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조경희 씨는 재일조선인 3세로, 8년째 한국에서 살고 있으며 현재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편집자 주]
정대세의 ‘국적’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
잘 알려진 것처럼 정대세 선수는 재일동포 2세인 한국적의 아버지와 조선적의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재일동포 3세이며, 2007년에 북한대표선수가 된 경력을 가지고 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예선에서 남북전이 진행되던 다음 날, 국내 각 신문에서는 “정대세의 국적은 대한민국”이라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던 것을 기억한다. ‘정대세의 어머니가 북한사람이다’, ‘한국적에서 북한국적으로 변경했다’는 등 추측과 오해를 품은 글들이 재생산되었고, 그 상황은 지금도 별로 다를 바 없다. 결국 사람들이 정대세 선수의 국적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한마디로 표현하면 “어떻게 한국 국적자가 북한선수로 뛰어?” 라는 의문에 집약된다. 관심의 강도는 달라도 비슷한 이 물음은 다른 수많은 재일동포들에게도 해당된다. “어떻게 남한 출신인데 ‘조총련’으로 가?” “어떻게 한국 국적인데 조선학교에 다녀?” 당사자들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질문들이다. 남과 북, 일본 모두에 걸친 삶을 사는 재일동포 과연 이때 ‘한국 국적’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보통의 국민들은 일상적으로 국적을 증명할 필요가 없겠지만, 재일동포들의 경우에는 성장 과정에서 자신들의 국적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수 밖에 없다. 한반도 남북과 일본 모두에 걸친 삶 속에서, 가족 사이에서도 국적이 다르거나 제도적 지위 또한 복잡하게 얽혀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국적이나 소속을 묻고 따지는 것 자체가, 제도적 지위가 안정적인 ‘국민’들의 발상이라는 점을 우선 강조해두고 싶다. “정대세는 한국 국적자”라고 할 때, 그것은 일본의 외국인등록상 ‘한국’으로 기재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재일동포들의 국적이 일본에서의 행정을 통해 증명된다는 것은,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다. 원래 국적은 그 나라의 국적법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며, 이를 대외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여권이라 할 수 있다. 즉 어떤 사람이 한국 국적임을 결정하는 것은 한국의 국적법이며, 한국 정부가 발행하는 여권을 가졌을 때 그 사람은 온전히 한국 국적자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대세 선수가 먼저 손에 쥔 여권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려권’이었다. 그는 한국의 국민등록도, 정식 여권발급 절차도 밟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대표선수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경위에 대해서는 『우리가 보지 못했던 우리 선수』[신무광 지음, 리명옥 번역, 왓북, 2010]을 참조하라.) 과거 정대세 선수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07년에 ‘공화국 려권’을 취득했을 때를 떠올리며 “나의 꿈에 다가가는 한 걸음”이라고 표현하였다. 초등학교부터 조선대학교까지 16년동안 총련계 민족교육을 받아온 그에게는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을 것이다. 동시에 그가 축구선수로서 보다 나은 환경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넓히려고 하는 것 또한 당연한 선택이다. 그런 그를 원한 것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기업이며, 이를 환영한 것은 한국의 시민들이다. 현재도 정대세 선수는 한국의 정식여권이 아닌 임시여권으로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알지만, 설령 그가 한국의 정식여권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한국정부 스스로 그를 국민으로 인정한 결과이다. 정대세 선수를 둘러싼 이 모든 복잡한 과정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특권으로 비치는 것 같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한반도와 일본의 꼬이고 얽힌 근현대사 사이에 한번 몸 담가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도 정대세 선수는 자신의 경계적인 위치와 복잡한 정체성을 당당하게 밝히고 활동해오지 않았는가. 이제 와서 흑백논리를 내세워 그 당사자에게 국가보안법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참으로 법의 불공정함을 세상에 알리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더이상 재외동포를 분단의 희생양으로 삼지 말라 재일동포들의 역사적 사정을 이해하면서도 ‘그래도 김정일을 찬양하는 것은 너무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문제가 된 인터뷰 영상을 직접 보았더니, 솔직히 힘이 빠졌다. 2010년 북한 대표선수 시절의 발언을, 그것도 조선학교를 다닌 재일동포로서 진정 어린 발언들을 국가보안법 7조 찬양 고무죄의 대상으로 삼는 감각이라니! 대한민국의 민주화 정도와 사회적 관용의 수준을 말해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야기하자면, 정체가 ‘불확실’한 재외동포들을 분단 체제의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이전 독재정권이 수없이 반복해온 수법이 아닌가. 현재 조선학교를 졸업한 수많은 재일동포들이 한국에서 살고 있는데, 그들(우리) 또한 잠재적인 국가보안법 위반자로 살아가도록 만들 것인가. 결국 이 문제는 과거에 형성된 한국 정부와 재일동포들의 불편한 관계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왜 대부분 남쪽 출신의 재일동포 자녀들이 총련계 조선학교에 다니게 되었는가. 왜 과거의 오랜 기간 재일동포들이 한국 사회와 신뢰관계를 형성하지 못했는가. 그것은 누구의 책임인가. “재외동포들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자산”이라며 경제적 가치를 내세우기 전에, 대한민국의 암울한 현대사를 재외동포들의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길 바란다. 사실 복잡한 역사적 과정을 설명할 필요도 없이, 현명한 축구팬들이라면 보다 더 자유롭고 열린 시각으로 정대세 선수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정대세 선수 또한 늘 그래왔던 것처럼 맡은 바 최선을 다하고 축구에 열중할 것이다. ‘삼성공화국’으로 불리는 이 사회에서 이 문제를 더 이상 건드리지 못할 거라는 전망도 그럴듯하게 들려온다. 정대세 선수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을 당하는 이 황당한 사태를 기회로 삼으려면, 앞으로 한국 사회에서 뜨거운 감자는 정대세 개인이 아니라 국가보안법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재외동포들의 존재에, 역사에, 양심에 다시 38선을 그으려고 하는 법과 제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영문 보기] The Problem is not Jong Tae-Se but the National Security 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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