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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장애인에게 호러와 다름없어
장애여성 숨은 그림 찾기(11) - 드라마 '토치우드'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푸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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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아무도 죽지 않는다
 
▲ BBC 드라마 <토치우드(Torchwood)> 시즌4의 한 장면.  © BBC

누구도 죽지 않는 시대. 목이 뒤틀리고 신체가 두 동강이 나고 온 몸이 불에 타도 죽지 않는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인구수는 점차 인류에게 위협으로 다가온다. 결국 의료패널이 모여 '사망'과 '생존'대신 새로운 분류를 체계화해 카테고리 1, 2, 3으로 나눈다.
 
뇌기능이 정지했고 보통은 죽었어야 하는 사람들이 카테고리1이다. 부상과 질병으로부터 깨끗한 보통 사람들은 카테고리3, 계속적인 부상과 질병을 갖고 있으면서 죽지 않는 사람들은 카테고리2. UN이 생존의 정의를 내리고 국가기관이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이상한 시대, 이 시대는 ‘기적의 날’이라 명명된다.

 
BBC 드라마 <토치우드(Torchwood)> 시즌4의 이야기다. 드라마의 전반부는 누구도 죽지 않는 시대에 인류가 대처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후반부엔 기적의 원인에 대해 집중 탐구한다.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다소 맥 빠지는 전개였지만 인간을 범주화하고 그에 맞춰 다른 처우를 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전반부는 일종의 호러물이었다.
 
‘무슨 호러물 씩이나? 인간을 범주화하는 건 오래전 계급사회랑 별반 다르지 않은데’ 라고? 호러물인 이유는 쓸모없이 지구의 일정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카테고리1이 소각되기 때문이다. 일반대중은 모르지만 국가와 UN이 승인하고 그들의 지시 하에 벌어진다는 것. 어때, 무섭지 않은가?
 
우리나라는 심신상실이나 또는 심신박약자로 판정을 받은 사람들은 사망 보험에 가입을 할 수 없다는 상법상 규정이 있다. 사망보험에 한정된 규정이지만 현실에서는 이를 근거로 들어 정신장애인 뿐만 아니라 장애등급이 높은 장애인들의 보험가입이 광범위하게 거절되고 있다. 게다가 국고를 낭비하는 불안요소 따위를 애초에 만들지 않기 위해 ‘장애태아’를 합법적으로 낙태할 수 있는 나라다. 이건 뭐, 내 몸이 타는 듯한 감정이 들게 하는 드라마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사회가 만드는 공포
 
이 사건을 조사하러 ‘overflow camp’에 잠입한 렉스. 목에 빨간 집게와 파란 집게가 가득 달린 목걸이를 걸고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분류하는 스태프를 만난다. 그는 의료진이지만 사람들을 치료하지 않는다. 시간 당 50명의 사람들을 호흡과 맥박, 동공 등만 체크하고 분류할 뿐이다. 그는 카테고리 2를 카테고리 1로 분류해 렉스와 언쟁을 벌이지만 그에겐 이 모든 것이 중요하지 않다. 그저 효율만 남을 뿐.
 
효율성을 중시하는 이 사회에서 장애인은 거의 모든 사회활동에서 배제되거나 도태된다. 작업속도가 느릴 수도 있기에, 양육이 어려울 수도 있기에, 보조공학기기들이 필요할 수도 있기에 현대사회에서 장애인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효율적이지 않은 장애인의 효율성을 담보하기 위해 투입될 예산들은 <토치우드>에서처럼 ‘건강한 사람들의 자원을 갉아먹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원을 갉아먹는다고 장애인이 집구석에 처박혀 모든 활동에서 배제, 도태되는 것은 너무 억울한 일이다.
 
<토치우드>에서의 인권은 국가기관이 결정하는 것이다. 천부적으로 누려야 하는 인권을, 기관이 결정하고 통보해 다른 처우를 내리는 것이 당연시 되는 사회가 온다면 가장 먼저 인권을 박탈당할 계층은 장애인이다. 장애인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투입될 자원을 비장애인을 위해 투입하는 것이 더 나은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도자의 인품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을 거라고? 천만의 말씀. 이건 바뀌지 않을 것이다. 장애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어느 부분에선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고 국가를 책임지는 입장에서는 다수의 행복을 위해 소수자 ‘따위’의 인권을 가뿐히 무시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지금 당장을 봐도 그렇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장애인이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진정서를 넣으면 피해자인 장애인을 취조하듯이 몰아붙이는 게 현실이다. 장애감수성이 없는 사람이 조사를 하기 때문이다.
 
이전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역사에서 지하철을 타려면 리프트를 이용했어야 했다. 리프트를 내리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 시간을 단축하고자 도착 5분 전에 역사에 전화를 해서 리프트를 준비해 달라고 했었다. 그런데 역사는 그것을 거부했다.
 
나는 이 사건을 가지고 인권위에 진정을 했다. 그러나 결과는 ‘진정각하’였다. 리프트를 미리 펼쳐놓게 되면 다른 사람들의 통행에 불편을 준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장애인을 그들과 같은 선상의 계층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조차 장애인과 장애인의 인권은 이해받지 못한다. 보편적인 인간이 아님을 그들 스스로가 인정하는 것이다.
 
호러물인 현실에서 즐겁고 신나게 살기
 
과학과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간수명은 길어지고 팍팍한 세상살이로 출산율은 낮아졌다. 이런 시대에 스치듯 살고 있는 지금, <토치우드>의 ‘기적의 날’이 언제든 도래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가장 먼저 처리될 장애인과, 카테고리1의 범주에 속해있는 것이 솔직히 두렵다. 장애인 운동을 계속 하다 보면 언젠가는 우리도 동등한 대접을 받는 날이 오겠지, 라고 자위하는 건 개소리다. 동등한 대접을 받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동등한 대접을 하는 척하는 날은 올지도 모르지.
 
아프고 지친 몸뚱이로 영원히 사는 것은 고문일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영원히 살 수 없는 이 시대에 조금이라도 인간다운 대접을 받기 위해 장애인운동을 하고 글을 쓰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뭐든지 지속적으로 끈기를 가지고 요구하면 어느 정도는 협상할 수 있다.
 
앞서 말한 지하철역사사건도 그랬다. 인권위가 뭐라 했든 역무원이 듣던 말든 출근할 때마다 전화했다. 그러다보니 공익요원과 몇 몇 역무원은 리프트를 준비해주기 시작했다. 윤아무개 역무원은 끝까지 서비스하지 않았지만 뭐, 아침에 그 사람이 전화 받지 않으면 되니까. 윤아무개 역무원이 전화 받은 날은 지각하면 되지, 뭐.
 
현실과 타협하며 사는 건 비겁한 게 아니다. 쩨쩨하게 타협하며 사는 게 멋있게 보이지 않을지라도 난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며 산다. 언제든 카테고리 1로 넘겨질 수 있는 이 몸을 가지고 호러물인 현실에서 그냥 즐겁게 신나게 살려고 노력하는 게 전부일 뿐. 당신들이 인정하지 않는 나의 인권, 나라도 지키려고 노력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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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10/25 [16:58]  최종편집: ⓒ 일다
 
dma? 11/10/26 [13:36] 수정 삭제  
  토치우드를 이런식으로 해석할수도잇군요.... 잘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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