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살지만, 나는 자랑스런 베트남인

모계사회 베트남과 부계사회 한국, 그 사이에서

마이티증 | 기사입력 2009/11/11 [10:48]

한국에 살지만, 나는 자랑스런 베트남인

모계사회 베트남과 부계사회 한국, 그 사이에서

마이티증 | 입력 : 2009/11/11 [10:48]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와 일다는 공동으로 기획하여 이주여성 당사자들이 쓰는 인권이야기를 싣습니다. 이주민의 시선에 비친 한국사회의 부족한 모습을 겸허히 돌아보고, 이주여성의 입을 통해 다양한 문화감수성과 인권의식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이 기획연재는 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필자 마이티증님은 베트남인으로, 한국으로 이주해 온 결혼이민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해 한국어로 집필하여 기고했습니다. -편집자주]
 

“나중에 또 딸 낳으면…”, “아들 한 명 낳아야 해”
 
안녕하세요, 베트남에서 온 마이티증입니다. 한국에 온 지 2년 7개월이 지났고, 지금 저에게는 22개월 된 딸이 있습니다. 시어머니와 같이 살지만, 음식은 따로따로 먹습니다. 시어머니가 2층에 살고, 우리는 아래층에 삽니다.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 말을 알아듣지 못하니까 많이 답답했습니다. 그래서 정말 외로웠습니다. 잘 모르는 사람들 속에서도 그렇지만, 시어머니와 남편 그리고 시누이들도 힘들어하는 저를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서 가족들에게도 물어보았고, 동네사람들에게도 물어보았지만 다들 모른다고 얘기했습니다. 

▲ 딸을 낳고 축복받지 못했을 때, 가장 큰 외로움을 느꼈다. ©일러스트- [느티.박현정]
아기를 낳았을 때 (제왕절개)수술을 했는데 산후조리도 못했습니다. 아기를 혼자 돌보고,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을 때는 베트남에 계신 친정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매일 울었습니다. 남편이 멀리 일하러 갔기 때문에, 밤에도 혼자 아기를 돌보았습니다. 그땐 너무 무서웠고, 걱정도 많이 했습니다.

 
‘왜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기쁘고 행복하면 안 될까?’
‘내가 외로울 때마다 남편과 시집식구들이 도와주고 사랑해준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아기를 낳고 얼마 안 되었을 때, 시어머니는 “너 나중에 또 딸 낳으면, 나 너 싫어할 거야. 아들 한 명 낳아야 해”라고 말했습니다. 그때는 아무 생각이 없어서 ‘시어머니가 장난으로 그런 말을 하는구나’ 생각했는데, 어느 날 시어머니가 또 다시 “아들 못 낳으면 너희 집에 가”라고 말했을 때는 ‘장난이 아니구나! 왜 나를 차별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래 동서에게는 무엇이든지 “잘한다, 괜찮다.” 하시면서 저에게는 한번도 좋은 얘기를 안 하시는 시어머니가 너무 섭섭했습니다.
 
아주 사소한 일이지만, 조카 옷을 사줄 때도 동서가 사는 옷은 “예쁘다, 잘 샀다”라고 하시고, 제가 사는 옷은 “돈도 없고, 사도 못해, 이런 것 사와서 누가 입겠니?” 라고 말하셨을 때도 가슴이 아팠습니다. 필시 제가 외국인이라서 말씀을 함부로 하시는 것 같습니다. 외국인도 생각과 감정이 있습니다. 어느 나라 사람이나 똑같이 대우받고 싶고, 받은 만큼 잘해주고 싶은 건 당연합니다.
 
동서는 결혼한 지 10년이 되었지만 아기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시어머니는 아무 소리 안 하시고 “동서는 뭐든지 잘해” 라고 하십니다. 저는 동서가 싫지는 않지만, 어머님이 자꾸만 저와 비교하고 차별하니까 조금 미운 생각도 듭니다.
 
저는 친정이 멀어서, 이곳에서 시어머니가 조금만 마음을 주시면 훨씬 더 잘하고 잘살 수 있을 것 같은데…. 만약 시어머니의 딸들이 외국서 결혼하고, 말도 안 통하는 저 같은 처지에 있다면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아마 우리 친정엄마처럼 걱정하고, 매일 딸을 생각해서 살이 빠질 거예요.
 
‘외국인이면 어때서! 나도 사람이에요’
 
밖에 나가면 가끔 사람들이 저에게 “어디서 왔어? 너 베트남에서 왔지? 엉덩이하고 얼굴 보면 알아” 라고 말합니다. 그럴 땐 ‘외국인이면 어때서! 나도 사람이에요’ 라는 말을 속으로 하면서, 한편으로 ‘우리 아기는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사람들이 외국인들에게도 ‘보통 사람’처럼 대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남들도 그렇고, 가까이 사는 시어머니가 “넌 이제부터 어디에 가면 베트남 사람이라고 얘기하지 마! 사람들이 네가 외국인이라는 것을 싫어해” 라고 말했을 때 너무 속상했고, 한국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외롭습니다.
 
제일 걱정되는 것은, 딸 예은이가 엄마 때문에 잘 자라지 못할까 봐 입니다. 엄마의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서 말도 늦고, 한글도 잘 못써서 나중에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 어려움을 겪으면 어떻게 할지 걱정이 됩니다. 숙제나 수업 준비도 못 도와줘서, 우리 아기가 많이 힘이 들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남편은 무뚝뚝한 사람이고, 시어머니는 연세가 많아 아이를 도와주는 것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또, 아이가 사춘기가 되었을 때도 걱정이 됩니다. 한국사람들은 이런 것을 많이 걱정하지 않겠지만, 다문화가족들은 문화가 달라서 아이 키우는 방법에도 어려움이 많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딸 예은이를 키우는데 조금 자신이 생기게 된 것은, 작년 9월부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가서 한국어를 배우고 여러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서입니다. 현재는 센터에서 아동양육선생님이 일주일에 두 번 2시간씩 양육과 학습방법 등을 교육해주고 있습니다.
 
이제는 한국말도 많이 늘고 잘 알아들어서 동네 아줌마들하고 말도 잘 하고, 그 아주머니들이 저를 많이 도와주시기도 합니다. 앞으로 한국에서 베트남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사는 베트남 친구들도 도와주고 싶습니다.
 
저는 한국에 살고 있지만 자랑스러운 베트남 사람입니다. 우리 딸 예은이에게도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도록, 그리고 남편에게도 항상 노력하는 아내가 되도록 더 열심히 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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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이 2010/12/26 [14:46] 수정 | 삭제
  • 글쓴이는 한국 국적을 취득한 한국인이자 베트남인입니다. 결혼해 한국에 왔다고 해서 본국의 음식도, 언어도, 문화도 모두 잊고 한국식으로만 살아가야된다는 생각은 세계화 시대에 맞지 않는 생각입니다. 반대로 한국인이 외국에 결혼해서 갔는데 냄새나는 된장, 김치나 먹지 말고 이곳 음식만 세끼 먹으라고 하면 참 살기 힘들듯이 말입니다.
  • 8183 2009/11/26 [18:34] 수정 | 삭제
  • 마이티증님, 힘내세요.. 힘내시라는 말도 죄송스러울 정도네요..
    사람들 정말 잔인하죠. 어떻게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에서 태어났다는 것 하나만으로 자신에겐 결코 허용할 수 없는 대우를 남에겐 할 수 있을까요.
    혹여나 소위 선진국이란 데서 동양인이라고 차별대우 받게 되면 나도 사람입네, 인권이 있네 울부짖을 거면서..
    이유 없는 괄시를 받으면 서럽고 억울한 게 당연한 건데.
    쓰레기 같은 소리 내뱉는 사람들은 무시하시고
    보이진 않아도 마이티증님을 마음으로 응원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걸 기억해주세요.
  • 초롱이 2009/11/23 [21:18] 수정 | 삭제
  • 이겨내는 곳에 꽃이 피는것이 아니겠습니까? 부디 꺽이지 않는 열정으로 행복하게 살아가시길 기원합니다~ 추위를 극복하고 피는 매화꽃은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마이티증님 화이팅~
  • mano 2009/11/22 [13:17] 수정 | 삭제
  • 앞으로는 심정을 그냥 쓰도록 합시다.
  • 웜홀 2009/11/19 [13:32] 수정 | 삭제
  • '자랑스런 베트남 사람입니다'라는 말을 문자 그대로만 해석해선 안되지요.
    이 말이 왜 나왔는지 정말 모르시겠는지요? 이 말의 속뜻은 따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한국 사람들이 그렇게 하대해도 되는 사람이 아닙니다.
    한국인이 내가 자라온 배경을 무시한다고 해서, 나 자신조차도 내 뿌리를
    부끄럽게 여긴다면 그건 스스로 내가 하등한 인간임을, 내 사랑하는 어머니 아버지 동생들이
    하등한 인간임을 인정하는 셈이겠지요.

    그래서 나는 내 뿌리에 자긍심을 갖고, 나를 있게 해준 사람들을 자랑스럽게 여기려 합니다.
    더 밝은 마음으로 이 땅, 한국에서 열심히 살아가려 합니다. 더 씩씩한 예은이 엄마가 되려합니다.'

    '자랑스런 베트남 사람입니다'란 말은 위의 심정을 담은 문장이란걸 왜 모르시는지..
    정말로 그 느낌이 전해져오지 않으시는지요? 만약 그렇다면, 글쎄 뭐..;;
    세상에 존재하는 미묘한 의미들을 알아채지 못하고 독불장군처럼 살아가는 그 삶에 연민의 정을 느낍니다;;;
  • mano 2009/11/18 [12:10] 수정 | 삭제
  • 자랑스런 한국 사람입니다. 라고 말한다면

    일본인들은 그들을 일본인으로 받아줄 순 없겠죠.
  • 복주 2009/11/17 [23:24] 수정 | 삭제
  • 남녀노소할것없이 잘못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나조차도 모르고 지난일들을 후회하고 눈물을 흘린적도 있습니다. 그들이 너무 깊은 상처가 되질 않길 바라며, 나부터라도 그들에게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봐야겠네요.
  • bom 2009/11/15 [13:42] 수정 | 삭제
  • 추성훈이 저는 자랑스러운 한국 사람입니다. 라고 말하면 욕먹을까. 재일동포들이 일본에 살면서도 저는 자랑스러운 한국사람입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 일본인들과 일본민족을 말살하려는 썩어빠진 생각일까. 사람의 정체성이 그렇게 단순하니. 한민족이 한반도에만 모여살지 않은 것처럼, 이제 한국사회도 단일민족 신화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가 될 때가 되지 않았나. 다양한 이유로 이주민이 된 사람들, 해외에서 살고 있는 동포들 포함하여, 그들이 자신의 조국을 자랑스러워 하는 채로 현지국을 사랑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마치 양자택일을 해야하는 것처럼 동화주의의 오류에 빠져있는 것 같다.
  • mano 2009/11/15 [11:39] 수정 | 삭제
  • 저는 한국에 살고 있지만 자랑스러운 베트남 사람입니다.

    ->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합니까.

    외국인인 fusako씨는 이 모양인 한국을 어떻게 바꾸고 싶습니까?
  • fusako 2009/11/14 [22:01] 수정 | 삭제
  • mamo씨 저도 외국인지만 당신같은 생각을 가진 한국사람 때문에 한국이 이 모양인 것 같아요. 말을 좀 삼가해주세요
  • 봉봉 2009/11/14 [02:01] 수정 | 삭제
  • 저부터도 '시집'이란 단어 부터 거슬리고 싫어요. 우리 아버지도 가족들을 하대하려고 하는데요.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런식으로 행동하면 뭐가 남을까요. 아버지는 가족들이 자기를 왕따시킨다고 하소연 하지만 그런 결과를 자초한게 누굴런지요. 어서 빨리 본인을 돌아보길 바랄뿐입니다. 남성우월주의가 하루빨리 없어져야겠지요.
  • mano 2009/11/13 [12:54] 수정 | 삭제
  •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한국인과 같은 대우를 받으려 한다면 그것은 분명 잘못.
  • sd 2009/11/12 [20:27] 수정 | 삭제
  • 수천년간 데릴사위 문화를 가지고있던 우리인데 고려시대 이규보가 밥한술까지 의지했다고 장인어른께 감사했던것이나 조선시대로 접어들어 초기 왕실도 마찬가지 양녕대군에게 민씨형제가 어린시절 우리집에서 살았지않냐 말한것이나보면 우리에게 시집살이란 어색한 문화가 시작된것이 그리 오래되지않았다 수많은 전통이 사라진 현대사회에도 이 시집살이 문화가 남아서 여성들을 피곤하게 하고 하물며 외국인 이주여성들은 어찌 말로다할까
  • mano 2009/11/12 [15:25] 수정 | 삭제
  • 이들은 자랑스런 베트남인들이다. 절대 한국인이 아니다.

    대체 국가와 민족이란게 뭐라고 생각하는지.. 한국인으로서 자부심과 긍지는 갖게 되길..

    한국인들과 한민족을 말살하려는 그 썩어빠진 생각을 제발 고치길 바란다.
  • 야니 2009/11/11 [14:10] 수정 | 삭제
  • 베트남은 부계중심의 가부장적인 국가는 아니라서, 한국의 남성중심적인(시집중심의) 결혼문화가 이상하게 보일 만도 할 것 같아요. 아들 못 낳으면 집에 가라니... ㅠㅠ 중국여성들도 한국에서 결혼해서 살다보면, 진짜 가부장적인 국가구나 라고 피부로 느낀다고 하던데...

    못난 한국사람들의 차별에 서러움 느낄 때도 많겠지만, 베트남사람으로서 자부심 잃지 않고 살아가시는 것 같아서 든든합니다. 딸에겐 이미 멋진 엄마이신 것 같네요. 베트남사람인 엄마를 둔 딸은 커서도 좋을 것 같은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