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일자리 창출, 4대보험도 보장 못하나

요양보호사에 대한 ‘대우’ 높아져야 한다

조이여울 | 기사입력 2009/12/02 [17:33]

여성일자리 창출, 4대보험도 보장 못하나

요양보호사에 대한 ‘대우’ 높아져야 한다

조이여울 | 입력 : 2009/12/02 [17:33]
“수발복지업(노인, 환자, 산모 등)의 ‘낮은 임금’이 말해주는 수발복지업 경시 현상은 여성정책 면에서뿐 아니라, 사회정책 전반에 있어서도 비극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전통적인 여성직업에 대한 인식의 전환 요구는 노동자와 사용자 양측, 나아가 정계에게 보내는 하나의 메시지입니다.”
 
▲ 한국여성노동자회 주최 "신자유주의와 여성정책" 간담회, 크리스티네 베르그만 박사
동독 출신으로, 통일독일에서 여성부장관을 지낸 크리스티네 베르그만(Christine Bergmann) 박사가 지난 달 18일 한국의 여성노동단체를 방문해 “어떻게 하면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부가 공평하게 분배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안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가 마련한 간담회에서, 베르그만 박사는 ‘사회적 시장경제’를 표방한 독일에서도 지난 10여 년 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크게 확산되었으며 사회는 불안정해졌다고 보고했다. “노동규제를 완화하고 노동유연성을 강화”한 결과로 나타난 현상이다.
 
베르그만 박사는 신자유주의가 사회에 미친 영향에 대해 “여성의 낮은 임금”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빈곤위험성”을 대표적인 폐해로 꼽으며, 한국사회 역시 공통적으로 당면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해가기 위해 반드시 시행되어야 할 정책의 첫 번째로 꼽은 것은, 바로 ‘돌봄 노동’ 직종에 대한 대우와 평가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서비스 일자리로 창출된 ‘요양보호사’가 자영업자?
 
사회서비스 일자리로 창출된 ‘돌봄 노동’ 직종의 종사자는 대부분 여성들이다. 한국의 경우, 작년 7월부터 도입된 노인장기요양보호제도에 따라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들이 60만 명에 달하고,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10만여 명이다.
 
그러나 시행 1년 후인 지금, 요양기관의 난립으로 수급자 확보를 위한 경쟁이 과열되고 이에 따라 요양보호사들은 ‘낮은 임금’과 실업, 성희롱 위험 등 열악한 처우 속에 일하고 있다. 여성.복지.노동단체들은 ‘노인장기요양보호제도 설계부터 재검토’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사회서비스 사업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노동부가 요양보호사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유권해석을 내려 논란이 되고 있다. 전국 각 지역의 요양기관에서 신규 요양보호사에 대해 고용보험, 산재보험을 신청했다가 거부되거나, 퇴직한 요양보호사가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등의 사례가 잇따라 발생했다.
 
마산희망지역자활센터 권옥선 팀장은 “올해 실업급여를 신청한 요양보호사가 있는데, 고용보험에 가입돼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업급여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4대 보험 가입은 당연히 의무로 알고 있었지만, 올해 (노동부에서) 노동자가 아니라고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신규 보험가입도 승인 받는 과정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여성고용의 문제이자 “국가의 근간복지”의 문제
 
 ©사진 출처 - 사단법인 한국지역자활센터협회

올해 4월 근로복지공단이 노동부에 질의한 ‘요양보호사의 근로자 여부’에 대해, 노동부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고 회신한 것이 화근이 됐다.
 
노동부는 요양보호사들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시급이 정해져 있는 점에서는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면도 있으나”, 출퇴근 시간이나 근로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업무수행 과정에서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 점,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점 등을 토대로 이렇게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요양보호사들은 대부분은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고, 업무수행에 있어서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으며 출퇴근 시간과 근로시간도 매월 정해진다.
 
노동부는 요양보호사의 운영형태 다양화 등으로 노동자성 여부를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덧붙였지만,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노동부의 입장은 결국, 위탁기관들이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서 요양보호사들을 근로자로 볼 수도 있고, 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양지영 한국여성노동자회 조사연구부장은 “민간에 영세한 곳들(요양기관)이 난립하면서 4대 보험도 인정하지 않고 제도를 편법운영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정부가 이를 막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노동부와 복지부가 서로 책임 회피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옥선 팀장도 “요양보호사란, 노인장기요양보호제도라는 ‘제도가 만들어낸 근로자’다. 당연히 근로자로 보아야지, 기관들의 자율성에 맡겨 놓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여성.노동단체들로 구성된 생생여성행동 측도 ‘요양보호사들에게 4대 보험의 혜택조차 주지 않는다면, 국가가 열악한 여성일자리를 대규모로 양산할 결론밖에 나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요양보호사의 노동권은 여성고용의 문제이자 “국가의 근간복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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