못된 청결과 화학물질의 홍수가 알레르기를 부른다
 
▲ 항균제품 등을 통한 과도한 보호로 인해 알레르기 면역체계를 가동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 현대인의 현실이다.   © 일다
그렇다고 해도 알레르기로 괴로워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그 점에서‘잘못된 청결’로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우리 사회가 알레르기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는 주장은 흥미롭다.

 
위생과 청결이 그 어떤 의학적 발견보다 인간사회의 질병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되어 왔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쓸고 닦는 물리적 청결을 넘어, 소독제, 살충제, 항균제, 방부제 등 온갖 항균제품이 위생청결 도우미로 실생활 속에 널리 상용화되면서, 우리가 병원균으로부터 과도하게 보호받아 세균,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서서히 키워나갈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알레르기 면역체계, 즉 즉각적인 면역체계를 가동시킬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 현대인의 현실이다.
        
게다가 알레르기를 치료한다면서 쓴 약제들이 그나마 존재하는 면역기능을 완전히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낳아 면역력을 더욱 떨어뜨려 놓았다는 이야기도 귀기울일 대목이다.
 
그런데 우리가 약품을 써서 과도하게 청결을 도모하는 동안, 우리 환경은 오히려 독소가  넘쳐나게 되었다. 청결을 위한 항균약품들이 바로 그 독소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식의주 곳곳에 수많은 화학물질들이 침투해 들어왔기 때문이다.
 
즉, 농약, 비료로 키운 채소, 식품첨가물 가득한 가공식품, 항생제 및 화학약품을 포함한 축산물 등의 먹을거리. 합성섬유 의복이나 화학염색된 옷, 합성세제로 세탁한 옷품 등의 입을거리. 도로가의 자동차로 인한 매연, 집안에 뿌리는 소독약, 포름알데히드를 내뿜는 주택 등의 주거환경. 이처럼 범람하는 화학물질이야말로 공기· 접촉· 음식 화학물질 과민증을 야기하고 있어 오늘날 알레르기의 주요 원인이라는 입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현대인의 삶의 양태가 알레르기를 과도하게 양산하고 있고, 이런 현실 속에서 몸이 불편해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스러울 것이다. 둔감해 불편을 못 느끼다, 결국 큰 병을 얻게 되는 것보다야 알레르기로 삶이 피곤하더라도 면역을 키울 수 있는 것이 다행스러운 일일 수 밖에 없다.
 
몸이 아프지 않기를 바랄 수 없는 이유
 
 미요시 모토하루 <의사와 약에 속지 않는 법>
어릴 때부터 잔병에 시달려 온 나는, 오래 전부터 몸의 불편함을 어느 정도 감수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뒤늦게 얻은 알레르기 증상들도 한 몫 했다. 비록 개인적 경험이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않는 마음가짐을 갖게 했지만, 사실 그 생각은 개인적 무력감을 나타내는 것도, 특정 종교의 지혜로 무시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진화론자는 말한다. 고통을 겪고 수명을 단축시키는 질병에 시달리는 것조차 번식에 유리하다면 진화과정에서 자연선택된다고. 그렇다면, 인간의 몸이 개인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쪽으로 진화되는 것이 아니니, 우리가 몸의 불편 없이, 병 없이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소망일게다.
 
비록 진화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실제 우리 몸이 일정 기간동안만 생명연장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하지도 않아 여러 결함들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외부의 세균과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면, 그러한 환경 속에서는 병에도 걸리고 알레르기 반응도 일으키면서 자연치유력을 키워나가면서 생존을 유지하는 것이 당연하다. 뿐만 아니라, 온갖 화학물질이 넘치는 세상에서 몸의 방어를 위한 알레르기가 일상이 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니, 어찌 몸이 아프지 않기를 바랄 수 있겠는가.
 
결국 ‘건강’은 몸의 불편, 병 없는 상태를 유지하는 데 있지도, 병원과 약에 전적으로 의존해 해결하는 데 있지도 않다. 오히려 병에 걸려도 단기간에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 있다. 알레르기 반응도 그와 같은 맥락에서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할 듯 싶다. ‘내 환경에 문제가 있구나’, ‘내 몸이 면역력을 유지하려 애쓰는구나’, 이렇게 말이다. 알레르기는 내 몸의 면역지수이자, 우리 사회의 오염지수니까.
 
의사가 처방한 약 일부를 먹고 나머지는 던졌다. 당장 콧물은 멎었지만, 점점 더 목이 붓고 불편해졌기 때문이다. 잘한 일인지는 알 수 없다. 아무튼 청소를 하고 하천변 산책을 피하고 수영장에도 다녀왔다. 지금은 다시 일상의 리듬을 되찾았다. 어쩌면 이번 알레르기는 내게 쉬라는 몸의 신호였는지 모르겠다.

   
*함께 읽자. 미요시 모토하루 <의사와 약에 속지 않는 법>(랜덤하우스,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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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성 2009/06/30 [20:12] 수정 | 삭제
  • 경종으로서의 질병..
    감수해야 할 불편과 통증...

    피부에 와닿는 질문을 주셔서 여러 모로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