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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 속에 스며있는 차별의 지도 읽기
<수신확인, 차별이 내게로 왔다>에 대한 답장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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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강진영 씨는 초등학교 특수학급 교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어지러운 한 주가 지나갔다. 지난주에 반(反)차별운동을 하는 친구로부터 민주통합당의 김한길, 최원식 의원이 ‘차별금지법’ 발의를 철회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민홍철 의원이 “군대 내에서 (합의하에 이루어진) 남성 간의 성행위와 여성 간의 유사 성행위를 명확하게 처벌하고자” 군형법을 개정하려 한다는 황당한 소식을 인터넷으로 접하게 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바다 건너 프랑스에서는 세계에서 14번째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 동성애자인권연대에서 활동하다 기독교계의 동성애혐오에 절망하여 목숨을 끊은, 영원히 열아홉 살로 남은 故육우당의 10주기 추모 행사를 알리는 연락을 받았다. 이렇게 어지러운 일주일을 보내며 <수신확인, 차별이 내게로 왔다>(인권운동사랑방 엮음, 오월의봄)를 읽었다. 그렇게 이 책이 나에게 왔다.
 
다양하고 복잡하면서도 연결고리가 있는 ‘차별’
 
▲ ‘평범하지 않지만, 평범한 소수자들의 이야기’  <수신확인, 차별이 내게로 왔다> (인권운동사랑방 엮음, 오월의봄)
‘평범하지 않지만, 평범한 소수자들의 이야기’ <수신확인, 차별이 내게로 왔다>는 인권운동사랑방에서 진행한 ‘변두리스토리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우리 사회의 주변부에서 살아온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그들은 비혼모(미혼모), 결혼이주여성, 트랜스젠더, 장애인, 게이, 레즈비언, HIV 감염인, 비정규직 노동자 등으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 책의 차례에는 그런 범주나 정체성에 따른 분류는 나타나지 않는다. ‘OO의 이야기’라고만 되어 있다. 각 이야기의 뒤에 반(反)차별 활동을 해온 사람들이 쓴 글이 덧붙어있는데, 반복적으로 나오는 말이 있다. 이들의 삶을 하나의 단일한 정체성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사람이 경험하는 차별과 고통, 괴롭힘 등은 그 사람이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체성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지위, 가족 상황, 학력,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그 사람이 가진 정체성이 이야기의 시작 부분에 바로 드러나기도 하고, 서너 쪽이 지나서 드러나기도 한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생각이 앞서간다. ‘아, 이 사람은 OOO이니까 어떠어떠한 차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겠구나’ 라고 짐작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예상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튀어나온다. 예를 들어 서윤의 이야기를 읽으며 ‘레즈비언’이라는 그 사람의 정체성에 초점을 두어 읽어가다가 불쑥 ‘비학생 청소년’으로 살아가며 경험하는 일들을 마주하게 된다. 혜숙의 이야기를 보며 트랜스젠더로 살아온 삶의 궤적을 따라가면, 수감생활을 하면서 겪은 괴로움이 절절히 느껴진다. 또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에서 고민하는 것 같은 이숙의 이야기가 흘러가다 독립생활자(1인 가구)로 사는 일상이 나타난다.
 
각자의 삶을 하나의 정체성만으로 단순하게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은, 다시 말해서 사람들이 분절된 경험을 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그들의 삶에 겹쳐지는 부분이나 연결고리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책에 나온 사람들은 대부분 ‘먹고 사는 것’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있으며 여성으로서 경험하는 차별도 책의 곳곳에 드러난다. 애초에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르고 엮어서” 보고서를 쓰려고 했다가 “이야기를 그냥 이야기로 전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엮은이들의 말을 다시 들춰보면 그 선택이 적절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특수교사로서 본 ‘차별금지법이 꼭 필요한 이유’

 
책을 읽으며 차별금지법에 대한 생각이 계속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부디 이번에는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이 제정되기를 바라는 희망을 갖고 있었다. 일부 보수 기독교계에서 역시나 집단적인 반대 움직임을 보였고, 결국 제1야당은 법안 발의를 철회했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고 해서 우리 사회의 모든 차별이 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이 존재하느냐 아니냐는 매우 중요하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차법)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났다. 학교 현장을 중심으로 봤을 때, 장차법이 시행되고 나서 장애학생이 겪는 차별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많은 차별의 사례를 줄여가는 데 기여했다.
 
현장학습이나 수학여행 등의 학교 행사에 장애학생을 제외시키려고 할 때, 그것이 명백하게 장애인을 차별하는 행위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 관례적으로 이뤄졌던 어떤 일들을, 장차법 시행 이후에 ‘차별’로 인식하고 이름 붙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차별금지법은 사람들이 그냥 억울하게만 생각해왔던 일들을 ‘차별’로 발견하게 하는 최소한의 준거가 될 수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집단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문제라며 어떤 차별은 안 되고, 어떤 차별은 괜찮다고 주장한다.
 
그들이 차별금지법 안에 넣기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성적 지향’에 대한 부분이다.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에 대한 부분을 포함한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지고 시행되면, 자신들이 ‘종교적 행위’라는 이름으로 성소수자들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것이 처벌받게 될까봐 걱정한다. 이제껏 자신들이 해온 차별을 계속하기 위해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것이다.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추진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때도 임신, 출산과 성적 지향에 대한 조항을 계속 문제 삼았다. 교인들에게 공포와 혐오의 감정을 부추기는 문자를 돌리는 이들에게서, 그들이 그토록 외치는 ‘사랑’을 찾을 수는 없었다.
 
<수신확인, 차별이 내게로 왔다>를 읽다가 2년 전에 통합학급 아이들과 했던 수업이 생각났다. 초등학교 특수교사인 나는 새 학년도 초반에 통합학급에 들어가 수업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때 5학년 아이들과 ‘차별과 폭력’이라는 주제로 수업을 했는데, 어느 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아이들에게 자신이 누군가를 차별하거나 누군가로부터 차별받은 경험에 대해 적어보라고 했다. 사소한 것이라도 괜찮다고 했다.
 
아이들이 적은 것을 모아서 보았더니 소소한 이야기들도 많았다. 키나 외모, 나이 때문에 차별 받은 일, 전학 왔다는 이유로 잘 안 놀아준 일 등. 어떤 아이들은 괴롭힘이나 따돌림을 당한 것도 차별의 경험으로 적었다.
 
그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20대나 30대가 되었을 때, 더 많이 나이 들었을 때 차별의 경험을 물어보면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까. 나는 그 아이들 중 몇 명은 책에 나온 이야기와 어느 정도 겹쳐지는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차별은 괜찮다고 주장하는 이들과의 싸움이 비단 차별당하는 이들만의 싸움이 아닌, ‘우리의 싸움’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들은 또 누군가에게 달려들어 돌을 던질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입장이 되어 생각해본다면…
 
‘평범한’ 사람들에게 이 책의 내용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삶에도 차별받은 경험들이 있지만 이들과는 다르다며 거리를 둘 수도 있다. 책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들도 아마 책에 실린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를 낯설게 받아들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이런 이야기들을 낯설어할 사람들에게 더 필요할 것 같다. 그래서 인권운동이나 반(反)차별운동에 별로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친구들에게 이 책을 선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속에 등장하는 청소 노동자인 명희의 동료가 한 말처럼, 사람들은 “다른 입장 돼보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이 이야기들을 읽으며 입장 바꿔 생각해달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게 연대의 테두리를 넓혀가고 싶다.
 
이 책의 제목은 ‘수신확인’으로 시작한다. 수신확인. 전자 우편을 보내고 나서 자주 하는 일이다. 상대방에게서 답장이 없으면 수신확인을 한다. 이틀, 삼일이 지나도록 ‘읽지 않음’으로 표시되어 있으면 왜 내 편지를 읽지 않는 것인지 궁금하고 조바심이 생긴다. 나는 이 책이 여러 이야기를 담은 하나의 편지라고 생각한다. 이 글은 그 편지를 읽고 나서 보내는 나의 답장이다.

 
이야기의 주인공들과 이 책을 함께 만든 사람들은 이 편지가 잘 전해지기를 바랄 것이다. 수신확인이 이루어지기를 원할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더 많은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할 것이다. 나만의, 너만의, 그/녀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가, 우리의 목소리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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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04/30 [23:26]  최종편집: ⓒ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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