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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릇의 밥에 고마움을 얹어요”
<식당여성노동자의 인권적 노동환경 만들기> 기획연재를 마치며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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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는 한국여성민우회와 함께 식당여성노동자의 노동현실을 돌아보는 기획기사를 4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현재 민우회에서는 식당여성노동자의 인권적 노동환경만들기 프로젝트 ‘함께 짓는 맛있는 노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필자 나우님은 민우회 활동가로 이 프로젝트의 진행을 맡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 손님들의 실천 하나 하나가 식당노동자의 노동환경을 개선시키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친다.     © 한국여성민우회
2010년 민우회는 식당여성노동자의 인권적 노동환경 만들기 프로젝트 “함께 짓는 맛있는 노동”을 진행하면서 한사람, 한사람 식당노동자들을 만나갔다. 이렇게 전해진 식당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손님으로 식당을 찾던 이들에게 스스로를 비춰보는 거울이 되었다.

 
“식당여성노동자분들의 처우개선 물론 필요합니다. 그러나 나 먼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먼저 바뀝시다(pais)"
 
“고작 몇 만원 내면서 마치 자기 하인이라도 부리듯 행동하는 사람들, 그걸 강요하는 업주, 그런 행동들은 돌고 돌아서 결과적으로 다 자신에게 돌아옵니다. 나도 남에게 무시 받지 않고 정당한 노동시간에 정당한 임금 받고 싶다면 나부터 남에게 무리한 서비스나 업무를 떠넘겨서는 안 됩니다(켄포칼리)"
 
"우리나라의 소비문화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손님은 왕이 아닙니다. 돈을 지불하고 그에 정당한 대가로 즐거운 식사를 할 권리가 있을 뿐입니다.(o)"
 
온라인공간에서는 이렇게 왜곡된 서비스 문화에 대한 통찰과 자성의 목소리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제 필요한 건 그것을 사회 전체의 행동력 있는 의지로 모으는 것입니다.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행동이 필요합니다(절차탁마)"라는 실천의 움직임도 느낄 수 있었다.
 
식당노동자들에게 인권적 노동환경을 만들어주는 데에 손님들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법적 제도적 해결은 시간이 걸리고 큰 노력이 들어가지만, 고객들의 변화는 식당노동자들의 노동환경에 즉각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고객들의 요구는 업주들의 인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에 식당노동자의 노동환경을 바꾸기 위한 “개념 있는 고객들의 8가지 실천”을 제안한다.
 
개념 있는 고객들의 8가지 실천
 
하나,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인사하기
민우회가 벌인 “식당여성노동자의 인권적 노동환경만들기” 프로젝트의 시작은 이 짧은 인사였다. 그것은 밥을 해준 사람에 대한 인정의 마음을 담은 것이었고, 식당노동자에게 보람으로 환원되었다.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이 바뀔 수는 없지만 변화의 시작은 될 수 있다.

둘, 벨은 필요할 때 한번만 누르고 기다린다.
웬만한 식당에서는 다 볼 수 있는 것이 식당노동자를 부르는 “벨”이다. 식당노동자들 중에는 “우리가 번호가 된 것 같다”며 불편해하는 경우도 있지만, 손님이 소리치며 부르는 것보다는 어느 테이블에서 찾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기도 해 벨이 오히려 낫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간단히 사람을 부르는 도구’로 식당에서 사용되는 벨은 식당노동자의 노동 강도를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 식당에 설치된 벨은 식당노동자의 노동강도를 높이는 데 일조한다. 벨은 필요할 때 꼭 한 번만 누르고 기다리자.  
이제 고객 스스로 조급증을 걷어내고, 식당노동자에게도 ‘인간적인’ 벨이 될 수 있도록, “필요할 때 한번만” 누르는 것을 제안한다. 쉬워 보일 수 있지만,  고객의 습관적인 조급증을 “필요할 때 한 번”으로 제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 순간의 조급증을 참는 것은 손님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는 일이다.

 
어떤 이는 민우회의 이 운동을 접하고 이렇게 말했다. “옛날엔 '내 돈 주고 내가 서비스 받는데 뭐 어때!'라고 단순히 '고객 대 식당아줌마'의 관계로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관계를 염두에 두게 되었어요. 그렇게 생각하니 식당 서비스에 대하여 툭하면 조급증과 불만을 터뜨리던 제가 지금은 좀 더 여유로워졌다고 할까요. 다른 누구도 아닌 제 스스로가 편해졌어요. 이 운동 덕분에 제 마음이 한결 아름다워졌어요.”
 
셋, 휴지는 그릇에 모으지 말고 한편에 모아둔다.
이건 오해에서 비롯되기도 하는데,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휴지를 한곳에 모으는데 그치지 않고, 밥그릇에 ‘보기 좋게’ 담는 일이 많다. 하지만, 손님이 나간 자리를 치울 때 휴지가 밥그릇에 섞여 있으면 일일이 그것을 다 빼내어 별도로 분리해야하는 수고가 생긴다. 휴지를 모아 휴지통에 넣거나 휴지통이 없다면 그냥 한편에 모아두면 된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지만, 이 작은 실천은 식당노동자의 노동 강도를 낮추고, 서로를 배려하는 의식을 만들 수 있다.
 
넷, 반말 대신 존댓말
당연히 식당노동자에게는 반말이 아니라 존댓말을 쓴다. ‘반말’은 매우 친밀한 사이에서 쓰거나, 그렇지 않은 관계에서는 상대를 낮추어 하는 말이다. 식당여성노동자와 고객의 사이는 친밀하지도, 지위의 높고 낮음이 존재하지도 않는다. 다만, 식사를 제공하고 그에 응당한 지불을 하는 관계이다.

 
그러나 스스로 정말 ‘왕’이라고 생각하는 고객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를 낮추어 생각하기 마련이고, 이것이 부지불식간에 반말과 폭언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서비스자본이 ‘고객은 왕’이라는 인식을 버리기 어렵다면, 고객부터 ‘고객은 왕’이라는 인식을 잘라내야 한다. 고객 일방에게 전해지는 ‘대접’만 요구하지 말고, 고객 역시 존중으로 대해야 한다.
 
다섯, 천천히 또박또박 주문한다.
그리고 존댓말과 함께 천천히, 또박또박 주문하는 일은 또 다른 존중의 형태다. 손님이 많고 주문량이 많아 정신이 없을 때에도 주문이 제대로 전달되는 것은 고객에게도, 홀서빙노동자에게도, 주방노동자에게도, 사장에게도 중요한 일이다. 주문이 잘못 전해지는 순간 모두가 난처해진다. 그러니 더욱, 주문을 시작하는 고객은 명확히 전달해야할 책임이 있다. 식당에는 많은 이주여성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데 그들에게는 한국말이 익숙지 않으므로 ‘답답하다’ 여기기 전에 더욱더 정확하게 전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섯, 셀프는 스스로! 우리가 주문해야할 것은 메뉴판에 있다.
‘셀프’는 스스로 하는 일이다. 많은 식당에서 물이나 커피, 넓게는 추가반찬 등을 셀프서비스로 분류한다. 이는 고객이 직접 나서서 스스로에게 서비스하는 행위다. 그런데, 셀프서비스로 명시된 일을 직접 하지 않고 식당노동자에게 요구하여 식당노동자를 곤란하게 하는 고객이 많다. 뿐만 아니라 담배나 그 식당에서 제공하지 않는 술 등 아예 식당 내에 없는 것들을 식당노동자에게 주문하는 경우도 있다. 셀프서비스를 식당노동자에게 서비스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나 주문목록에 없는 것을 주문하게 하는 것 모두 식당노동자의 업무범주를 넘어서는 일이다. 셀프는 스스로 하는 것, 그리고 우리가 주문해야 할 것은 메뉴판에 있는 내용 외에는 없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
 
일곱, 식당노동자에게 성희롱하지 않는다.
식당노동자에게 술 따르게 하기, 옆에 앉히기, 불필요한 스킨십, 언어적 성희롱을 하지 않는 일이다. 많은 이들은 “아직도 식당에서 이런 사람들이 있을까?”생각하지만, 여전히 식당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성희롱은 부지기수다. 이를 목격했다는 고객도 많다. 행위자들이 많으니 목격자도 많은 셈이다.

 
“조선족 아주머니였는데, 나이 많은 손님들이 그분의 어눌한 말투를 흉내 내면서 손잡으려고 하고, 엉덩이 만지려는…·(디오티마)” 걸 봤다는 이야기, “‘술 따르라’고 하길래 식당노동자가 열 받아서 어쩔 줄 몰라 하니까 ‘이 여자 이상하다. 왠 과민반응?’하면서 카운터 다른 아주머니에게 몇 만원 주면서 설득하라(유지)”고 하는 진상고객을 봤다는 이도 있다.
 
만약 이런 진상고객을 목격했다면, 조금 더 용기 있는 고객이 되어볼 수 도 있다. 예컨대, “사장님, 저런 손님은 사장님이 좀 나서서 제재해야 될 것 같습니다. 저런 진상고객이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게 참 불편합니다”라고 얘기하는 것이다. 이는 고객성희롱에 대한 사업주책임을 고객이 묻는 것이기에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여덟, 마지막은 주문한 음식을 남기지 않고 먹기.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은 잔반을 정리하는 일도 줄이고, 그릇을 정리하는 일도 수월하게 한다. 음식을 다 먹는 건 음식물쓰레기도 남기지 않는 환경 친화적 일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또한 주문한 음식을 다 먹으면 자신의 식사량도 알게 되어, 과하게 주문을 하는 일도 없어진다. 한편 물컵 속의 물을 남기지 않는 것도 식당노동자에게는 매우 도움이 되는 일이다. 왜냐하면 고객이 남긴 물을 한 곳에 모아 옮길 때는 아무래도 엎지를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식당노동자 권리 찾기, 이제부터 시작이다
 
▲ 식당노동자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주어져야 할 기본적인 권리부터 하나하나 해결하면서 현실의 간극을 좁혀 가야한다.    © 한국여성민우회
밥하나 먹는데, 뭐가 이렇게 복잡하고 할 일도 많나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먹는 밥이 공정하고 인권적인 노동환경에서 지어질 수 있도록 관심 갖는 일은, 그 밥이 인권적이고 공정한 노동환경에서 생산될 수 있는 토대를 형성하는 일이다. 식당노동자들이 만드는 밥의 중요성과 의미가 그대로 그들의 노동환경에 녹아들게 하는 것, 바로 우리가 함께 지어야 할 ‘식당여성노동자의 맛있는 노동’이다.

 
고객의 인식변화는 식당노동을 하는 노동자에게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식당여성노동자의 현실을 개선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식당여성노동자의 인권적 노동환경 만들기를 위해서는 사업주, 정부정책, 고객 그리고 식당여성노동자에 이르기까지 다자간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법이 ‘당연하게’ 보장하도록 하는 노동자의 권리가,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주어지지 않는 것’이 식당노동자의 현실이다. 이런 현실은 과포화상태인 우리나라 음식점업계의 현실과 영세자영업주들의 열악함이 맞물려 있기도 하다. 쉽지는 않지만, 식당노동자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주어져야 할 기본적인 권리부터 하나하나 해결하면서 현실의 간극을 좁혀 가야한다.
 
우선적으로는 노동조건에 대해서 명확하게 상호 이해하고 합의할 수 있도록 근로계약서를 쓰도록 해야 하고, 일하는 동안 주어지는 자율적인 휴식시간과 독립적인 공간을 보장받아야 한다. 치료를 받아야 할 때나 실직을 했을 때, 그리고 노후를 대비한 4대보험도 당연하게 ‘실질적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저임금으로 인한 비자발적 미가입도 많은 상황에서, 저임금노동자에 대한 4대보험 가입확대방안은 무엇보다 시급하다. 또한 건강을 위협하는 12시간의 장시간노동을 법정근로시간에 가깝게 줄이기 위해서는 식당노동에 대한 저평가, 저임금의 구조부터 깨야한다.
 
일하다 다치는 비율이 가장 높은 업종인 만큼, 식당에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치(주방의 환풍구과 미끄럼방지 시설, 소화 장비, 이동식대차 등)도 세심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이에 대해 모범음식점 선정 과정에서, 식당의 노동환경에 대한 세부적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평가하는 것을 제안해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음식점을 개업하게 되는 경우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식품위생교육과 같이, 사업주가 지켜야할 노동권보장에 대해 교육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앞으로 민우회는 고객들의 실천을 확산시켜, 우리 사회 전반의 깔려 있는 ‘밥하는 노동’에 대한 저평가된 인식이 다시금 재평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또한 식당노동자의 ‘당연한 권리’에 대해서는 정책제안 및 인식전환을 위한 캠페인을 통해, 또 고객들과 식당여성노동자 당사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계속 이어갈 것이다. 그 속에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역시 함께하길 기대해본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진흥기금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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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10/08 [09:09]  최종편집: ⓒ 일다
 
iamgreen 10/10/10 [00:23] 수정 삭제  
  식당에서 일 하시는 아주머니들이 나의 '어머니' '할머니' 라면...하는 생각을 하면, 어떤 이유에서든 하찮게, 내가 돈 낸 주인인 마냥 행동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ㅎ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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