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엔 물속 운동을 해봐요

박은지의 ‘신체활동과 여성건강 이야기’(12) 임신과 출산②

박은지 | 기사입력 2011/05/19 [15:58]

임신 중엔 물속 운동을 해봐요

박은지의 ‘신체활동과 여성건강 이야기’(12) 임신과 출산②

박은지 | 입력 : 2011/05/19 [15:58]
※ 일다의 기획 연재 <박은지의 ‘신체활동과 여성건강 이야기’>는 여성들이 많이 경험하고 있는 증상 및 질병에 대한 이해와, 이를 예방하고 개선하는데 도움을 주는 신체활동의 효과에 대해 살펴봅니다. 필자 박은지님은 체육교육과 졸업 후 퍼스널 트레이너와 운동처방사로 일한 후, 지금은 연세대학교 체육연구소에서 신체활동이 우리 몸에 미치는 생리학적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임신 중에 나타나는 증상들
 
임신을 하면 무거운 배를 지탱하기 위해 허리를 자꾸 뒤로 젖히게 된다. 그러면 척추 선이 무너지면서 요통에 시달리기 쉽다. 게다가 배가 불러오니 복근이 늘어나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가 없고, 허리 뒤쪽에 있는 신전근이 과도하게 수축되면서 근육이 약해진다.
 
밤에는 요통이 더 심해진다. 임신부가 똑바로 누워서 자면 커진 자궁이 대정맥을 누르고, 정맥 내 압력이 높아져 요추 신경으로 가는 혈류를 떨어뜨려 혈류장애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또, 임신 중에 분비되는 릴렉신이라는 호르몬은 전신의 모든 관절에 작용하여 골반을 비롯한 뼈 마디마디와 인대를 이완시킨다. 출산을 하고 3개월 정도 지나면 벌어졌던 뼈마디와 인대가 다시 원 위치로 돌아오긴 하지만, 인대가 삐딱하게 아무는 경우 궂은 날이면 통증이 도지는 고질병으로 남기도 한다.
 
이런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임신 전부터 꾸준한 운동으로 근력을 강화시켜놓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만일 운동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임산부용 복대를 착용하는 게 좋다. 그리고 출산 후 3개월 정도는 구부정한 자세로 수유를 한다든지 옆으로 누워 자는 자세를 피한다. 이런 자세들은 출산 시 벌어진 인대를 틀어지게 한다.
 
무엇보다 임신 기간에 겪을 수 있는 요통, 관절통, 팔다리 저림 등의 증상을 예방 및 개선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①  허리 펴고 앉기
 
앉아있을 때에는 허리를 펴고 앉도록 한다.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등을 곧게 피고 기대어 앉는다. 다리 저림을 방지하기 위해서 다리 받침대에 다리를 올리고 앉는 것도 좋다.
 
② 주방 일을 할 때도 똑바로 서기
 
설거지나 요리를 할 때 허리를 숙이면 척추에 무리가 오고 복부가 압박된다. 되도록 가슴과 허리를 펴고 일을 하자. 오래 서있지 말고 틈틈이 의자에 앉아 쉬어가며 일을 한다. 서있을 때는 벽돌 정도 크기의 발 받침대를 이용하여 두발을 어깨넓이 정도로 벌리고 다리를 번갈아 받침대에 올려놓는다. 이 방법으로 허리와 골반의 통증을 줄일 수 있다.
 
③ 편하게 눕기
 
임신 중에 똑바로 눕는 자세는 자궁과 태아의 무게로 혈관이 눌리기 때문에 별로 좋지 않다.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오른쪽보다 왼쪽으로 눕는 것이 더 좋고, 팔과 다리 사이에 베개나 이불을 넣어 푹신하게 하면 좀더 편안하게 누울 수 있다.
 
④ 천천히 일어나기
 
누운 상태에서 갑자기 일어나는 것은 임신을 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좋지 않다. 누워있는 중에는 몸이 전부 이완되어 있는데 벌떡 일어나버리면 척추도 놀라고 근육도 놀란다. 임신 중이라면 태아도 같이 놀랄 것이다. 그러니 누웠다 일어날 때는 호흡을 가다듬은 후 상체를 먼저 일으켜 세우고 한쪽 발씩 천천히 일어나자.
 
임신 중에는 심장 예비력이 감소해서 다리에 혈액이 모이기 쉽다. 탄력 있는 스타킹을 착용하거나 때때로 다리의 위치를 올려주는 것으로 이런 문제를 완화시켜 주도록 한다. 그리고 누워서 하는 운동은 저혈압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서서 움직이는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임신 중 꾸준히 하면 좋은 근육운동
 
▲ 임신 중 근력운동    © 출처- http://kpjhealth.com
임신 중에는 네발 운동(Quadruped arm and leg raise), 무릎 대고 팔 굽혀 펴기(Modified push-up), 뒤꿈치 들어올리기(Heel raise), 벽에 기대고 팔 올리기(Arm slide on wall) 등 근육운동을 꾸준히 할 필요가 있다. 덤벨을 이용한 어깨 운동(Shoulder abduction)과 유산소 운동도 함께 해나간다.

 
모든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꼭 스트레칭으로 온몸 근육을 이완시켜주고, 운동이 끝난 후에도 사용했던 근육을 스트레칭하고 잘 마사지해준다.
 
임신 중 가장 중요한 운동 중 하나는 케겔 운동(Kegel exercise)이다. 성기 주변의 근육을 수축하는 운동으로, 방법은 소변을 꾹 참을 때처럼 근육을 수축시켜 3~5초 버틴 다음 다시 이완시킨다. 케겔 운동은 언제 어디에서나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수시로 생각날 때마다 해준다. 스트레칭, 가벼운 걷기운동과 함께 케겔 운동은 매일 하는 것이 권장된다.
 
임신부를 위한 수중운동
 
운동을 금해야 하는 증상이 없다면, 자궁이 안정되는 16주부터 의사와 상의 후에 수중운동을 할 수 있다.
 
물은 임신부뿐 아니라 관절이 아픈 사람, 노인, 재활이 필요한 사람 모두에게 가장 편안하고 안전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물속에서 하는 운동은 아래로 끌어당기는 중력을 줄어들게 해서, 임신으로 증가한 체중 때문에 근육과 관절이 받는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무거운 자궁에 눌려 골반 내에 생긴 울혈을 없애주고, 허리나 어깨 통증, 손발 저림 등의 증상을 완화해준다.
 
불어난 배 때문에 물에 뜨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임신 중에 수영을 하면 커다란 자궁이 공기주머니와 같은 역할을 해서 평소의 몸무게를 느끼지 않고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수영을 할 줄 모른다고 해도 괜찮다. 물속에서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온몸 운동이 된다. 임신 전에 수영을 할 줄 몰랐던 사람이 자궁의 부력으로 더 쉽게 수영을 배울 수도 있다. 수영을 하면서 숨쉬기 운동을 하는 것은 분만 시 호흡에도 도움이 된다.
 
수영은 30분~1시간 정도 하고, 일주일에 2~3회 정도 하면 안전하다. 만약 의심스러우면 담당 의사와 상의한 후에 운동을 하도록 한다. 그리고 등록을 하기 전에 수영장이 수질관리를 엄격하게 하고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자. 깨끗하지 않은 물에서 수영하는 것은 피한다.
 
특히 분만 일이 가까워오면 자궁 문이 열릴 수도 있고 언제 출산을 할지 모르므로, 주치의와 상의하여 운동을 그만두어야 할 시기를 정하도록 한다. 수영을 할 때 출혈이 있거나 움직일 때마다 배가 당기면 수영을 해도 괜찮은지 상의한다. 자궁입구가 넓어지는 경관 근무력증으로 유산, 조산한 경험이 있거나 자궁수축이 자주 일어나 유산한 경우, 임신 중독증, 당뇨, 갑상선 이상, 심장질환 등이 있는 경우에는 수영을 삼가도록 한다.
 
물속 운동의 효과와 유의 사항
 
부력이 있고, 중력의 영향을 덜 받는다고 해서 물속에서 하는 운동이 쉽기만 한 것은 결코 아니다. 물속 운동에서는 공기 중에서보다 더 많은 저항이 발생하기 때문에 운동효과가 높다.
 
물 1갤런(gallon, 약 3.8리터)은 8.33파운드(약 0.5kg)에 해당하고, 이것은 한 손으로 밀어낼 수 있는 양이다. 물속에서 몸을 움직이면 공동이 생긴 부분을 메우기 위해 물살이 소용돌이치며 몰려들어서, 동작을 한 바로 뒤에는 와류저항(eddy resistance)이 발생한다.
 
만일 물속에서 다리를 흔든다면 평균 37파운드(약 17kg)의 저항이 생긴다. 이 저항은 움직이는 속도 등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물속에서 움직이는 속도를 늦추게 하는 꼬리흡인력(tail suction) 등으로 물속에서 움직이면 신체 주위로 최대부하가 걸리게 된다.
 
배가 많이 나왔으면 임신부용 수영복을 착용한다. 임신 중에는 수온을 27~29°C 정도로 유지한 상태에서 운동을 하도록 한다. 그렇게 하면 운동을 해도 체온이나 심박 수가 많이 오르지 않아서 태아와 엄마에게 안전하다.
 
따뜻한 물속에서 어깨까지 담그고 매일 50분씩 4~5일 운동을 한 임신부들은 심박 수와 혈압이 내려가고, 배뇨량이 많아지면서 체내에 노폐물과 과다한 수분이 제거되어 부기가 빠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수영을 할 때는 사람이 덜 붐비는 시간을 이용하고, 너무 찬물은 피한다. 적당히 미지근한 풀에서 수영하고, 수영장의 바닥은 미끄러우니 항상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자.
 
임신 중 물속에서 하는 운동은 위험성이 많지는 않으나 물속으로 점프를 해서 들어간다거나 웨이크보드, 수상스키, 스킨스쿠버 같은 스포츠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

 
※ '신체활동과 여성건강' 기획연재 기사와 관련하여 독자들이 더 알고 싶어 하는 질문을 접수합니다. 박은지님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 있는 분들은 일다 대표메일(
ilda@ildaro.com)로 보내주세요. 연재를 마무리할 즈음 Q & A를 실을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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