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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왜 화장을 원하셨을까?
죽음연습(5) 죽은 몸을 처리하는 방식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이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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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 야스지로 일본 감독의 61년도 영화 <고하야가와가의 가을>(小早川家の秋: Autumn For The Kohayagawa Family)를 보면, 화장터의 굴뚝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장면이 나온다. 일본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화장하는 게 오래전부터의  관례였을까? 2011년 통계에 의하면, 일본에서는 시신의 99.92%를 화장한다고 한다. 매장할 땅이 부족한 데서 비롯한 결과라고 하는데, 놀라운 수치다.
 
매장이냐, 화장이냐
 
▲ 파리의 동쪽에 자리잡고 있는 페르 라쉐즈 공동묘지(Le cimetiere du Pere Lachaise) 납골당. 파리에서 가장 넓고 유명한 묘지이다. 2004년으로 지은지 200년 되었는데, 오스카 와일드, 짐모리슨, 몰리에르, 에디뜨 피아프, 모딜리아니, 쇼팽 등 유명인이 묻혀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 이경신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언제부터인가 죽으면 내 육신을 화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땅 속에 묻혀 제법 긴 시간 동안 벌레들의 먹잇감이 되어 천천히 썩어가는 것보다 짧은 시간 소각되는 것이 깔끔할 것 같아서였던 것도 같다.

 
죽은 자의 육신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당장 떠오르는 것이 매장이나 화장이다. 시신을 조각내서 맹금류에게 던져주는 풍장도 존재하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매장이나 화장, 두 가지 방식만을 시신처리방식으로 허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라에 따라서 매장과 화장의 비율은 다양하다. 스위스, 영국, 스웨덴, 덴마크에서는 화장 비율이 70%이상으로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매장중심의 장묘문화였으나 최근 20년 새 화장을 하는 비율이 17.8%에서 71.1%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면, 아일랜드와 이탈리아처럼 다수가 매장을 선호해 화장비율이 10% 정도에 그치는 곳도 있다.
 
특히 로마 가톨릭의 영향 아래 있는 나라들이 화장을 기피하고 매장을 선호한다고 한다. 매장을 지지해온 로마 가톨릭 측에서는 1886년 화장을 금지시키고 화장하는 이는 파문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1963년에 와서야 화장 금지를 철회한다.
 
다수의 국민이 가톨릭교도인 프랑스를 살펴보면, 1980년대 초에는 화장비율이 불과 1%정도였지만 오늘날에는 화장비율이 32%에 이른다. 또 70년대에 불과 9개이던 화장터가 현재 150개가 넘는다고 한다. 게다가 2010년도 통계에 의하면, 프랑스인 53%가 죽으면 화장을 원한다고 대답했다. 도대체 왜 프랑스인들이 점차적으로 매장보다 화장을 선호하게 된 것일까?
   
화장을 선택하는 경제적 이유와 친환경적 이유
 

▲ 페르 라쉐즈 공동묘지 화장터의 모습     © 이경신
물론, 오늘날 화장을 선택한 이들이 오래 전 프리메이슨 단원들처럼 로마 가톨릭에 저항하기 위한 투쟁방식으로 화장을 택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톨릭이란 종교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약화됨으로써 화장이 늘어나게 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프랑스의 경우, 1889년에 페르 라쉐즈(le Père-Lachaise) 화장터에서 최초의 화장이 이루어진다. 파스퇴르가 세균학을 발견한 이후, 위생적인 이유에서 화장을 권장하게 된 것이다.

 
2007년 Credoc(삶의 조건에 대한 탐구와 관찰을 위한 연구센터)의 조사에 의하면, 35%는 친지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화장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선택 이유는 사회가 노령화되는 것과 긴밀한 관계가 있어 보인다. 늙어가면서 제법 긴 시간을 가까운 이들에게 의존해 살아온 노인들이 죽은 후라도 남은 가족에게 더는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살아생전에 화장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비록 화장 역시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지만, 화장이 매장에 비해 상당히 저렴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경우, 원화로 환산하면 대략 180만 원 정도의 비용차이가 있다고 한다.
 
24%는 자연에게 부담을 적게 주며 땅으로 돌아가기 위한 시신처리법, 즉 친환경적인 시신처리법으로 화장을 선택한다. 매장이 지하수를 오염시킨다는 이유에서이다. 화장과 관련해서도 대기오염에 대한 논란이 없지는 않다. 시신을 소각할 때, 치아의 아말감이 원인이 되어 수은을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시체보존을 위해 사용되는 포르말린으로 인해 다이옥신을 배출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화장터 대부분이 필터를 장착하지 않은 상태이고, 2018년이 되어서야 필터장착이 의무조항이 되기 때문에, 화장으로 인한 대기오염이 문제로 지적된다. 하지만, 포르말린 방부제가 흙 속으로 번져서 토양오염을 야기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장도 방부처리와 관련한 오염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래서 화장의 7분의 1에너지를 사용하고 온실가스를 3배 적게 배출하는 새로운 시신 처리방법이 등장했다. 칼륨수산화물 용액에 인체조직을 녹여 압력과 열을 가한 후, 물만 하수구로 배출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현재 미국에서 시행 중이라고 한다. 또 스웨덴 생물학자가 제안한 방식으로 결정화와 분말화를 병행한 시신처리법도 있다. 영하 196도의 액화질소의 입방체에 시체를 담가 약해지면 강한 진동을 가해서 미세한 입자로 만드는 것이다. 그것을 탈수해서 수은과 같은 독극물을 세척한 후 가루는 매장할 수 있다. 스웨덴과 영국에서는 앞으로 이 시신처리법을 허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 외 화장을 선택하는 다양한 이유들
 
▲ 페르 라쉐즈 공동묘지 무덤들     © 이경신
소수의 사람이긴 하지만, 육신이 빨리 해체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화장을 원하기도 한다. 시체를 그냥 대기 중에 방치하면 곤충들에 의해 한 달이 채 안 되어 뼈가 드러나고, 2, 3년이면 인골조차 먼지로 변한다고 한다. 하지만 시신을 매장하게 되면, 분해되는 데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하고, 게다가 관에 넣어서 매장하게 되면 곤충과 접촉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분해되는 데 시간이 훨씬 더 오래 걸린다. 대략 10여년의 세월이 필요하다고 본다. 관이 밀봉이 잘 된 상태라면 그만큼 더 부패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것은 당연하다. 또 대기가 건조하고 온도가 낮으면, 죽은 몸이 썩지 못해 자연적으로 미라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화장을 하면 짧은 시간에 바로 먼지로 변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산채로 매장될 수 있다는 공포, 육신이 벌레에 뜯어 먹히며 부패한다는 두려움과 같은 심리적 이유 때문에, 매장할 땅이 부족한 상황에서 화장터, 납골당이 더 적은 땅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화장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으나, 할머니는 항상 화장을 소망하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할머니의 소망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할아버지를 매장한 후 바로 옆에 할머니 묘 자리를 이미 마련해두었던 터라 자식들은 할머니의 뜻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돌아가신 할머니를 할아버지 곁에 나란히 묻었다. 할머니가 땅에 묻히던 날, 나는 속으로 ‘할머니는 화장을 원하셨는데…’라고 가만히 되뇌었을 뿐이었다.
 
아마도 그 날 이후부터였을 것이다. ‘이미 죽었는데, 화장이건 매장이건 아무려면 어때. 사후의 육신까지 좌지우지하려는 것 자체가 욕심’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 말이다. 지금도 가끔 사후의 내 육신을 처리하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곤 하지만, 결국 죽은 몸은 죽은 자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라기보다 산 자의 몫이라는 것, 산 자의 처분에 맡길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그저 나의 남겨진 육신이 대기와 물, 흙에, 자연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기를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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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12/14 [02:28]  최종편집: ⓒ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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