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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정체성이 아직도 불편한가
장애여성 숨은그림찾기(8) 드라마 "클럽 빌리티스의 딸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다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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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팅 당하거나 비밀로 간직하거나
 
▲ 클럽 빌리티스의 딸들. <사진출처: KBS 드라마스페셜 홈페이지>     
때로는 공해에 가까운 드라마가 있는가 하면 가뭄의 단비 같은 드라마도 있다. 8월 초엽 방송한 단막극 ‘클럽 빌리티스의 딸들’이 그랬다. 재미있는데 좋기까지 하다니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같이 반가웠다.

 
주연은 옆반의 동성친구를 짝사랑하는 여고생이다. 자신의 성정체성을 누구에게도 말 못하다가 옆반의 반장 여경과 친해진다. “나도 너와 같은 동지”라는 여경의 고백에 둘은 친해지지만 여경이 익명의 누군가에게 아웃팅(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타의에 의해 동성애자임이 밝혀지는 것) 당하고 전학을 간다. 주연은 여경의 소개로 알게 된 인터넷 카페를 통해 레즈비언 한나를 만난다.

 
30대의 한나는 대기업의 홍보팀장이다. 같이 살고 있는 애인 영은이 외도로 임신을 해서 갈등중이다. 가족과 회사에 커밍아웃(동성애자가 자신의 성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하지 못하다가 영은의 아이를 같이 키우기로 하면서 가족에게 커밍아웃을 하려고 하지만 상처받을 가족을 위해 비밀로 간직하기로 한다. 명희의 ‘클럽 빌리티스의 딸들’을 인수해 영은과 운영한다.
 
애인 명희와 단란하게 살던 향자에게 어느 날 10년 전 이혼하며 이별한 딸 도진이 찾아온다. 엄마가 가정을 버리고 레즈비언 애인에게 갔다고 원망하던 도진은 결혼과 함께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엄마를 찾아왔다. 차가운 딸에게 밥을 차려주며 하루를 같이 보내는 향자는 괴롭지만 기쁘다. 향자가 잠든 사이 명희는 도진의 오해를 풀어준다. 향자가 가정을 버린 게 아니라 남편에게 여자와 사귄 과거를 고백했다가 이혼 당했다는 것을. 자식들을 그리워하며 10년을 후회했다는 것을. 도진은 마음을 풀고 엄마를 이해한다.
 
여성동성애자들의 평범한 이야기
 
여성동성애자들의 이야기인 '클럽 빌리티스의 딸들'은 10대, 30대, 50대 각각 서로의 이야기가 오버랩되면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옴니버스 형식의 60분짜리 단막극이다. 그동안 국내 드라마에서 거의 없다시피 했던 여성동성애자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고 평범하게 그렸다. 
 
뭐가 평범하냐고 묻는다면, 다른 드라마의 등장인물들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오히려 여기의 등장인물들이 더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사람들로 보인다. 짝사랑 때문에 고민하고, 애인의 외도 때문에 갈등하고, 자식 때문에 아픈 것. 누구나 고민하는 인생의 갈등 속에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하나 더 있다는 느낌이랄까. 물론 등장인물들이 성정체성 때문에 고민하는 부분이 가벼운 것은 아니다. 단지 그것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고 누구나 하는 고민 중의 일부분이라는 것이다.
 
드라마는 시사프로그램도 다큐멘터리도 아니다. 사회적 소수자의 인생이나 사랑이 사회성 짙은 드라마로만 만들어진다면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데 한 몫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담담한 드라마 속 인물들이 제작하는 집단이나 개인이 어떠한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만들기 이전에, 보편적인 희노애락을 느끼고 감당하는 사람으로 그린 것과 남성동성애자에 비해 대중매체에서 소외되었던 여성동성애자를 그린 이야기라서 참 반가웠다.

이 드라마는 19세 이상 시청 가능 딱지가 붙은 채 방영되었다. 폭력과 마약, 섹스 장면이 전혀 없었는데도 19금이 붙어 아쉬웠지만 더 아쉬웠던 건 시청자게시판에 쏟아진 항의였다. 누구나 시청할 수 있는 TV에서 어떻게 이런 드라마를 방영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KBS는 이 드라마의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지했다.
 

▲영화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 포스터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사랑이라는 것이 남자와 여자가 하듯이 남자와 남자도, 여자와 여자도 할 수 있는 것임을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타인의 삶은 본인의 허락 없이 누구도 개입할 수 없고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할까.

 
좋아하는 영화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미국. 1992년)를 생각하면서 격세지감을 느끼기도 했다. 세 여인의 우정이야기인 이 영화는 삶이 지겨운 중년의 주부 에블린과 80대 노파 니니의 우정, 니니가 들려주는 50년 전 미국 남부의 잇지(젊은 니니)와 루스의 우정이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며 진행된다. 니니의 이야기로 삶의 활력을 찾는 에블린의 변화도 멋졌지만 잇지와 루스가 카페 ‘휘슬 스탑’을 운영하며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행복과 불행을 함께 하는 모습이 어찌나 멋져 보이던지 몇 번을 봐도 좋았다.
 
영화 속에는 인종차별, 장애인, 남녀평등에 대한 것들이 녹아들어가 있다. 하지만 Fannie Flagg의 원작소설에는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메시지가 있다. 바로 잇지와 루스가 친구가 아니라 사랑하는 연인이라는 것이다. 당시의 영화는 사회적 편견 앞에서 커밍아웃을 하지 못하고 사랑을 우정으로 승화(?)한 것이다.
 
장애에 대한 커밍아웃
 
나도 한때 커밍아웃과 유사한 부분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었다. 성정체성에 대한 것은 아니고 내가 장애인임을 밝히느냐 아니냐는 것이었다. 언젠가 인터넷 온라인에서 문학과 인생에 대해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났다.
 
어느 날 오프라인에서 만나자고 해서 인상착의를 얘기하던 중 “난 휠체어를 타고 있어 바로 찾을 수 있다”고 했더니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상대방이 내게 속았다고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후 새로운 사람(이성일 경우)을 만났을 때 처음부터 장애인임을 밝혀야 하나? 하는 고민을 잠깐씩 했었다.
 
누군가와의 만남에서 시작은 별 의미가 없기 마련이다. 사귐이 깊어질수록 상대방이 의미 있어지는 것인데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자신에 대해 설명부터 하고 시작해야 하는 것은 몹시 거북한 일이다. 내가 이러할진대 성정체성에 대해서라면 말해 무엇 하랴.
 
성이건 장애이건 자신의 정체성을 상관없는 타인이 불편해하고 어색해하고 민폐라고 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얼마나 불합리하며 민폐인지 사람들은 아시려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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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9/04 [17:03]  최종편집: ⓒ 일다
 
미쁨 11/09/28 [21:48] 수정 삭제  
  '클럽 빌리티스의 딸들' 보고 싶었던 드라마였는데
19세 뜨는 거 보고 한 마디 내뱉었다가 엄마랑 아빠랑 동성애에 대해 논쟁을 벌이느라
보지 못했었죠ㅠㅠ
다시 볼 수가 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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