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고용불안 속, 직장내 성희롱 위협 커져
고용평등상담실 10년, 여성노동의 현실과 미래를 말한다(2)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황현숙
광고
[편집자 주] 2001년 남녀고용평등법 4차 개정으로 고용평등상담실 지원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되었습니다. 민간단체들의 고용평등상담실은 그동안 여성노동자들의 실질적 보호장치로 기능해왔으며, 여성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사회에 고발하는 창구역할을 해왔습니다. 일다는 여성노동자회와 함께 고용평등상담실에 접수된 상담사례를 통해 IMF 경제 위기 이후 후퇴 일로를 걷고 있는 여성노동의 현실과 과제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필자 황현숙님은 현재 서울여성노동자회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성폭력 문제는 온 국민이 알게 된 끔찍한 아동 성폭행, 유명 정치인의 성희롱 등으로 자주 언론에 오르내리는 이슈가 되었다. 직장내 성희롱으로 고용평등상담실의 문을 두드리는 여성들의 호소 또한 가벼운 성적 농담이나 접촉을 넘어서 심지어는 강간에 이르는 경우조차 발생되고 있다. 직장내 성희롱은 그 자체가 미치는 정신적․신체적 악영향, 노동환경의 악화뿐만 아니라 일자리 자체까지 위협받게 된다는 데에 그 심각성이 있다.
 
일자리 위협으로 이어지는 직장내 성희롱
 
▲ 직장내 성희롱은 정신적, 신체적인 악영향을 주어 노동환경을 악화뿐만 아니라 일자리 자체를 위협하기 때문에 심각성이 매우 크다.     © 느티
“과장이 ‘피곤하지?’라며 손, 팔을 주물러 너무 불쾌하여 늘 가슴을 조이며 지냈어요. 어느 날 허벅지를 만지기도 하여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문제제기를 하였더니 그 후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았어요. 성희롱으로 실직하게 된 것 같아 너무 억울해요.”(2009년 상담사례, 계약직)

 
“사장님이 자꾸 만나자고 하면서 ‘옆에 오면 가슴이 떨린다. 만나면 안고 싶고 무릎을 베고 누워 얘기도 하고 싶고 즐기고 싶다. 나를 받아 줄 수 없냐.”고 하더라고요. 남자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거절했더니, 부장을 통해 퇴사하라는 통보를 받았는데……“(2009년 상담사례, 2개월 근무)
 
성희롱 가해자가 사업주, 상사인 상담은 매년 75~85% 가량이다. 가해자가 인사권을 직접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성희롱을 거부하거나 문제제기했을 경우에는 직. 간접적인 괴롭힘으로 스스로 그만두게 하거나 권고사직, 심지어 다른 사유를 들어 해고하는 사례들도 나타난다. 그래서 성희롱이 발생해도 공론화하기 어렵고 이를 은폐하도록 가해자가 권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성희롱의 온상, 회식자리 남성중심 문화
 
“입사한지 1주일 만에 본사 간부급 직원들과 회식자리가 있었어요. 간부들이 버릇인양 손잡기, 어깨동무하기, 허리 감싸기, 끌어안기, 볼 부비기……. 마치 간부들을 위해 여직원들이 대접하는 자리 같았는데 어렵게 입사하여 그만둘 수도 없고 어찌해야 할지……” (2007년 상담사례, 정규직)
 
“회식 2차로 노래방에 끌려가다시피 갔어요. 술 마신 남직원들이 안으려고 해서 피했는데, 갑자기 뒤에서 끌어안더니 들었다놓았다하는데 과장, 계장 모두 묵인하고, 계장은 블루스를 추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울면서 집에 왔는데 동기들도 다른 구청이나 동사무소 근무하면서 회식자리 성희롱 때문에 너무 힘들어 해요. 블루스를 춘 여직원한테는 잘해주고, 안 추면 욕하고 못살게 군다고 하더라고요.” (2007년 상담사례, 공무원)
 
회식문화가 변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지만, 회식자리에서의 성희롱은 지금도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회식자리는 직장내 위계적 관계의 연속으로 상사의 기호에 맞추어야 하고 그의 요구에 따라야 하는 업무의 연속처럼 진행된다. 우리 사회의 남성 중심적인 문화, 위계질서가 이어지는 회식 문화는 여성들의 고용환경을 악화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
 
친밀한 관계가 질곡인 영세소규모사업장 성희롱
 
“5명도 안 되는 회사에서 근무한지 2개월인데 사장이 아침부터 술을 먹자고 하고, 남자친구랑 몇 번 하냐고 묻고 ‘나랑 애인 같은 거 하자’는 소리를 자꾸 해요. ‘이런 소리 들으려고 일하는 거 아니다’라고 말하면 무릎 꿇고 안한다고 하면서도 술만 마시면 또 그러니 일자리가 아니라 고문받는 자리 같아요.”(2008년 상담사례)

 
“연말에 사장이 송년회를 가자고 해서 부담스러웠지만 가게 되었어요. 결국 2차까지 가게 되었는데 노래방에서 강제로 키스를 하고 옷 속으로 손을 넣어 몸을 만졌어요. 거부하면서 강하게 밀쳤더니 “난 사장이고, 넌 경리야”, “너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는데, 다시 직장을 알아보면서 화도 나고 얼굴 보는 것도 두렵고 생각할수록 화가 나고 억울해요.“(2008년 상담사례, 사업주와 2명 근무)
 
영세소규모사업장의 성희롱은 가해자가 사업주인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법적 조치가 어려운 점, 성희롱 예방교육 특례조항 적용 사업장이라 예방교육이 실시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다.
 
업무적으로 둘만이 접촉하는 경우가 많아 사업주의 부당한 성적 요구나 사적인 친밀감을 성적 언행으로 표시하는 경우도 잦다. 성희롱을 거부하면 바로 그만두라는 통보를 받는 노동권 위협의 문제도 크지만, 매일 가까운 곳에서 얼굴을 마주쳐야 하니 버티고 싶어도 버티기 어렵다는 어려움이 있다.
 
늘어나는 서비스직, 늘어나는 고객에 의한 성희롱
 
“고객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외주업체 소속 강사가 메신저로 ‘만나자, 남자친구와 몇 번 했냐는 등의 말과 스킨십을 하는데 법적으로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까요?” (2009년 상담사례, 텔레마케터)
 
“노인돌보미 일을 하고 있는데, 고객이 70세인데 전직 교장이래요. 첫날부터 자꾸 몸을 밀착해오고 ‘젊은 사람이 곁에 있으니 내가 다시 남성이 되는 느낌이다’, 어제는 노골적으로 ‘아랫도리가 되살아난다’며 치근대 괴로워요. 어떻게 해야 할지…….“(2009년 상담사례, 45세)
 
고용형태와 업무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업무상 맺는 관계의 폭도 다양하고 복잡해졌다. 협력업체나 거래처 직원, 대인서비스직의 성희롱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리고 간병이나 노인돌봄 같은 사회서비스 일자리가 늘어남에 따라 재가 돌봄서비스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성희롱 피해상담도 늘어나고 있다.
 
성희롱은 사적인 일?
 
“남자 동료가 수시로 농담을 하면서 뽀뽀하자, 너도 밤일 할 줄 아냐는 등 수치심을 갖도록 하여 회사에 제기하였는데, 개인의 일이라고 개인적으로 대응하라고만 하는데……”(2009년 상담사례)
 
직장내 성희롱은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노동권과 직접 관련이 있다. 그래서 남녀고용평등법에서도 직장내 성희롱을 금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업주의 의무로 △직장 내 성희롱의 예방을 위한 교육 실시△성희롱 행위자에 대하여 징계나 이에 준하는 조치를 취할 것△피해자에게 해고나 다른 불이익 조치를 하지 말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성희롱이 발생하여 이를 사측에 문제제기하면 위의 상담사례처럼 개인적인 일로 치부해 버리는 문제들이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고용평등상담실 통해 가해자의 공식사과와 징계 등 확보하기도
 
“부원장님이 간호사들에게 안마를 해달라고 하거나 성적인 얘기도 잦아 힘들었어요. 며칠 전에는 맨발로 제 다리를 쓰다듬었는데 징그럽고 수치스러운 느낌 때문에 정신과 상담까지 받았어요. 그런데 고용평등상담실에서 도와주셔서 부원장은 공개사과와 감봉처분에, 병원 전체에 성희롱예방교육까지 실시하게 되었답니다!”
 
“과장님 성희롱 때문에 괴로웠는데 상담실에서 도와주셔서 공개사과도 받고 가해자는 다른 근무지로 전출되어 얼굴보지 않고 근무할 수 있게 되었어요!”
 
직장내 성희롱 자체가 노동환경을 악화시키고, 이를 문제제기하면 해고나 불이익이 따르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여직원들을 위해서라도 그냥 있을 수 없다며 이에 맞서 문제를 제기하는 여성들 또한 늘어나고 있다. 이렇듯 권리를 확보하게 되는 사례도 많았지만, 일자리 자체의 불안정이 갈수록 커지면서 적극적인 대응을 주저하는 경우도 많은 안타까움이 있다.
 
직장내 성희롱 문화? 이젠 바뀌어야
 
직장내 성희롱을 겪으면 그만두라고 할까봐 참고 견디거나, 문제제기하면 결국 피해자가 그만두게 되는 상황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난 해 여성노동자회 고용평등상담실에 접수된 성희롱 발생 사업장의 78%가 성희롱예방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러므로 사업장에서는 형식적이지 않은 예방교육 실시해야 하고 사내에서 발생하는 성희롱에 대하여 조사와 조치, 재발방지 대책 등을 마련하여 실시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이런 사항들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적극적인 행정지도·감독을 해야 한다. 또한 남성 중심적이 아닌 성인지적 관점의 성희롱 인정, 영세사업장장의 성희롱 예방교육 지원 확대, 돌봄서비스노동의 성희롱 실태조사와 예방교육 및 대책 등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와 직장 전반의 남성 중심적인 문화가 변화될 때 직장내 성희롱에 대한 인식과 대책의 변화 또한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배너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요즘 공감
기사입력: 2010/11/29 [17:25]  최종편집: ⓒ 일다
 
웃음 10/12/15 [18:08] 수정 삭제  
 
성희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하는데, 직장에서 여성의 지위가 열악하다 보니 특히 서비스직에서 성희롱 실태는 여전히 위험한가 봅니다. 성희롱에 노출되지 않는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