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재개발에 대한 몇 가지 의문

안양시 덕천마을에 다녀오다

이경신 | 기사입력 2009/07/27 [00:51]

도시 재개발에 대한 몇 가지 의문

안양시 덕천마을에 다녀오다

이경신 | 입력 : 2009/07/27 [00:51]
하천 길을 따라 산책하다 보면, 건너편에 낡고 허름한 집들이 모여 있는 동네가 보인다. 하천을 사이에 두고 그 동네를 에워싸고 있는 현대식 고층아파트단지들과는 아주 낯선 모습이다. 수 년간 산책을 다니면서 그곳에 가볼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내 시선에 잡힌 그 동네는 마치 사람이 살지 않는 유령동네 같아 보여,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곳이었다.
▲ 재개발 반대 플랫카드가 걸린 덕천마을. 주민 이야기를 들으며, 누구를 위한 재개발인지 묻게 된다.  ©이경신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 동네에 재개발 반대 플랫카드들이 내걸리기 시작했다. 그곳이 궁금해지기 시작한 건 바로 그때부터였다. 일요일 오전, 산책길에서 불현듯 그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재개발인가?
 
그 동네의 이름은 ‘덕천마을’이다. 안양천 바로 곁에 위치한 탓에, 여름마다 물난리를 겪어야 했던 가난한 서민들이 모여 살아온 동네라고 한다. 그런데 현재 그곳에 안양시 최초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2012년까지 재개발 사업을 완료하여 30층 높이의 고층 아파트를 포함한 4천250 세대가 거주할 수 있는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조성하는 것이 시의 계획이다.
 
동네 여기저기를 둘러보니, 그곳에는 가로수가 없고 전신주가 가로수를 대신하고 있었는데, 내 어린 시절 동네를 떠올리게 했다. 전신주가 없고 가로수가 즐비한 건너편 아파트 촌과는 참으로 대조적이다.
 
대신 슈퍼, 세탁소와 같은 가게 앞에는 좁은 입구만 남겨놓고 화분들을 늘어놓아 언뜻 보아서는 꽃집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또 대문 위, 담벼락 앞이나 담장 위, 옥상에도, 또 2~3층 건물 계단 위나 안마당에도 어김없이 화초나 나무, 채소를 심은 화분들이 놓여 있어, 그 싱그러운 녹색빛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게다가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의 좁은 마당 한 구석을 지키고 있는 키 큰 나무들은 동네의 나이를 가늠하게 해줄 정도로 세월을 느끼게 했다.
 
하천 건너편에서 바라볼 때와 달리, 덕천마을은 을씨년스럽고 우울한 동네가 아니었다. 그곳에도 나름대로 삶의 공간을 가꿔나가는 평범한 우리 이웃이 살고 있었다. 거기엔 동네의 나이만큼이나 사람의 손길이 느껴지는 정겨운 집들이 존재했고, 정 붙이며 살고 있는 이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왔다. 다음 달부터 비워질 동네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지경이다.
▲ 삶의 공간을 가꿔온 이웃들이 살고 있는 동네 풍경. 작은 가게 앞 화초와 나무들 모습이 정겹다.  © 이경신

점심 때가 되어 출출했지만 일요일이라 문을 연 식당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떡집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먹음직스러운 백설기를 집어 들었다. 거스름 돈을 건네주는 아주머니께 재개발에 대해 넌지시 여쭤 보았더니, 속에 감춰둔 말들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온다. 평생을 살아온 동네를 억지로 떠나야 하는 상황인데, 책정된 보상금으로는 전세집도 구하기 힘든 형편이라며 울화통을 터트렸다.
 
결국, 서울처럼 안양에서도 도시 재개발은 사는 사람을 고려하지 않는 모양이다. 살고 있는 사람 대부분은 턱없는 보상금과 함께 내쫓기는 것 이외의 다른 선택이 없으니 말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재개발인가?
 
왜 도시는 획일적인 아파트단지로 채워져야 하나
 
도시 재개발 사업을 지켜보면, 원주민에 대한 배려도 없지만 도시 자체에 대한 고민도 부족한 것 같다. 가까운 미래에는 지구인 절반이 도시에서 살 거라는 예측 앞에서, 우리가 껴안고 가야 할 도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꼭 필요하다. 도시 재개발에 대한 생각도 바뀌어야 하지만, 더 이상 지금까지의 도시로는 곤란하다.
 
시에서는 덕천마을을 친환경 마을로 재개발할 거라며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설 테니, 다른 곳과 별다르지 않을 것이다. 주변 아파트단지들과 닮은 동네가 하나 더 생길 뿐일 테니까. 도대체 왜, 재개발만 하면 도시를 송두리째 바꾸는 걸까? 그것도 왜, 아파트 대단지로만 바꿔야 할까? 왜, 모든 동네가 똑같은 꼴을 하고 있어야 하는 걸까?
 
골목 안을 기웃거리며 돌아다녀 보니, 이 동네는 적어도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촌과는 다르다. 그 나름의 개성과 특색이 있었다. 시장통 골목에서 겨우 찾아낸 식당만 해도 그렇다. 단독주택을 개조한 곳이었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는 중에도 낯설어 어리둥절해지는, 평소 내가 접하는 식당과는 분명 다른 공간이었다. 그래서 바로 이웃 동네를 방문하면서도 색다른 곳을 찾아 멀리 여행 나온 사람의 호기심과 흥미가 생겨났다.
 
비록 손보지 않은 낡은 집들이 대부분이고, 곳곳이 쓰레기로 지저분하고, 또 상가와 주택, 연립주택과 소규모 아파트단지가 서로 무계획적으로 뒤섞여 있긴 했지만, 시멘트벽돌 담벼락처럼 동네 곳곳이 나를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이끌고 간다. 세월을 거슬러 서 있는 느낌이었다. 우리의 과거가 바로 거기 있었다.
 
낡았다는 이유로 사라지는 ‘우리 동네’
 
도시가 꼭 ‘새 것’이어야 하나?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에도 정을 붙이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오래된 동네가 드문 우리나라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장소가 귀하다. 평생을 이곳에서 보낸 사람들이 있고, 동네 어귀어귀마다 세월의 흔적이 새겨져 있는 덕천마을. 그처럼 과거의 기억을 담고 있는 동네가 낡았다는 이유로 사라진다는 것은 분명 아쉬운 일이다.
 
올 2월부터 주택공사에서 분양신청을 받기 시작해, 현재 절반 정도가 신청을 한 상태라고 한다. 또 다음 달부터는 이주가 시작될 거라고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재개발 취소 법정소송을 벌이고 있다. 떡집에서 만난 아주머니 말씀대로, 재개발이 좀처럼 쉽게 이뤄질 것 같진 않다.
▲ 하천 건너 편에 있는 고층아파트단지로 인해, 시야가 막혀 있는 덕천마을   © 이경신

하지만 덕천마을은 어떤 의미에서 이미 죽어가고 있는 동네이기도 하다. 재개발 계획으로 인해 동네를 떠난 사람도 생겨났고, 더 이상 애착 없이 살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버림받은 공간도 하나 둘 늘고 있는 형편이다. 무엇보다도 재개발 관련 입장 차이로 마을 주민들 사이의 분열이 커져가고 있었다. 집주인과 세입자, 빌라 주민과 상가 주민 등. 재개발 사업은 바로 주민들의 분열을 이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결국엔 다정했던 이웃들의 사이가 나빠지고, 대부분은 더 열악한 환경으로 내쫓기게 될 것이다. 생사를 걸고 싸울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끝까지 남아 결판이 나지 않는, 암울한 전쟁을 벌여야 할 것이다.
 
마을을 돌아 나오는데, 하천 건너편, 한참 마무리 중인 신축 아파트 단지가 눈 앞을 턱 가로막는다. 그 고층아파트 단지는 덕천마을의 눈을 가리는 답답한 병풍이 되어 있었다. 숨이 막혀 왔다. 길에 내걸린 플랫카드들을 뒤로 한 채, 서둘러 동네를 빠져 나왔다.
 
*함께 읽자. 한성옥과 김서정 <나의 사직동>(보림, 2003)
  • 도배방지 이미지

  • Glass1 2009/12/26 [14:46] 수정 | 삭제
  • 재개발은 간단히, 내집 헐값에 팔고 아파트 비싼값에 사는것임. 애초에 그지역에 집값이 헐값일때 사서 지금 분담금 낼능력이 있는 주민중 아파트한번살아보는게 소원인 사람은 그사업이 의미 잇으나 분담금 1- 2 억 낼돈없는분, 비싼값에 산 투기자, 지분이 적은자, 현재집에 전세금이 많아서 그돈빼주면 제돈은 얼마 안되는 분, 그냥 이대로 사는게 소원인자, 지금집에서 월세받는걸로 생활하는 종노년층은 독약이되는 일이고 깡통차는 지름길이 재개발입니다. 안양시가 서민들편에서서 부당한일 안할것이란 어리석은 생각은 접어야 합니다. 재개발 최대의 수혜자가 구청,시청입니다. 엄청난 취득세 등록세 수입이 일시로 들어오고 재산세가 기존동네시절보다 최하 10 배는 더들어오니까,, 주민들 죽건말건 기를쓰고 하는거고, 시공사는 수백억 수천억 벌고 조합간부들도 평생 먹고살돈 챙기고, 그 뒤감당은 모두 주민들 차지임.
  • mica 2009/08/31 [14:44] 수정 | 삭제
  • 평당 800이라니요. 68평에 2층집인데 33평 받으려면 2억을 더내야해요.80평생을 지켜온 집인데 2억이 어디있냐구요. 죽음이 앞으로 와 있는데 이제 욕심없고 그냥 깨끗한 집에 남은 여생 살다 가고 싶구만 자식들한테 손벌리냐구요.말이 2억이지... 나같은 사람 많답니다. 살지말고 나가라는것과 똑같이..내 집놔두고 말입니다. 안양시장은 다를줄 알았구만 다 해쳐먹었는지 눈 하나 깜짝 하지 않네. 임대 정책이 바뀌어 뺀다고들 난린데 주공은 그대로 진행하다니..서민들을 위한 집이 아니라 정부와 안양시 입에 털어넣는 집이 되어버렸네. 어디로 이사가야 할지..더러운 세상~
  • G 2009/07/30 [06:10] 수정 | 삭제
  • 노후된 건물은 교체되어야 합니다. 적어도 '도시'라면 말이지요. 허나 그 과정에서 현재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 충분한 보상이 되지 않는다면, 그것이 문제이지, 재개발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sarah 2009/07/29 [15:47] 수정 | 삭제
  • 도시 재개발이 진행될수록...
    내가 살 수 있을만한 곳들은 사라집니다. ㅠㅠ
  • 살고싶은집 2009/07/29 [10:29] 수정 | 삭제
  • 집이나 땅이나 동네가 자기 삶의 공간이냐, 투자의 대상이냐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보이겠죠.
    사람들 간의 일은 돈이 걸려있으면 새만금처럼! 시작하는 순간부터 엄청난 갈등과 싸움이 동반되고 예전처럼 돌아갈 수가 없게 되어버리죠.

    살고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살지 않는 사람들까지 포함해, 투자이익 때문에 동네건물 다 부수고 재개발을 일삼는 나라가 세상에는 그리 많지 않을 거예요.
  • 겨자씨 2009/07/28 [18:02] 수정 | 삭제
  • 잘 생각해보세요. 지금 재개발 반대하는 사람들도 처음엔 돈 좀 벌어보려고 재개발 동의했기 때문에 시작되었을 겁니다. 막상 하다보니 자기 뜻대로 안되니까 반대하는 거죠. 나는 덕천마을 재개발에 투자한 사람인데, 지금은 왜 그 동네 사람들이 재개발 한다고 해서 내가 거기에 아까운 돈을 투자했는지 진저리가 납니다. 처음부터 동의를 안했으면 좋았을텐데요. 이제 이미 멀찌감치 왔습니다. 사업 지연되면 될수록 피해자만 늘어납니다. 이 글을 쓴 분에게 덕천마을은 감상의 대상이지만 주민이나 투자자에게는 죽느냐 사느냐의 전쟁터입니다. 쉽게 쓰지 마시기 바랍니다.
  • brahms 2009/07/27 [14:31] 수정 | 삭제
  • 정말 왜 도시는 모든 곳이 획일화되어야 하는 걸까요?
    그걸 정비계획이란 이름으로, 심지어 아름답다는 감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고,
    사라져가는 것들이 아쉽고 한탄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