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괜찮은 몸
한 여성작가의 스튜디오에서 평소 남에게 보이기 싫었던 모습을 드러내며, 어떤 이는 생각보다 자기 몸이 예쁘다며 좋아했고, 또 한 이는 그토록 심하게 휘어져 있는 자기 몸과 대면하며 당혹스러워했다. 또 평소 등에 길게 나 있던 수술자국을 두고 지네 같다던 여동생의 말 때문에 흉할 줄로만 알았던 뒷모습에 스스로 반해버린 이도 있었다.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클라이맥스는 저신장(LP)장애여성 세라와 지적장애여성 은혜였다. 평소 안면이 있던 세라에게 모델을 제안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혹시 사진 찍는 거 싫어하세요?" "아뇨, 찍는 것도 좋아하고 찍히는 것도 아주 즐기는데요?" 조심스레 운을 뗀 내가 무색해질 정도로 그녀는 흔쾌히 모델이 되어주겠다고 했다. 장애여성들은 사진 찍히는 걸 싫어한다는 나의 생각이 편견이었던 것이다. 세라의 몸은 예술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몸을 자연스럽게 표현했고, 그런 그녀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우리 자신의 시선으로
하지만, 은혜를 주인공으로 한 포스터 발송 작업을 도와주던 남편은 말했다. "좀 예쁜 여자로 하지…" 내가 되물었다. "은혜가 안 예뻐? 난 정말 예쁜데…." 만화가 장차현실은 딸 은혜를 두고 늘 말했었다. "언니, 우리 은혜 예쁘지? 다운증후군 아이들은 하나같이 어쩌면 그렇게 예쁜지…." 예전에 지적장애인들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을 땐 그녀의 말이 과장인 줄 알았다. 그런데 나도 변했나 보다. 은혜는 처음부터 예뻤었다. 다만 은혜를 보는 눈, 내 기준이 바뀐 것이었다. 남편의 말을 듣고 사진전을 열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은혜가 예쁜 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걸 알려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 것이니…. 누군가 사진을 찍는 전문가들도 아니면서 왜 하필 쉽지 않은 사진 작업에 도전했는지 물은 적이 있다. 장애여성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장애여성의 몸이 왜곡 혹은 불균형, 비정상, 결핍된 몸으로 와 닿으며, 불행과 비극의 상징으로 각인되는 이유는, 실제로 주변에서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장애여성을 접할 기회가 제한되어 있는 가운데 다양한 매체를 통해 어느 한순간 각인된 타자화된 이미지들에 갇히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시선이 아닌 우리 자신의 시선으로 사진에 담고 싶었다. 도전의 시간, 성찰의 시간이 되길
2009년, 한국의 장애여성인 우리들 역시 남들이 결코 아름답다고 여기지 않는 우리 자신의 몸을 작품에 적극적으로 담아냄으로써, 우리 사회에 정상이란 무엇인가,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물음을 던지고자 한다. 인종과 피부, 국적, 장애 유형과 정도는 각기 다르지만 전 세계적으로 공히 무성(無性)으로 인식되며, 무능력한 몸, 의존적인 몸으로 취급받는 장애여성들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이번의 첫 시도가 우리 모두에게 자신에 대해 묻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라는 명제를 나는 인정하는가, 그러면 '모든 몸은 평등하다'는 명제에 대해서는 어떠한가. 전시되어 있는 어떤 작품 앞에서 스스로 많이 불편하고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면 왜 그러한가, 혹시 자신이 정상, 비정상이라는 잣대에 갇힌 채 정형화되고 지나치게 이상화되어 있어 현실에는 없는 그런 몸만 몸으로 여기지는 않았었는지 반추해보았으면 한다. [전시회 일정 2009.10.14-10.19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 (02)730-5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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