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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기록, 그러나 일생을 걸고 할 것
4대강 공사로 신음하는 낙동강에서 지율스님을 만나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박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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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가면 나무를 안아 보세요”
 
▲ 지율스님 _ <어찌 이곳을 흐트리려 합니까> 순례자 일기  © 촬영- 김흥구(푸르스트) docu.asia
자전거도로를 내기 위해 훼손된 산길을 걷고 있던 낙동강 순례단에게 나무 한 그루를 어루만지며 지율스님이 말을 건넸다. 한 번이라도 나무를 품에 안아보았거나 나무의 몸에 손을 얹어 보았던 사람이라면, 스님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금방 알아차렸을 것이다. 나무에게도 체온이 있고, 마음이 있다는 것을.

 
파헤쳐진 숲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기 전에 나무의 숨결을 느껴보라고 낮게 이야기하는 이. 그 생명에 대한 남다른 태도가 천성산의 힘겨운 싸움에 이어 낙동강으로 지율스님을 이끈 것이리라.
 
작년 11월, 본격적인 4대강 사업 공사 시작과 함께 지율스님이 상주에 터를 잡고 낙동강 순례길을 연지 이제 7개월 남짓 되었다. 그 사이 공사는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었고 아름다웠던 낙동강의 풍경을 순식간에 뒤바꿔놓았다. 푸른 습지들은 파헤쳐져 붉은 흙을 드러내었고, 투명하던 강물은 오탁수가 되어 흐른다.
 
“공사 시작 반 년 만에 저렇게 거대한 보 기둥을 세워내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거에요.”
 
상주보 공사현장 앞에서 지율스님은 기가 막힌 듯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상주보 전체 중 먼저 공사를 시작한 가동보 쪽은 거의 완성이 되어 거대한 기둥이 위압적인 모습을 드러내었다. 눈으로 보면서도 믿고 싶지 않은 어처구니 없는 광경이다.
 
밤에도 전등을 밝히고 휴일도 없이 진행되는 공사로도 모자랐는지, 낙동강 칠백리 발원지인 퇴강에는 곧 공병부대도 투입될 예정이다. 투입되는 인원은 117명, 덤프트럭은 50대의 규모라고 한다. 6월부터는 낙동강 1비경으로 꼽히는 경천대에도 공사가 시작된다.
 
지율스님은 공사가 시작되기 전인 작년 3월부터 1년 넘게 낙동강의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해 오고 있다. 경천대 공사와 공병대 투입 소식이 들린 지난 5월부터는 다음카페 ‘어찌 이곳을 흐트리려 합니까(cafe.daum.net/chorok9)’에 상주 10경이라는 이름으로 지역을 세분화해 기록작업의 끈을 더욱 조였다.
 
낙동강 발원지를 지키기 위해 상주에 터를 잡다
 
▲ 4대강 공사로 파괴되는 낙동강을 바라보는 지율스님 ©촬영- 화사
4대강 파괴를 눈 앞에 두고 스님이 머물 곳을 상주로 잡은 것은, 낙동강에서 상주지역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 위치였기 때문이다.

 
“상주부터 위 쪽, 낙동강 상류가 훼손된다면 복원에는 100년, 200년의 시간이 걸릴 거예요. 복원된다고 해도 원형으로 복원되기는 힘들 것입니다. 그러나 이 곳이 파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 복원을 위한 시간은 훨씬 더 줄어들 겁니다.”
 
낙동강은 상류로 갈수록 드넓게 펼쳐진 모래사장이 눈부신 풍경을 이룬다. 소백산맥에서 발원해 은빛 모래를 실어 나르는 내성천을 통해 낙동강은 아름다운 모래밭을 품게 되었다. 물이, 그저 자기 가고 싶은 데로 이리저리 산을 깎아 굽이굽이 흐르며 기름진 벌판과 맑은 물로 뭇 생명들의 터전이 되어주었다. 사람들도 강의 축복을 받아 많은 것을 누려왔다. 그러나 우리는 준설과 콘크리트로 강의 생명줄을 끊으려는 광경을 눈앞에 보고 있다.
 
“4대강 사업에 대해 홍수, 가뭄, 수질, 경제 논리로만 접근하면서 ‘강이 무엇이고 우리에게 무엇을 베풀어주는 지’ 말하는 것을 놓쳤다고 봐요. 낙동강을 다니며 느끼는 게 낙동강 같은 강은 드물어요. 최상류에 모래가 많은 강. 독일은 (운하건설로) 자연스런 강이 거의 없어요. 일본은 화산 지역이라 모래강이 거의 없다고 해요.”
 
지율스님은 우리가 가진 강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우리가 강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것들을 받아왔는지를 보라고 한다. 우리가 정말로 잃게 될 것들이 무엇인지, 직접 보고 뼈저리게 느낄 때 강을 지키기 위한 진짜 움직임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천성산 싸움이 남긴 것, 구호는 의미 없다
 
▲ 낙동강 상주보 공사현장에서, 순례자들에게 4대강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지율스님    © 촬영 - 화사
4대강 사업의 해법을 고민하면서, 천성산과 새만금을 떠올렸다. 두 사업 모두 개발 대 환경의 구도 속에서 철저하게 개발사업의 손을 들어주었다. 새만금의 여성어민들도, 지율스님도 ‘목숨을 걸고’ 갯벌을, 산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 그러나 새만금의 바다는 막혔고, 천성산에는 길고 긴 터널이 뚫렸다.

 
민주정부 10년. 환경을 지키기 위해 개발사업을 막은 작은 선례라도 만들 수 있었다면 지금 4대강의 위기도 조금은 모습을 달리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율스님은 “종교인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미움이나 화는 종교적으로 정리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래도 천성산의 일은 떠올릴 때마다 가슴에 천불이 난다.
 
故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시절 “고속철도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고 대안 노선을 검토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2003년 1월 20일, 발주취소를 약속했던 인수위원회는 공사강행 입장을 표명했다. 환경영향평가도 부실했다. 지율스님이 목숨을 건 단식을 통해 요구한 것은 하나였다.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를 하라는 것이다.
 
천성산 중심부로 13km의 국내 최장 터널이 뚫릴 경우 지하수 누수, 고산습지 훼손, 계곡 하천 고갈 등의 심각한 환경파괴 위험이 예상되었다. 이러한 위험을 무릅쓰고 터널을 만들 경우 단축되는 시간은 고작 20여분에 불과하다.
 
터널을 뚫지 않는 대안노선도 존재했다. 오히려 3천7백억 원의 공사비가 절감되며, 공사 기간도 1년 가량 단축될 수 있는 노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성산 터널 공사는 강행되었다.
 
그때 환경영향평가에 참여했던 교수들은 도롱뇽의 서식을 부인하였고, 천성산에 살고 있는 30종의 보호동식물에 대해서도 “특별히 보호를 요하는 동식물은 없음”이라는 보고서로 부실한 환경영향평가에 면죄부를 주었다. 이해하기 힘든 이 일련의 과정들은 ‘국내 최장 터널을 뚫는 토목공사를 통해 누군가에게 막대한 이익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정황적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지금의 4대강 사업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당시 유시민 의원은 2007년 7월 12일 전남대 강연에서 “스님이 밥 굶으면 터널 공사 중단해야 하는 나라”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서울시장 시절 “여성 한 분의 단식으로 수십조원의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고 지율스님을 비난했다. 지금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교수들 중에는 천성산 환경영향평가에 참여했던 이들도 있다.
 
“사람들 마음에 생명이 파괴됨을 아파하는 마음이 복원되지 않는다면, 단지 정치적 움직임이나 구호로 이 사업이 중단된다는 것은 의미가 없어요.”
 
낙동강, 일생 동안 기록해 갈 것
 
▲낙동강 before & after 고령교 부근  ©촬영-지율스님
천성산의 경험이 있기에, 이 사업이 무지막지하게 밀어붙여질 수도 있다는 것까지 지율스님은 받아 들이고 있다. 4대강 사업이 끝나고 나면 그 이후에는 반드시 강을 망가트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고, 복원작업이 따라올 것이다.

 
그 때 잘못을 저지른 이들이 책임을 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미래세대가 또다시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지 않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를 위해 지율스님은 오늘도 낙동강 현장의 기록을 남긴다. 사건의 진실을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근거자료들을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국토해양부 장관을 4대강 사업 허위광고 등의 혐의로 고소한 것도 ‘기록’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먼 미래까지 내다보면서 스님은 작은 증거들을 하나씩 세심하게 모으고 있다. 지율스님에겐 천성의 일도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올해 터널이 완공되고 나면 천성산에도 이상 징후들이 나타날 것이다. 고속철도사업 또한 그렇다. 지율스님은 천성의 일도 ‘미래’를 보고 있다.
 
작년 9월 지율스님은 "지율스님의 단식으로 2조5000억 원 손해가 났다"고 여론을 호도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들을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정정 보도' 결정을 받아냈다. <조선일보>는 정정보도를 게재했고 <동아일보>로부터는 명예훼손 배상금도 받아 냈다. 3년의 시간을 들여 "지율의 단식으로 2조5000억 원 손해가 났다"는 말이 공식적으로 거짓임을 분명히 확인시켰다. 이 또한 ‘기록’이 될 것이다.
 
그러나 스님에게 기록한다는 것은 “잔인”한 작업이다. 파괴된 강의 사진을 볼 때마다 마치 “죽은 자식 보는 기분”처럼 고통스럽고 아프다. 강이 정말 ‘자식’ 같아 강 앞에선 눈물을 흘릴 수 없다. 오로지 홀로 방에서만 눈물 흘린다. 단지 ‘모성’을 넘어, 내가 아닌 존재를 나처럼 여길 수 있는 커다란 연민과 공감의 마음이 지율스님을 강의 흐느낌에 같이 울게 만드는 것일 터이다.
 
어쩌면 수십 조의 돈과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에게, 지율스님은 정말 떼쓰는 작은 비구니로 보였을 지도 모른다. 그것이 얼마나 커다란 오판이었는지는 시간이 알게 해줄 것이다.
 
“100년 200년의 시간이 인간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세월이지만, 자연에게는 찰나의 순간이기도 하지요.”
 
자연의 시간 속에서 강은 언젠가 복원될 것이다. 그러나 “막을 수 있다면 막고 싶다”. 지율스님의 솔직한 심정이다.
 
탐욕의 포로가 된 사람들이 강의 소중함을 알게 될 때
 
“무조건 정부를 욕하는 것만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자식이 칼에 찔려 피가 줄줄 흐르는데, 찌른 사람 찾아 욕하다 보면 그 사이에 자식은 죽습니다. 강과 함께 뭔가를 생각하다 보면 방법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에요. 자기 몸 가꾸는 것은 소중하게 여기면서 자기가 딛고 사는 땅에 대해 돌아보지 않습니다. 그런 삶의 방식이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은 아닌지요.”
 
지율스님은 4대강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건 “운동이 아니라 교육”이라고 말한다. 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님의 “알면 사랑하고 사랑하면 지키게 된다”는 말과도 닿아 있는 말이다. 진실을 알게 될 때 사람들은 참된 변화를 겪는다. 탐욕의 포로가 된 사람들이 강의 소중함, 생명의 소중함을 진실로 알게 될 때 강은 진실로 지켜질 것이다.
 
“자연에 대한 폭력과 사람 사이의 폭력이 같아요. 부처님이 보리수 나무 밑에서 잎새에 물이 흐르는 것을 보고 연기를 깨달으셨다고 해요. 그리고 나서 첫 말씀하신 계율이 ‘살생하지 말라’입니다. 살생을 하면 마음의 ‘자비종자’가 끊어진다고 하셨어요. 종자가 끊어진다는 것은 무서운 것입니다. 나무를 베는 사람은 마음 속에 죽음이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나무를 안 벨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베더라도 최소한으로 해야 합니다. 죽임과 가진 것을 최소한으로 하는 데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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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5/31 [15:51]  최종편집: ⓒ 일다
 
영꽃 10/06/06 [18:01] 수정 삭제  
  자전거 도로를 위해 훼손되는 자연이라니...
자연의 저주를 어떻게 감당할까, 싶어요.
인간들...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좋은 기사 잘 봤습니다.
s 10/06/07 [17:18] 수정 삭제  
  안타깝습니다.
지방선거 결과.. 힘 좀 받았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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