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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위하여
[기획연재] 10년 전 여성농민들이 문을 연 ‘하늘땅공부방’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김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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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는 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사회적으로 묻혀져 있던 여성농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칼럼을 연재합니다. 필자 김혜선 선생님은 전북 고창에서 10년 전부터 농사일이 바쁜 여성들과 소외된 농촌아이들을 돕기 위해 ‘하늘땅공부방’을 운영해 온 여성농민입니다. –편집자 주>
 
“선생님, 누가 때렸어요~”
“선생님, 오늘 간식은 뭐예요?”

 
오후가 되면 재잘재잘 아이들이 문을 열고 들어서기 시작한다. 아이들 웃음소리, 토닥거리는 소리가 가득 찬 이곳은 고창군 성내면에 위치한 하늘땅지역아동센터다.
 
10년 전부터 줄곧 ‘하늘땅공부방’이란 이름으로 이곳에서 아이들과 함께했다. 이젠 하늘땅지역아동센터라는 간판을 달았다.
 
아이 돌볼 짬 없는 여성들 “농촌 보육현실 바꿔보자”
 
▲  10년전 고창군 여성농민들은 열악한 농촌의 보육현실을 바꿔보고자, 외부의 지원도 없이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을 열었다.
하늘땅공부방은 2000년 4월 성내면농민회 사무실을 빌려 처음 문을 열었다. 공부방을 열기 이전에, 고창군 여성농민회에서 열악한 농촌의 ‘보육’현실을 바꿔보고자 토론회를 열었다.

 
여성들은 농사일에 바빠 아이 돌볼 시간이 없는데, 보육을 맡아줄 곳도 없어 늘 힘에 부쳤다. 안 그래도 도시에 비해 정보가 소외된 농촌아이들은 이런 현실 속에 방치되곤 했다. 우리는 농사짓는 여성농민들과 그 자녀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어린이집’을 만들기로 뜻을 모았다.
 
하지만 마침 불어 닥친 IMF한파 때문에, 어린이집을 만들어보려던 여성농민들의 노력은 허사로 돌아갔다. 지자체에서 어린이집을 지을 예산을 세울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린 포기하지 않았다. 우선 자그마한 공간에서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 운영할 수 있는 공부방을 시작하기로 했다. 마침 셋째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농사일을 하지 못하고 있던 내가 공부방 운영을 맡게 되었다.
 
성내면에 있는 농민회 사무실을 빌리고, 주변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결국 하늘땅공부방이 문을 열게 되었다. 처음에 공부방에선 하루 종일 들판에서 일하고 집안일도 도맡아야 하는 여성농민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엄마가 집에서 해주듯이 아이들 학교숙제를 봐주거나 간식거리를 챙겨주었다. 사설학원조차 하나 없던 면소재지에서, 바쁜 농사일 때문에 아이들 돌볼 시간이 없는 여성농민들에겐 큰 도움이 되었다.
 
지자체나 정부로부터 지원이 전혀 없었기에, 여성농민회와 농민회 회원들 그리고 몇몇 어머니들이 내주는 간식비로 겨우겨우 운영을 해나갔다. 그 과정에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오전시간엔 책 외판원을 했던 시간들도 있었다. 어른들 입장에서 어렵게 시간이 흘러갔지만, 아이들은 끊이지 않고 공부방을 찾았다.
▲ 하늘땅지역아동센터는 이제 지역사회에서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시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다가 지역아동센터라는 명칭으로 법제화되었고 드디어 지자체 지원을 받게 되었다. 그것이 5년 전의 일이다. 혼자 운영하던 공부방에 도우미선생님이 오셨고, 아이들과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1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주위 사람들도 이제는 이곳이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시설’이란 것을 알게 돼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IMF이후 농촌은 조부모에게 맡겨진 아이들 많아
 
공부방을 시작할 무렵 터진 IMF는 국가경제뿐만 아니라 농촌에서 평생 일만 하던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또 다른 짐을 안겨주었다. 경제적인 원인으로 인한 이혼이 증가하면서, 오갈 데 없어진 손자들을 양육하는 몫까지 떠맡게 된 것이다.
 
우리 공부방 아이들 중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사는 아이들이 절반 가까이 된다.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는 지현이 할머니는 농사일에 더해 어린 남매까지 키우느라 더 힘들어하신다. 이혼 후 직장도 없이 매일 술을 먹는 아빠와 사는 진희는, 그나마 할머니께서 알뜰살뜰 잘 챙겨주셔서 티없이 자라고 있다. 하지만 농사일에 아이들까지 챙겨야 하는 진희 할머니는 항상 고달픈 모습이다.
 
이제는 농사일도 쉬고 편안한 노후를 보내야 하는 시간임에도, 힘든 농사일과 집안일에 그리고 양육까지 책임지고 있는 것이 농촌의 노인여성들이다.
 
농촌에 살면서, 특히 부모의 이혼 등 여러 이유로 상처를 가진 아이들이 또한 많다. 이 아이들에겐 전문적인 상담이나 치유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 마땅하지만, 농촌엔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공부방 선생님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아이들에게 최대한 따뜻한 정을 주고 그 마음을 통해 아이들을 치유하는 계기를 만들어 낸다.
 
이혼 후 할머니 집에 보내졌던 한 아이는 내게 “선생님이 아니라 엄마라고 부르고 싶다”며 안겨와, 내 코끝을 찡하게 했다. 또 부모의 이혼 후 마음의 문을 닫고 눈도 마주치지 않던 아이가 공부방에 오면서 친구와 어울리고 눈도 마주치며 웃게 되는 것을 볼 때, 같이 행복해진다.
 
도시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자원을 가지고서
 
▲ 자연 속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서, 아이들은 더 많이 성장한다.
요즘 농촌 마을엔 아이들이 없다. 공부방이 위치한 면소재지의 초등학교는 전교생이 60명도 안 된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도, 같이 뛰어 놀 친구가 없다. 놀아줄 친구가 없으니, 컴퓨터와 텔레비전이 친구가 되는 건 도시아이들과 비슷하다. 맘껏 뛰놀 자연 속에서 살면서도, 또래친구가 없어서 아이들의 놀이는 사라져 버렸다.

 
공부방에서 하는 가장 큰 역할은, 그런 아이들에게 친구와 어울려 놀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공부하고 배우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통해 아이들은 더 많이 성장하는 것이다.
 
지역의 자원을 최대한 발굴해내서 아이들에게 혜택을 누리게 해주는 것 또한 지역아동센터가 하는 일이다. 도시에 비해 자원봉사인력은 턱없이 적지만, 아는 사람들을 통해 최대한 아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려 노력한다.
 
하늘땅지역아동센터에서는 한의사 선생님의 사자소학 강의도 듣고, 판소리도 배운다. 갯벌체험과 천연염색, 두부 만들기 등 재미있는 활동도 한다. 가끔씩 도회지로 나가서 영화 관람이나 문화공연을 보기도 하지만, 그런 일들은 아주 드문 경우다.
 
또한 빼먹을 수 없는 일은,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너무나 중요한 ‘먹을 거리’를 챙기는 것이다. 아이들 음식은 인공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수입밀가루와 인스턴트 식품도 먹이지 않는다.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졌던 아이들도 이제는 선생님이 직접 만든 간식을 ‘맛있게’ 먹는다.
 
소외된 아이들 향해야 할 복지예산 더 줄고 있어
 
▲ 농촌의 아이들이 당당하게 행복해질 수 있는 권리를 어른들이, 지자체와 정부가 마땅히 보장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하나씩 방법을 찾아 발로 뛰다 보면, 이런 일들을 지자체나 정부에서 맡아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할 때가 많다. 하지만 아직 우리의 현실이 그렇지가 못한 까닭에, 전국 구석구석에 있는 지역아동센터에는 농촌아이들의 권리를 위해 고군분투하며 뛰고 있는 선생님들이 많다.

 
진정으로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세상. 소외된 아이들도 당당하게 행복해질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어른들의 역할이고, 지역아동센터와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복지예산은 예전보다 줄어들고 있다. 내년도엔 더 줄어든다고 한다. 지역아동센터에도 그 영향은 미치고 있다.
 
정부의 태도에선 농사짓는 여성들과 소외된 농촌아이들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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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12/04 [03:59]  최종편집: ⓒ 일다
 
고우 09/12/04 [13:38] 수정 삭제  
  아이 양육하는 할머니들의 사연에 대해서 더 많이 알려져야 할 것 같아요..
젊을 때도 애키우기 힘든데.. 게다가 시골에선 농사일까지 하면서, 돌봐줄 사람은 없고 돌봐야 할 아이까지 있다면.. ㅠㅠ
alias 09/12/09 [21:31] 수정 삭제  
  청와대 국민 신문고에 요청하고싶은것 올리세요 저번에 올렸는데 답변이 왔고 정책에 반영이 되었어요^^.보건복지부 모두 요청해보세요 이메일로도 답변이와요...정중히 여러 사례를 들면서 정말 글솜씨 발휘해서 올렸습니다. 희망이 이루어 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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