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다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공동기획으로, ‘녹색일자리’에 관한 기사를 연재한다. 기후변화와 에너지위기 시대를 맞아 녹색경제와 녹색일자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에선 이명박 정부의 녹색뉴딜계획 등 녹색일자리 담론이 정부중심의 극히 제한된 논의에 갇혀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녹색일자리를 둘러싼 국내외 다양한 이론과 실천을 소개하고, 우리 현실에 맞는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필자 김현우님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enerpol.net) 상임연구원이다. -편집자 주] 정부의 녹색교통 일자리 계획 미흡 정부는 오는 2012년까지 녹색교통망 구축사업에 총 71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기로 했다. 이 중 철도와 도로, 대중교통시스템을 개선하는 사업에서 창출하겠다고 밝힌 일자리 수는 16만개에 해당한다. 철도망 확충과 간선급행버스(BRT), 광역급행지하철, 복합환승센터, 자전거 도로망과 보관시설 등이 주 내용이다. 이러한 계획은 한국의 교통상황에서 볼 때 상당히 미흡하다. 우리의 경우 해방 이후 도로-자동차-석유 연료 위주의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된 반면, 교통체제인 ‘궤도’에 대한 투자는 도시철도와 고속철도 외에는 매우 부진했다.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녹색교통’이 중요해진 지금의 시점에서, 지난 날의 산업화와 교통정책에 대한 반성과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저탄소 녹색성장 계획에서도, 녹색교통 수단을 확충하는 것은 적극적인 수단으로 강구되지 못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카 지원, 자전거도로 건설 등 해당산업의 시장과 국가예산을 통해 손쉽게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닌, 교통체제를 전환하고 그에 따른 일자리를 생성, 전환하는 문제는 건드리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온실가스감축, ‘대중교통’으로 과감히 전환필요
또한 ‘도로교통’이 총 교통 CO2배출의 74%를 차지하여, 향후 온실가스 의무감축 목표 달성에 있어 특히 가시적인 감축대상이 될 전망이다. 게다가 도로교통의 절대 다수를 점하는 ‘내연기관 엔진’은 석유정점(peak oil)에 가장 직접적 영향을 받을 대상이다. 한국의 경우 교통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 배출량의 약 16.6%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수송수단별로는 ‘도로’ 7,848만 tCO2(77.7%), ‘해운’ 1,286만 tCO2(12.7%), ‘항공’ 897만 tCO2(8.9%), ‘철도’ 67만 tCO2(0.7%) 순이다. 즉, 교통수단별로 에너지 효율과 온실가스 배출 비율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대중교통’으로 과감히 전환하는 ‘지속 가능한 교통체계’가 기후변화에 대한 주요한 대응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철도망 확충이 가져올 효과 예를 들어 도로와 철도를 비교하면, 철도는 승객 한 명을 1km 수송할 때 승용차의 1/2이 안 되는 CO2를 배출한다. 화물 1톤을 1km 수송할 경우 화물자동차의 1/10이 안 되는 CO2를 배출한다. 여기에 대기오염과 소음까지 포함하면, 단위 환경비용은 더욱 큰 차이를 보인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자료에 의하면, 철도여객이나 화물 수송분담율 1% 증가 시 연간 5천595억 원의 에너지 소비 절감효과가 나며, 연간 309억 원의 CO2 배출저감 효과가 발생한다. 교통정책은 인력이나 기술, 상황 면에서 다양한 변수가 있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교통을 위한 단일한 해법을 제안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큰 방향에서 대안을 모색해볼 수는 있다. 첫째, 기술적 해법으로 하이브리드카 등 연료 효율화 수단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충분한 해법이라고 볼 순 없고, ‘자동차 의존구조’를 유지한다는 데서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둘째, 교통수단을 전환(modal shift)하는 것이다. ‘궤도’를 중심으로 하는 대중교통 확충 등 도시계획과 연동하는 포괄적 방안이다. 장기간의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지만, 직간접적으로 가장 넓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셋째, 제도적 해법으로 탄소세, 혼잡세 등 교통유발 억제책을 사용하고, 온실가스 저감 실천 지원책을 병행하는 방법이다. 앞의 방안들에 보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지만, 사회적 저항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녹색교통 전환, ‘일자리 창출’에 긍정적 영향 자동차 과잉 의존하는 현 체제에서 ‘녹색교통’으로 전환이 일어날 경우,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할까. 대체로 긍정적으로 전망되고 있다. 1998년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경제연구소에서는 1995년~2010년 사이 독일 CO2배출을 1/4 감축하기 위해 BAU(현추세 유지 전망) 사니리오와 대안 시나리오를 비교했다. 자동차제조업과 관련부문에서 13만개 일자리가 사라지는 반면, 33만8천 개의 일자리가 생겨나, 20만 8천 개의 순 증가가 생길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사라지는 일자리 중 일부는 고임금 부분이고, 주요 자동차 생산지역의 지방고용에 미치는 여향은 심각할 수 있다. 이 연구는 휘발유세 인상이 대중교통으로의 전환에 기여하고, 추가 조세수입의 절반이 대중교통의 새로운 생산기반(인프라스트럭처)과 재정 지원으로 투입돼, 대중교통 일자리를 만들 수 있으리라고 예측했다. 영국 ‘지구의 벗’에서 나온 연구보고서는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도로)교통량이 적어질수록 더 많은 고용이 창출된다”(Less Traffic, More Jobs)는 것. 특히 철도 고용의 잠재력은 매우 크게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1990년 수준 대비 2010년까지 교통량을 10% 줄이도록 교통장관이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해야 한다는 ‘도로교통 감축 (국가목표)법안’을 전제해 ‘지속 가능한 교통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분석결과 대중교통, 자전거 및 도보를 활성화하는 녹색정책들은 2010년까지 13만 개 신규일자리를 만들 수 있고, 특히 열차신설 및 관련 서비스일자리 9만개, 버스 관련 일자리 3만1천 개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것은 녹색교통 체제로의 전환이, 자동차 이용 감소로 인한 자동차 산업 4만3천여 개의 일자리 상실을 상쇄하고 남음을 보여주었다. 더욱이 보다 깨끗하고 효율적인 차량 이용과, 자동차 ‘소유’ 대신 ‘대여’에 대한 선호를 자극하는 조처들을 취한다면, 3만5천 개의 추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보고했다. 결론적으로 지속 가능한 교통을 위한 정책대안은 ‘이동(속도) 보다 접근성’에 우선성을 부여하고, ‘교통수단의 다양성’을 보장하며, ‘자원효율을 향상시키고 오염을 저감’하는 것이 세 가지 구성요소다. 장기적으로는 교통체계의 근본적 변화가 요구되며, 단기대책으로 대중교통 확충과 환경 및 고용친화적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제시된다. 영국 노동조합이 실천한 교통전환 사례
2007년 말~2008년 초 사이 영국 교통부는 히스로 공항의 활주로를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자 철도항만운수노조는 전 해인 2006년 공항을 이용한 총 47만3천회 비행 중 10만 회가 이미 유력한 철도대안이 존재하는 12개의 목적지를 향한 것임을 밝혀냈다. 또 추가적인 10만 회 비행이 유로스타, TGV 등 개선된 철도서비스가 대안을 제공할 수 있는 곳과 연결하는 노선임을 보여주었다. 즉 히스로 공항을 이용하는 비행 중 상당 수가 ‘단거리 노선’이라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결국 공항을 확장하는 방안보다는 철도에 대한 투자를 하는 것이 환경을 보호하고, 교통수단 이용자와 노동자 모두를 위해 가장 좋은 대안이라는 결론이다. 철도항만운수노조는 히스로 공항 확장에 대하여 환경친화적 대안을 강구한 최초의 노동조합이 되었다. 적절한 ‘궤도’ 서비스가 환경적으로만 아니라, 영국경제와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여도 측면에서 현실적인 대안을 제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교통부문의 녹색일자리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단기 일자리가 아닌, 지역에서 만들어지며 지속 가능한 고용가능성이다. 바이오 연료, 첨단교통체계, 연료효율 자동차 등이 주로 거론되고 있지만, 특히 ‘철도망 확충’이 가져올 효과는 더욱 크다. 무엇보다 녹색교통으로의 전환은 ‘더 많은 일자리’와 함께 ‘더 적은 도로교통’을 전제하는 기획이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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