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말만 듣고 판단해도 될까요?

<하늘을 나는 교실> 3. <바바야가 할머니>를 중심으로

정인진 | 기사입력 2010/05/24 [18:03]

남의 말만 듣고 판단해도 될까요?

<하늘을 나는 교실> 3. <바바야가 할머니>를 중심으로

정인진 | 입력 : 2010/05/24 [18:03]
*<하늘을 나는 교실>을 통해 정인진 선생님이 지난 7년간 직접 만들어 가르치고 있는 어린이 창의성, 철학 프로그램을 상세히 소개하여, 독자들이 직접 활용해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입니다. - 편집자 주
 
<하늘을 나는 교실> 3. <바바야가 할머니>를 중심으로

 
▲ 패트리샤 폴라코의 <바바야가 할머니>
오늘은 편견에 대해 생각해 보자. 편견은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나쁘게 생각하거나, 또는 좋게 생각하는 것을 뜻한다. 어른들 중에는 편견에 젖어 거짓된 정보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어른들 틈에서 편견에 젖은 어른의 생각을 자기 것으로 그대로 내면화하는 어린이도 드물지 않다. 그래서 편견에 물들지 않고, 직접 경험하고 느낀 것을 가지고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제로 아이들과 공부하고 있다.

 
나는 이 공부를 위해 패트리샤 폴라코의 <바바야가 할머니>(시공주니어)를 텍스트로 골랐다. 바바야가는 아기를 누구보다 좋아하는 상냥한 마녀다. 그러나 바바야가를 직접 본 적도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녀는 아기들을 잡아먹는 사악한 마녀로 소문나 있었다.
 
6학년인 형진, 찬이, 해빈이의 의견을 예로 뽑았다. 특히,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아이들의 의견이 아주 좋아서, 될수록 발표한 원문을 그대로 싣고자 한다.
 
첫 번째 질문으로 <바바야가는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자기에 대해 나쁘게 말하는 것을 듣고 너무 괴로워했습니다. 여러분이 바바야가였다면 어떤 마음이었겠습니까?> 물었다.
 
물론, 기분 좋다고 대답하는 어린이는 없다. 이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형진이는 사람들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기를 욕하는 건 너무 짜증날 것 같다고 했다. 해빈이 역시 바바야가 할머니처럼 괴롭고 억울했을 것이라면서, 자기 같으면 너무 억울해서 마을 사람들을 해칠 것 같다고 솔직한 심정을 표현했다.
 
이제, 우리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볼 차례다. <이 동화 속의 사람들처럼 누군가의 말만 듣고 판단을 내린 적은 없었나요?> 각자의 경험을 발표해보도록 했다.
 
*찬이: 우리 학교에 박지환이라는 애가 전학을 왔다. 내가 학원친구한테 물어보았더니, 박지환은 전 학교에서 왕따였고 성격도 더럽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사귀어보니 좋은 아이였다.
 
*형진: 쉬는 시간에 남자애들이 모여서 수군거렸다. 우리 반의 어떤 남자애가 장애인이고 그 아이는 정신이 10년 동안 나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도) 아이들에게 소문을 많이 냈다. 다음날 쉬는 시간에 그 아이에게 가서 물어보았더니, 작년에 시험을 너무 잘 봤다고 했다. 갑자기 미안해졌다.
 
*해빈: 엄마가 어느 애하고 놀지 말라고 했는데, 막상 가서 말을 걸어보니 너무 순진하고 착해서 엄마 몰래 같이 놀았던 적이 있다.
 
해빈이 의견에서는 어머니가 왜 그 아이와 놀지 말라고 했는지 이유가 소개되어야 더욱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또, 몰래 노는 것에 머물지 않고 어머니께 그 아이가 어머니가 아는 것과는 다른 아이라는 것도 알려드린다면 더 좋겠다.
 
아이들의 의견처럼, 우리 주변에는 무수히 많은 편견이 존재한다. 분명하게 확인되지도 않은 말들이 떠돌아다니고 있다. 그것은 또래들 사이에도 존재하고, 어른들을 통해서도 주입된다는 걸 해빈이의 의견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다음 문제는, 이렇게 세상에 떠돌아다니는 편견을 직접 찾아보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이 동화에서처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나쁘게, 또는 좋게 생각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어떤 것이 있는지 찾아봅시다.>
 
이때 예를 간단하게 들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늘은 ‘엄마가 직장에 다니는 집의 아이들은 공부를 못해!’와, ‘부모가 교사인 집의 아이들은 가정교육을 잘 받아 예의가 바르다’를 예로 제시했다. 예문은 그때그때 생각나는 걸 말해주면 된다. 몇 가지 예를 들어주면 아이들이 쉽게 자기 생각을 발표할 수 있다. 아이들의 발표를 종합해 보면 아래와 같다.
 
1) 얼굴 잘생긴 애들은 잘난 척을 한다.
2) 막내는 누나에게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
3) 집안일을 여자가 해야 한다.
4) 초등학생이라고 (혼자) 시내나 바깥을 나가지 못하게 한다.
5) 엄친아는 싸가지가 없다.

 
사실 4)번의 의견은 편견의 예로는 적당하지 않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편견의 예를 묻는 질문에 대해, 대답을 정확하게 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이렇게 여러 가지 예를 생각해본다면, 살면서 편견인지 아닌지를 더 잘 구분해 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 패트리샤 폴라코의 <바바야가 할머니>
한편, 이 동화에서 마을사람들은 결국 바바야가는 마음씨 좋은 마녀라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한 할머니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만으로 남을 판단하는 사람들은 정말 바보야! 마음으로 느껴야 해!”라고 말한다. 이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것이 네 번째 질문이다. <이 말은 어떤 의미일까요? 이런 마음가짐은 중요한가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도 자세하게 발표해 봅시다.>

 
*찬이: 외모를 보고 판단하지 말고 속마음을 보고 판단해라. (이 생각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외모가 이상하다고 해도 속마음은 좋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형진: 사람은 얼굴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능력 등 더 자세히 보아야 한다. (중요한 생각이다. 사람을 겉으로만 보고 판단하면 중요한 인재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빈: 남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욕하는 것은 나쁘다. (중요한 생각이다. 왜냐하면 남을 잘 모르고서 욕을 하면 듣는 사람이 기분이 나쁘다. 그리고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었다면 좀 창피하다.)
 
난 이 대목에서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한다.
 
어른이라고 해서 항상 좋은 생각만 하는 것은 아니에요. 어른들이 하는 말 속에도 편견에 물든 생각을 많이 찾을 수 있어요. 그러니 부모님이나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무조건 옳다고 따르기보다, 그것이 좋은 생각인지 아닌지 여러분이 스스로 잘 생각하고 판단을 내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이 하는 말을 그대로 믿고 섣불리 판단을 내렸다간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있어요.
 
특히, 직접 사귀어보지 않고 남의 말만 듣고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되겠어! 그랬다가는 좋은 사람을 잃을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마음의 상처를 줄 수도 있지요. <그렇다면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할 때 우리는 어떤 마음자세가 필요할까요?>
 
이것이 마지막 문제다. 아이들은 이 질문에도 대답을 척척 잘한다. 그들의 생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그 사람의 능력
2) 공부를 얼마나 잘하는지
3) 예의가 있는가?
4) 봉사정신이 좋은가?
5) 속마음이 좋은가?
6) 어울리는 친구들
7) 선생님한테 많이 혼나는지

 
오늘 공부는 여기까지다. 남들이 하는 편견어린 말을 듣고 판단을 내리는 일은 없어야겠다. 스스로 보고 느끼는 것을 가지고 평가를 내리고, 편견 없이 사람을 대해야 한다는 걸 아이들이 배웠길 바란다. (※ ‘하늘을 나는 교실’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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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rala 2010/06/20 [15:10] 수정 | 삭제
  • oh, you're right. From read now, maybe I'm not people.I'm so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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