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다는 에너지정치센터와 함께 우리나라의 ‘해외에너지 자원개발’ 현황과 문제점을 집중 조명하고, 우리의 역할을 묻는 ‘정의로운 에너지를 위한 아시아 연대’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버마 천연가스 개발문제를 기고한 필자 유예지님은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대학원생이며, 에너지정치센터의 ‘정의로운 에너지’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최근 버마-태국 국경지대를 방문했습니다. -편집자 주]
대우인터내셔널과 한국가스공사의 버마 천연가스개발 전 세계적으로 자원개발이 한창이다. 특히 에너지 소비량은 세계 10위이지만 에너지 자급율은 3%밖에 되지 않는 우리나라는 에너지 확보를 위해 ‘자원외교’라는 기치를 내세워 해외에너지 확보에 힘쓰고 있다.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자원이 많은 곳을 찾아 아시아로, 중남미로 떠나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과 한국가스공사는 버마에 도착했다. 그 후 탐사에 성공하여 생산, 판매를 위한 파이프라인 건설을 앞두고 있다. 바로 이 버마 쉐(Shwe) 가스전은 우리나라 기업이 외국에서 발견한 가스전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여기서 생산된 가스는 전량 중국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이 개발은 한국에서 해외에너지 자원개발의 성공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지하자원개발이라는 국책사업의 특징상, 진출한 기업들은 수월하게 자원을 탐사하고 시추, 개발하기 위해 현지 정권의 도움을 필요로 하게 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조치와 따가운 눈초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악명 높은 버마 군부독재정권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그들과 결탁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개발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독재정권과 손잡고, 그 정권의 민주화 운동 진압과 인권탄압을 방조하게 된다. 군부독재정권과 손잡고 개발과정에서 주민피해 속출
아라칸 청년학생회의(AASYC) 사무국장 아웅 맘 우씨는 “쉐 프로젝트로 인해서 군부정권은 더 많은 군인들을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라칸 주에는 60대대나 들어와 있어 도처에서 군인들을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아웅 맘 우씨는 그러나 “정부는 군대에 충분한 식량을 지급하지 않아 군인들은 주민들의 토지와 가축을 강탈하고 있으며, 강간과 강제노동, 폭행을 포함한 엄청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고발했다. 태국과 버마의 국경지역인 매솟 지역에서 만난 틴 린 나잉(25세)씨는 “어선들이 쉐 가스 시추 지역으로 접근할 수 없으며, 그곳에 접근하게 되면 폭행을 당한다. 또 군인들로부터 어선에 있는 석유와 물고기를 빼앗기게 된다”고 진술했다. 이 청년은 아라칸 주에서 쉐 프로젝트의 문제점을 알리는 활동을 해왔다. 그로 인해 정보부의 감시를 받았고, 체포위협을 피해 국경을 넘어 태국으로 와야 했다. 토지몰수, 강제노역, 군부의 성폭력 예견돼
버마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듯, 쉐 프로젝트는 현지 주민들이 생활하는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틴 린 나잉씨가 이 사업의 문제점을 알리려고 했다가 체포될 처지에 놓인 것은, 버마군부가 아라칸 주 내 비판적인 여론 형성을 막으려 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같은 문제들은 예견된 것들이었다. 파이프라인 건설로 인한 인권침해 문제는, 1994년 시작된 버마 남부해안 야다나 가스전 개발사업에서 실제로 나타났던 일이다. 프랑스기업 토털과 미국기업 유노칼이 투자한 이 사업은, 파이프라인 건설과정에서 주민들에 대해 강제노동을 시키고 여성들을 성폭행하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 두 기업들은 세계적인 지탄을 받았으며, 인권침해와 환경훼손 등에 대한 소송으로 거액의 손해배상을 하게 됐다. 이렇게 심각한 주민 생존권 침해가 예상되고 있음에도, 한국의 대우인터내셔널과 가스공사는 사업을 계속해서 진행시키고 있다. 결국 이들은 ‘국익’ 혹은 기업의 이익을 위해 버마인들의 희생을 담보하고 있는 것이다. 버마 군부정권 또한 유일한 수입원이라 할 수 있는 자원개발사업을 유치하고 추진하기 위해 외국기업들을 비호해주고 있다. 군부정권과 이들 기업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것이다. “버마 민주화운동에 지지를, 쉐 프로젝트에 문제제기를!” 현재 태국 국경지역에서는 쉐 가스개발 사업으로 인해 예상되는 피해를 버마내부와 국제사회에 알리고, 이 사업의 진행을 막고자 하는 움직임이 현지 단체들을 중심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이들은 군부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무릅쓰고 현지조사를 하러 아라칸 주로 들어가기도 한다. 또 정보를 수집하고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아라칸 주민들을 교육하는 일도 맡고 있다.
이 단체들이 쉐 프로젝트를 포함한 개발사업에 반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 사업들이 버마인들에게 어떠한 이익도 가져다 주지 않기 때문이다. 아라칸 주에서는 풍부한 양의 가스가 매장되어 있지만, 생산된 가스는 다른 나라에 판매되거나, 수도인 양곤으로 보내진다. 정작 아라칸 주에는 하루에 전기가 1~2시간 정도밖에 공급되지 않는다. 시골에서는 그나마도 공급을 받지 못해 촛불을 사용하고 있다. 아라칸 민중들은 개발과정의 참여에 있어서도, 그 이익을 누리는 데 있어서도 철저히 소외돼있다. 이처럼 군부정권 하에서 진행되는 개발은 지역의 상황이나 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는다. 때문에 아라칸 사람들과 운동단체들은 ‘버마에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쉐 프로젝트를 연기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인들이 대우인터내셔널과 정부에 프로젝트를 중단하거나 연기하도록 압력을 넣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버마와 태국 간 국경지대에서 만난 버마난민과 활동가들은 모두 민주국가인 한국 시민들의 도움을 필요로 했다. 민주시민으로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대우인터내셔널과 한국가스공사의 쉐 프로젝트에 문제제기를 해주기를 바랐다. 또 버마의 민주화 운동에도 지지를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국익과 기업의 이익을 위해 버마사람들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래도 민주국가’이기에, 우리에게 보내는 버마인들의 요청에 성실히 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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